[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노년을 성찰하다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노년을 성찰하다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8.10.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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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呑呑) 스님 용인대 객원 교수
탄탄(呑呑) 스님 용인대 객원 교수

 

혼밥 혼술이 시대의 흐름 이라고하지만, 나 홀로 요기라도 하는 일이 때로는 귀찮아 질 때가 있다.

항간에 사람들이 중국 음식점에서 무얼 먹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하게되는데, 짜장면 인가, 짬뽕 인가를 고민하는 이를 위해 짬짜면이 있듯이 말라비틀어진, 빵을 토스트에 구워 잼을 발라 먹을까 핫도그를 오븐에 뎁혀 토마토 케찹을 뿌려 먹을까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인스턴트 냉동음식이 신물도나지고 귀찮아져서 굶기로 작정 했지만, 빈 속에 당뇨약도 먹을 수 없으니 사과 반쪽을 아극작 거리며 씹어먹고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 삼종셋트 약을 대충 삼킨다.

수 년전 백내장 수술을 한 한쪽눈에는 늘상 모기가 아른거리는 비문증이 심하여지고 공복이면 신경질이 더욱 빈번해지는 知天命의 나이에 이르러서 특별히 이룬것도 이루어야 할 것도 없으니, 책이나 천여권 읽기로 마음먹고 안입고 안쓰고 열렬히 모으는 책은 책장에 가지런하게 꽃히지 못하고 되는데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쌓여져만가고있다.

혼자 있을때면 느끼는 거지만, 입고 먹는데 지극히 간략하자며 스스로 굳은 결심을하고 아침은 죽을 먹기로 하였다.

한 냄비를 끊여 냉장고에 넣고 뎁히기도 귀찮으면 포트에 뜨거운 물을 부어 저어서 한 술 뜨고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을 종이컵에 따라 호호 불며 먹고나면 한 끼가 적당히 해결된다.

땀흘려 노동으로 가꾸어진 단단한 육체는 아니었지만 지난날에는 굵고 단단하였던 허벅지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고 날이 갈 수록 눈도 더욱 어두워 진다.

스스로도 청년의 나이를 지나, 장년을 넘어 노년을 향해 나이를 먹어감을 실감하게 되는 계절이다.

재래시장 입구에서 도라지나 나물을 파는 아낙들처럼 내 몰골도 쭈글 쭈글 하여 지면 어쩌나 하고 고심에 빠져 돌하르방처럼 돌 같은 생각을 꾹꾹 누르고 앉아있지만, 늙음을 맞이 할 어떤 대책도 부실할 뿐 참으로 낙천적이기만한데, 사람들은 1년 365일 중 어느 하루를 어떻게 골라내 한 해의 시작이라 하였을까? 생각하면 그저 오묘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 바 없는데, 하룻밤 사이에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고 하기도 하니 그 셈법에 억울한 마음이들기도하다.

인간은 누구나 늙어 가는 천형을 안고 산다.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노화이다.

이를 대비하여 많은 사람들이 노후를 대비해 저축하고 건강 관리를 하고 걸어서 지구 열바퀴를 걸고도 남을 수 있을 만큼의 맛집이 있고, 은퇴 후 에는 10만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어느 금융회사의 광고 문구처럼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한 노후를 즐기며 살 수 있으리라 기대들을 하지만,  늙음에 대한 준비는 저축과 건강관리, 과연 그것으로만 충분할까?

나이 듦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다. 과학과 의학의 힘을 빌리더라도 이 역시 피할 수는 없는 남의 일 이다 싶어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리라,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며 내가 떠난 후 남겨질 사람들의 삶도 함께 그려 볼 일이다.

기력이 떨어져 가는 몸의 변화도 비슷하고, 현기증이나, 이명 같은 것이 왔을 때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고 사람들은 나이 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혹시라도 내가 나를 잃게 되었을 즈음을 대비해 나의 신상에 관한 결정을 대신해줄 후견인을 정해 둔다거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전 증여재산과 유류분을 꼼꼼히 검토한 유언장을 써두는 것이 좋다. 가족을 잃은 애도의 과정이 유산 분쟁으로 변질돼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지 않도록 때 이른 고민이라도 시작해 보면 좋을듯 하다.

주위의 많은이들이 나이 드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여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덜컥 겁을 내고, 젊게 보이려고만 애를쓸뿐 그러나 나이 듦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좀 더 우아하게, 아름답게 나이 드는 방법을 배워 갈 수는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면 삶은 노년에 결실을 이루고 죽음이 있어, 죽을수 있기에 삶은 더욱 귀한 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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