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겸손·정공법·책임감·배움… 지도자의 ‘품격’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겸손·정공법·책임감·배움… 지도자의 ‘품격’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10.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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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장자는 공자를 등장시켜 우화로 만들어 자기 사상을 전합니다. 공자는 자공(子貢)에게 문상을 다녀오게 합니다. 그런데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 친구의 주검 앞에 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공자는 조문이란 세상 안의 일로 생사에 구애되지 않고 사는 ‘세상밖에 노는 사람들’을 조문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자기의 불찰을 고백합니다. 공자는 예로 묶여 사는 상태를 하늘의 형벌로 인식하고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람이 참으로 군자다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안회와 공자의 대화 속에 앉아서 잊는다는 좌망(坐忘)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이는 제물편(齊物篇)의 오상아(吾傷我), 인간세(人間世)의 심제(心齊), 대종사(大宗師)의 여우 이야기와 함께 장자의 핵심 사상입니다. 도(道)에 이르는 길은 인의예악(仁義禮樂)같은 지식이나 윤리의식 구조를 버리는 일입니다. 이는 소위 기심(機心), 기계적인 마음입니다. 이지적이고 관념적이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마음을 우선 잊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이분적인 의식 작용을 합니다.

제7편 응제왕(應帝王)입니다. 응제왕은 있는 그대로 비추어 주는 지도자란 뜻입니다. 설결(齧缺)은 왕예(王倪)가 네 번 물음에 모른다고 말하자 기뻐했습니다. 진정으로 아는 자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대신에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합니다. 말은 불완전한 전달 수단입니다. 왕예는 자기를 소(牛)로 여기기도 하고, 말(馬)이라 여기기도 합니다.

설결은 스승 포의자(蒱衣子)에게  이를 전하자 그는 순임금과 태씨(泰氏)를 비교하여 말합니다. 유가에서 이상적인 군주로 여기는 순임금은 인(仁)으로 다스리는 덕치(德治) 그 이상을 넘지 못하였지만, 태씨는 자기를 소로도 말로도 여길 정도로 자기를 완전히 비운 사람으로 포의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도자 상입니다.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백성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태씨는 시비 초월, 비이분적 사고를 가진 분입니다. 양쪽을 다 보는 사람입니다. 양행(洋行)에 속한 사람입니다.

밝음을 대표하는 남쪽 바다 임금 숙(儵)과 어둠을 대표하는 북쪽 바다 임금 홀(忽)은 중앙의 임금인 혼돈(渾沌)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보답으로 혼돈이 사람처럼 눈·코·입이 없어 답답할 거라는 생각에 그에게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줍니다. 그러나 혼돈은 죽습니다. 여기서 혼돈은 모든 것의 근원을 말하고, 혼돈에 구멍이 생긴다는 것은 이분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연을 닮은 사람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비추어 줄 뿐, 잘 해보겠다는 생각에 마음대로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비워야 볼 수 있는 초 이분법적인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균형 잡힌 사고입니다. 시비를 논하고 이분법적으로 분열된 모습이 아닙니다.

‘장자(莊子)’는 지도자의 자격과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다른 각도에서 말합니다. 첫째는 이름의 시체가 되지 마십시오.(無爲名戶) 명암을 크게 박아 가지고 다니면서 거들먹거리거나 자기선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꾀의 창고가 되지 마십시오.(無爲謨府) 모략과 지략, 음모를 꾀하면서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셋째는 일을 떠맡지 마십시오.(無爲事任) 이것저것 감투 쓰지 말고 공적 위주로 무슨 일을 떠벌리지 말라고 합니다. 넷째 앎의 주인이 되지 마십시오.(無爲知主) 잔꾀나 지모의 주인이 돼야 일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버리고 사물의 근본을 체득하고, 없음의 경지나 비움의 경지에서 자발적이고 자연적인 행동을 하라는 뜻입니다. 마음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추기만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거울은 자유인(至人)의 고요하고 잔잔한 마음입니다. 정(鄭)나라에 계함(季咸)이라는 신통한 무당조차도 근원적인 모습(未始出吾宗)으로 마음 비우고 아무런 욕심 없이 자신조차 잃는 자의 운명을 예언하지 못합니다.

‘장자(莊子)’에서 충격적이고 엉뚱한 말을 하는 광인 접여(接輿)는 훌륭한 지도자란 군주가 마땅한 의식과 올바른 법도를 만들어 백성을 단속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여 그 영향을 받아 모두가 저절로 되어 가도록 하고, 그렇게 잘 되어가는 것만 확인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새도 화살을 피하려 높이 날 줄 알고, 들쥐도 잡힐까 봐 사당 밑에다 살 자리를 마련하는데 도의다 법령이다 규정이다 하고 못살게 굴면 사람들은 어디고 피하게 마련이니 제발 그런 식으로 다스릴 생각은 말라는 것입니다. 도가(道家)의 무위(無爲) 정치입니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입니다. 시장에 개입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끝으로 ‘장자(莊子)’는 내편 외에도 외편, 잡편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것도 전체의 부분입니다. 무척이나 길고도 길은 책입니다. 현대인은 ‘나’를 강조하면서 ‘나’를 잃어버리고 삽니다. 우리는 자유를 추구하면서 자유를 잃어버립니다. 오늘도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하여 얼굴을 꾸미고 억지웃음을 보입니다. 자신의 방식대로 살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장자(莊子)’는 일상에 찌든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합니다. 이 글은 오강남의 ‘장자 (현암사)’와 조현숙의 ‘장자 (책세상)’, 신영복의 ‘강의 (돌베개)’를 정리하여 소개한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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