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
[어르신 고민 Q&A]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
  • 임춘식
  • 승인 2018.10.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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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남편 나이가 칠십 넷, 결혼생활 45년째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는 무척이나 성실하며 근면 검소합니다. 주색잡기, 물론 젊은 시절 한때는 사회생활 하면서 어울리다 그랬는지 도박도 여자도 가까이 한 적은 있었으나 그걸로 가정에 크게 피해를 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십 여년을 살면서 말 한마디, 언행 한 번 부드럽게 하는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화난사람처럼 무뚜둑 아니면 뚱. 툭툭. 이게 전매특허입니다.

그런데 바보스럽게도 자기랑 가장 가까운 아내를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경향이 그동안 많았습니다. 이젠 세월이 흘러 모든 것들이 변했습니다. 애들도 결혼으로 독립하였고 이젠 남편이 벌이도 없습니다. 그동안 축적돼 온 것들로 살아갑니다. 한마디로 남편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그동안 가슴속에 쌓이고 쌓인 것들이 폭발 수준으로 자꾸만 삐져나오니. 창피하지만 이혼하여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살고 싶습니다.(여, 70)

A.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한 부부들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 말합니다. 황혼이혼은 199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입니다. 일본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자 봉급생활자들 가운데 퇴직금을 탄 후에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내용을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도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체로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해왔던 50대 이상의 부부가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황혼이혼 문제가 사회적으로 처음으로 부각된 것은 1998년 70대 할머니가 90대 남편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 위자료 청구 이혼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사건에서였습니다. 그러나 2005년 9월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승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황혼이혼의 특징을 보면 첫째로, 연령대가 주로 50대에서 60대 이상이고, 둘째로 자녀가 대부분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라는 점, 셋째, 황혼이혼의 원인은 만성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45년을 참다가 70세 넘어서 이혼한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어쨌든 더는 참고 사는 게 미덕이라고 여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탓만은 아닙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약화하는 부부간의 연결 고리가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합니다. 연결 고리를 강하게 할 방법은 있습니다. 소통과 애정 표현입니다.

이혼한 부부의 혼인지속 기간을 보더라도 황혼 이혼의 증가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이혼한 부부의 평균 혼인지속 기간은 15년으로 10년 전보다 2.7년 증가했습니다. 혼인지속 기간은 실제 결혼 시작 시점부터 사실상 이혼(별거)까지를 말합니다.

그리고 전체 이혼 중 혼인지속 기간 20년 이상 비중은 1997년 9.8%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31.2%까지 올랐습니다. 이혼부부의 3분의 1 가까이가 황혼 이혼인 셈입니다. 놀라운 사실입니다
왜 이혼을 선택하는가? 이혼을 고민하는 주된 이유는 함께 있지 않은 시간이 길어져서 입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혼 상담을 받은 남녀 모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장기간 별거를 꼽았습니다. 남성은 29.2%, 여성은 19.0%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성격 차이, 경제 갈등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년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60∼70대 남성과 여성 모두 장기 별거와 경제적 갈등, 성격 차이를 가장 큰 이혼 이유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밖에 배우자의 폭력이나 가출, 외도, 폭력 등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혼인 초부터 존재해 온 문제들이 노년에도 반복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나 자녀 문제 등으로 참고 지냈으나 더는 견디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십 년간 참았지만 뒤늦게라도 내 삶을 살아보겠다. 결심하고 이혼을 원하는 경우가 급증했다는 뜻입니다. 이어 기대 수명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나 재산 및 연금 분할 가능 등 경제적인 불안감이 감소한 것도 주요 원인입니다.

흔히 황혼이혼이라고 하면 과거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 속에서 남편의 폭언, 외도 등의 파탄 사유에 대해 참아오던 아내가 이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최근 남편들의 이혼 신청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남편이 이혼 신청 사유는 보통 집안 내에서 느끼는 소외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혼이나 미혼과는 다른 것으로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즉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개선을 꼬집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혼이 잘못된 일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혼하면 낙인을 찍는 문화가 있는데 이런 인식이 사라져야 합니다.

황혼 이혼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이혼 후에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한 인격체로서 대하며 배려나 존중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십 년간 가족으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줬던 상처에 대해 뒤늦게 깨닫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황혼 이혼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함께 부부간 소통을 통해 일찌감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혼으로 갈 때까지 곪지 않고 개선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을 통해 소통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건강한 가정을 꾸리도록 유도 한다면 황혼까지 참다가 이혼하는 문제를 장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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