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훈민정음 '상주본'에, 왜 그리 매달리나? 1억~2억원의 가치가 합리적!
《특별기고》훈민정음 '상주본'에, 왜 그리 매달리나? 1억~2억원의 가치가 합리적!
- "차라리 1,000억원의 1,000분의 1이라도 훈민정음 연구자들에게 지원하라!"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10.31 18:5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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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훈민정음 해례본 중 '상주본'의 가치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해당 문헌을 소유한 배익기 씨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1,000억원을 주더라도 (국가에)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1조원의 감정가격을 슬그머니 흘렸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그를 국감장까지 불러 “제발 국가에 돌려 달라”고 구걸하듯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에 대해, 국어학 전문가들은 "모르면 전문가들에게 미리 자문이라도 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미숙한 일처리를 꼬집고 나섰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과연 논란의 '상주본'이 국어학적으로 얼마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부터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31일 훈민정음 권위자로 평가 받는 정우영 교수(동국대 국어국문학과)의 전문가적 견해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교수가 본보에 전해온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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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훈민정음 해례본은 대한민국 국보 제70호(1962.12.)이자,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1997.10.)된 우리나라 문화재이자 세계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 이와 같은 평가는 현재 간송미술문화재단(서울 성북구. 대표 전성우)에 소장되어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2) 이 책의 가치는 570여년 전, 세종대왕이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한 근본 취지와 날마다 씀에 편안하기를 소망하는 마음, 특히 한글을 만든 원리와 운용법, 그리고 실제 용례 등등 창제원리와 용법을 모두 해설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인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탁월하다.
- 특히 한글(훈민정음) 창제는, 요즘 말로 금수저나 은수저처럼 권세께나 하는 집안사람들이 아니면 배울 수 없었던 한자/한문 아니면 행세할 수 없던 시절에, 사대부층의 전유물이 아닌,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누구든지 배워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세종의 한글 창제를 계기로 희망찬 기회와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글(훈민정음)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값지다. 

3) 이러한 소상한 내용을 알게 해준 것은 현재 남아 있는 간송본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비록 맨앞의 세종서문과 초성규정 일부가 낙장(제1-2장, 4페이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온전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에 배 씨를 불러 '상주본'을 “제발 국가에 돌려 달라”고 구걸하듯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가?
- 그 자료의 가치는 국어학자(훈민정음 전공자)에게 물어보았다면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확실하게 말해주었을 것이다. 전문 연구자가 있는데 그런 분에게 자문을 구하지도 않고 장본인을 불러 자료를 내놓으라 요구하다니, 참으로 일처리 하는 게 미숙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소유자와 사전에 아름다운 헌납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서로 갈등만 키운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 자료의 습득과정이야 어쨌건 간에 사전 조정 작업도 없이 불러다 놓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여서는 서로의 입장이 다르므로 일이 원만히 해결되기란 아예 무망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 이 상주본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8년 7월 30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였다. 안동 MBC에서 보도한 영상자료를 캡처해 가지고 있는 분이 있었다. 저도 그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현재 국보 제70호인 간송본과 동일한 자료임이 분명하다.
- 배 씨의 해례본 자료는 현재 간송본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책의 크기가 원간본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양과 질인데, 그 분량은 해례본 전체 33장(오늘날 식으로는 66페이지) 중에서 13-14장 (26~28페이지) 정도로 현재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소장하고 있는 해례본의 1/2 분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 특히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자료의 질인데, 세종대왕의 글(세종서문과 자모.운용규정)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즉, 그분이 가진 자료는 현재 국보70호인 간송본이 모두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국가가 이 자료를 구입한다면, 대한민국 국보의 일부라도 소유하게 된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훈민정음에 관한 기존의 연구에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만한 내용은 이 자료에 전혀 들어 있지 않다.
- 간송본은 세종대왕의 글 중에서 2장(4페이지)이 떨어져 나가 세종실록 등을 보고 보수해 놓은 상태에 있다. 이 낙장 부분이 아주 중요한데, 이분이 가진 자료에는 세종대왕의 글 자체가 몽땅 빠져 있다. 
- 이분은 책 안에 중요한 연구 기록이 있다고 하여 굉장한 자료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18세기에 그 책을 가진 어떤 경상도 사람이 훈민정음을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메모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경상도 한자음 몇 개만 확인될 뿐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한자 반자라도 기여해주는 바는 없다. 사실보다 크게 과장된 면이 있다.

◆배 씨가 가진 것의 가치:
①훈민정음 해례본이 여러 권이 실제로 간행되었다는 사실은 확인시켜준다.
②현재의 간송본보다 좀더 깨끗하고 온전한 크기로 되어 있다. 그 외에는 기여할 만한 것이 없다.

4) 바람직한 수습방안:
①현 소유자에게 이 자료의 가치가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②이분이 1,000억원을 주어도 국가에 내놓지 않겠다고 한 속마음과 그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전 소유주(조씨)는 이 자료가 공개되기 전까지 해례본에 대해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배 씨가 해례본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타면서부터 원 소유주로 나서서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 추측건대, 이전 소유자는 이것이 중요한 자료인 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내막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이 자료가 현재 배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인 만큼 어떤 중재안을 원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이 자료는 그렇게 중요한 자료는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국가에서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이 자료의 가치는?
- 문화재청에서 1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정신문화사적 자산 가치를 과장해 말한 것이지, 금전적 가치는 그에 현저히 못 미치는 자료다.
- 그분이 원하는 금액이 그것의 1/10인 1,000억원 얘기도 오가는 듯한데, 국어학자(훈민정음 연구자)가 볼 때, 간송본 하나만 있으면 이 자료는 거의 가치가 무색해진다. 그 실질적인 가치를 이분이 잘 모르는 것 같다. 합리적인 가격은 1억-2억원 정도 선이라 생각되며, 국립한글박물관 쪽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 10억원 단위로 올려 요구한다면 단호히 수용을 거부하고, 그 돈으로 훈민정음 연구자 한 명이라도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믿는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배익기 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 (사진=배익기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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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2018-11-24 17:46:47
지금까지 나온 상주본 보도 중에서 가장 신뢰할만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7월말 안동MBC 보도 이후에 거의 대분분의 보도들이 과장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상주본 때문에 전국민이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2018-11-01 01:47:55
기자양반 문화재청소속이신가 ㅋㅋ

세종 2018-11-01 01:18:58
참으로 옳은 말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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