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신상두 기자] 세종의 일부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된 지 4년정도가 됐다. 최교진 교육감의 핵심정책으로 추진돼 해당 학교의 수업 풍경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주입식 수업 대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생된 긍정효과들이 교육 가족들의 입에서 전해지고 있다.
“우리아이는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졸업생들이 모이는)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어요.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도 하고, 집중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편이예요. 주입식 수업은 싫어하고”(혁신학교 수왕초 졸업생 학부모 P씨)
“혁신 초등학교에서 수년간 생활하다 온 아이들의 리더십과 능동성은 (일반 학교 졸업생보다)확실히 뛰어납니다. 한가지 주제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의견을 펼치는 프로젝트 수업에 적응한 친구들이라, 자기 의견 개진에도 스스럼이 없죠”(일반 중학교 교장 A씨)
‘세종혁신학교’는 2015년 첫선을 보였다.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바탕으로 전문적 학습공동체, 자율과 협력의 생활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미래 공교육 모델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해 시범학교로 선정된 곳은 연동·연서·미르·온빛초 등이었다. 당시 <굿모닝충청.2015년 6월 23일자>은 연서초의 혁신과정을 지면에 소개한바 있다. 3년 반정도가 지난 최근, 연서초를 다시 방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다음은 이주선 연서초 교장과의 일문일답.
혁신학교를 운영한지 4년정도 됐는데. 아이들에게 생긴 변화는.
‘배움을 즐기게 됐다’는 것과 자유로운 교육환경속에서 능동적인 자기주도적 사고를 하게 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처음(올해 9월)부임했을 때 학생다모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제 옆에 앉아 있던 (처음보는)학생이 “우리학교 명물이 뭔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저에게 “밴드부와 가야금을 잘하는 누나도 있지만 그 중에 최고는 고슴도치와 풀벌레, 초록농장’이예요”라고 답을 알려주었다. 처음 만난 교장선생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던지는 자발성과 자기 표현력은 혁신학교 수업의 성과물이다.
두 번째로는 학교생활과 관련된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자치능력(?)이다.
예를 들면, ▲주말에 학교에 놀러와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어른들에게‘깨끗한 연서배움터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붙이자는 2학년 아이들 ▲교장실에 놀러와서는 냇가 쪽 도로가 푹 꺼져서 위험하고 교실 뒤편에 말벌집이 있는데 없애 달라고 청하는 식의 접근법은 성인의 ‘자치’에 뒤처지지 않는다.
민주적인 학교문화 형성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치다모임에서 민주절차를 거쳐 지킬 약속을 만들고 ‘친구들을 배려하고 혼자 두지 않겠다’거나 ‘우리가 만든 약속이니 우리가 지키겠다’ 등의 자치규범을 스스로 정해 발표하는 것 등은 어른 못지않은 발상이다.
학교와 교사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예전에는 배움이 교실안에 갇혀 있었지만, 혁신학교에서는 교육공동체(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하는 교육으로 발전했다.
교사들은 수업준비 외에 매주 한번씩 전문적 학습공동체 등을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키우고 있다. 교사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다보면 갈등도 생긴다.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면서 배려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도 배운다.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우선은 세종형 학력을 구현할 수 있는 우리학교만의 특화된 창의교육과정을 기획․실행하는 것이다. 또, 이를 다른 학교에 개방․공유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을 익히고,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학생자치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혁신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학부모들에게 혁신학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구하기 위해 공감·소통을 강화하는 문제가 현안이다.
한편, 연서초는 4년의 혁신학교 과정을 마치고 내년부터는 다음단계인 ‘혁신자치학교’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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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현재 진행형, 연서초
기고 l 연서초 교사 김용균
배움이 즐겁고 나눔이 행복한…
혁신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학교의 비전과 목표 아래 체계를 잡고, 학년별로 연속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비전을 실현할 교육과정 정립이 필요했다.
비전은 설문 등를 통해 교사·학생·학부모에게 필요한 요소를 키워드 중심으로 분류해 배움·나눔·협력이라는 세 가지를 도출했다.
학교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비전과 교육목표 등을 학급교육과정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였다. 오랜 협의 끝에 학교교육중점별 학급교육활동을 정리해 학급 교육계획에 반영했다. 학년에서 운영하던 활동을 학교교육중점별로 정리해하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가감창제’가 이루어졌다.
혁신의 본질 ‘수업’에서 찾다
“우리가 혁신을 위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지속가능한 혁신의 방법은 무엇인가?”여러 혁신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고민을 반복했다. 막연했던‘혁신’은 오랜 협의를 거쳐‘교육의 본질’로 귀결됐고, 여러 교육 활동들이 결국에는‘수업’에서 발현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수업혁신’에는 수업 나눔을 통해 협력적이고 개방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구성원들의 의지도 반영됐다.
수업 나눔은 일정과 과목, 주제를 정해 수업 스케줄을 짰다. 수업공개 전주에는 수업사전 협의회를 하고 피드백을 받은 수업안을 공유했다. 수업공개 당일에는 임시시정을 운영해 전교원이 수업을 참관했고, 오후에는 수업 나눔 협의가 진행됐다. 수업자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수업자 스스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3주체 생활 협약’ 공동실천 수립
자율적인 학교분위기는 학생들의 자신감과 주도성을 높여 준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부분이 학생들의 주도성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주장이 분명하기에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특히 생활지도 부분에서는 ‘교사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결국‘모두가 합의된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학생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치다모임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강당사용부터 통학버스 질서 문제까지 학교생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약속을 정하자고 했다. 이러한 협의를 통해 3주체 생활협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올해 초 학급 생활약속을 정하기 시작했다. 협의된 내용은 전체 다모임 시간에 학생 생활협약으로 만들어졌다. 학부모회에서도 교사 전학공에서도 생활협약을 만들었다.
든든한 지원군! ‘부모 교육 참여’
학부모 참여 교육은 생태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책방이모, 방과 후에 전래놀이를 함께하는 놀이이모 등이다. 또, 학부모회장을 중심으로 학교행사를 지원해주었다. 교원이 기획한 학교교육과정을 학부모회장과 함께 공유하고,수정 하면서 진행했다. 학부모회는 학급 활동에서도 다양한 교육기부, 재능기부를 해주었다. 이러한 지원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매우 큰 힘이 된다.
소통으로 다지는 교직원 문화
매월 갖는 교직원 다모임을 소통과 관계 증진을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생일인 교직원을 축하하는 시간을 갖고, 교원간 협의 및 학급교육과정 운영 안내 등을 진행했다. 회의전달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시도였다. 또, 모든 교직원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함께 하는 협의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