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의 도시마케팅] 행정·권력기관 동거 ‘다핵도시’… ‘공유공간’ 아쉬움
[강대훈의 도시마케팅] 행정·권력기관 동거 ‘다핵도시’… ‘공유공간’ 아쉬움
(31) 도시 개발의 관점, 지역 경제와 시민의 소통
  • 강대훈
  • 승인 2018.1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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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쿠바 시
츠쿠바 시

[굿모닝 충청 강대훈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대전세종시협공동회장]

 

강대훈 해외한인경제인협동조합 이사장 /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 화동인터내셔널 대표이사 / 26년 동안 수출과 투자유치 활동 / 세계 100개 도시 전략 연구
강대훈 해외한인경제인협동조합 이사장 /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 화동인터내셔널 대표이사 / 26년 동안 수출과 투자유치 활동 / 세계 100개 도시 전략 연구

 

대전 서구 둔산 진단 3

85년 츠쿠바 엑스포와 93년 대전 엑스포
대전의 대표 도심, 둔산지구는 '93 대전 엑스포'를 기점으로 25년 전 신도시로 개발되었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정부 청사가 있는 과천을 합쳐놓은 개념으로 설계한 것이다.  정부의 일부 부처를 대전으로 내려 행정타운으로 만들고 야산과 군 부지, 녹지가 많은 곳에 대단위 아파트를 지었다.  그때 대전의 미래를 벤치마킹을 했던 것이 1985년 우리와 같은 '엑스포'를 치른 일본 츠쿠바였다. 도쿄에서 쾌속 열차로 한 시간 거리인 츠쿠바를 걷거나 드라이빙을 해보면 어쩜 도시의 모습이 이렇게도 겹쳐지는지?  도시 복사를 본 것 같다.

츠쿠바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 명의 노벨상 수상자, 일본의 국가 출연 연구소가 몰려 있고 계획된  도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심심한 곳, 젊은 인구의 유입이 적고 성장세도 눈에 보이지 않는 도쿄의 외곽 도시를 과학 엑스포를 치루었다는 것으로 따라 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 후발 주자는 개선하던지 창의적으로 진화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요코하마 시
요코하마 시

만약 대전이 과학에 문화, 창의, 공공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있는 요코하마를 벤치마킹했다면 멋지고 풍요로웠을 것이다. 쓰쿠바는 지금도 일본을 대표하는 과학도시이지만 글로벌 기업 유치와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기업 수, 국제행사, 지명도, 도시 미관에 있어 요코하마시에 비할 수 없다. 도시를 어떻게 개념화하는 것에 따라 전략이 다르고 방법도 달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1958 츠쿠바 엑스포
1958 츠쿠바 엑스포

둔산은 대전의 대표 도심이며 충청권 최고의 행정타운이다
둔산지구가 개발된 지 25년이 지나고 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들과 건물들은 25만 km를 달린 중고차처럼 이곳저곳 고장이 난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에 수억 원을 들여 난방공사를 했고 올해 또다시 수억을 들여 엘리베이터를 바꾸었으며 내년에는 또 어떤 비용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둔산에 활용 가능한 부지들은 아직 남아있고 도시의 레이아웃도 망가지지 않은 것이다.

대전시 둔산동 은하수 네거리
대전시 둔산동 은하수 네거리

둔산에는 시청이 있고 법원, 검찰청, 특허법원, 대전지방경찰청, 충청체신청, 토지공사 등이 밀집해있다.  둔산의 문제는 중앙 부처가 내려온 정부종합청사와 권력 기관의 상징인 법원, 검찰청과 시정의 중심인 시청이 한 지역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절대 생태계가 필요한데 한 우리에 수컷 세 마리가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 서로 으르렁거리지 않으면 고양이처럼 조용히 있어야 서로 살 수 있다. 둔산으로 옮겨온 각 청은 커질 수 있는 몸짓을 누르며 조용히 사는 쪽을 택한 것 같다.

25년 전, 신도시를 만들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대전의 도시 계획을 복기해 보았다

1. 둔산동에는 시청만 오는 것이 좋았다.
한 지역에 하나의 중심 기관이 있어야 도심은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지금 둔산은 한 공간에 시청, 법원. 검찰청, 정부종합청사가 동거하는 다핵 구조이다.  더욱이 신청사 대전시청은 소통형 건물이라기보다는 닫힌 공간이며 업무동이다. 바르셀로나 시청, 필라델피아 시청같이 시청사는 그 도시 최고의 미적 역량을 넣어 세운다. 그러나 기능만 넣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르코르뷔지에적 항변을 듣는다 해도 대전 시청에 소통형 공간은 없다.  시청 남문에 공원형 부지는 있지만 유동 인구가 적고 차량이 지나가는 대로변일 뿐이다. 도심을 안고 있는 북문에는 유동 인구는 있지만 행정 청사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광장이 없어 소통이 어렵다.  대전시 공원의 가장 큰 문제인 주요 시설과 보행에 이어지지 않는 분절이 시청과 그 앞  세로 공원에도 발생한다. 그래서 뉴욕 시청처럼 시청 계단과 청사 앞 공간을 옥외 집회로 사용하거나 기자 회견 장소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시청 북문 가로변에는 현수막을 걸고 천막 시위를 하는 단체들이 있지만 그들의 호소도 시민과 공명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에 투쟁의 효율은 떨어지고 청사 안의 행정 사무에도 무리를 준다.  전시회 그림도 너무 바짝 보면 잘 보이지 않고 어지러운 것이다.

2. 법원, 검찰청 앞 둔산 법조 타운은 혼잡한 장터?
법원 검찰청은  선화동을 떠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선화동, 목동  어느 곳에  '사법 박물관' 같은 것들을 지어서 지역 문화에 도움을 주고 선화동과 대흥동 전체를 품위 있는 법조 타운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대전의 정치권과 시는 무슨 생각으로 법원, 검찰청을 둔산으로 다 보내 버려 중구를 속이 빈 공갈빵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 둔산으로 온 법원, 검찰청도 청사 앞 부지를 시원하게 확보해야 했다.  청사 앞으로 한 불럭 정도는 녹지로 놓아두고 그 건너를 상업 지역으로 설계했어야 했다. 공간은 부동산 가치뿐이 아나라 관련 업종, 기업, 산업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로 중요하다. 그러나 권력 기관 코앞 전면에는 옹색한 법조 건물들이 상가와 식당으로 포위되어 있다. 도로는 늘 막히고 보행자와 차들은 뒤섞여 혼잡하며 주차는 어렵다. 여름이면 냉방기에서 방출되는 열기와 대책 없이 버리는 쓰레기로  악취에 머리가 아프다. 이곳이 과연 중부권 최고의 법조타운이 맞는지? 사법기관의 품위는 어데로 갔는지?  어지러울 뿐이다. 

3. 국무 위원이 사무를 보는 ‘대전 정부 청사’
둔산동 청사로 156,797평에  떡 버티어 세워진 4개 동 사각 건물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산림청,  문화재청이 들어있는 대전정부청사이다. 중앙 부처답게 공원도 부지도 적절히 확보했다. 그러나 청사가 주변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주고 식당 매출을 올린 것 외에는 지역 경제에 주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청에서의 활동 대부분은 청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부 3청이 있는 청사에서의 경제 행위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국사에 비하면 작게 생각들 수 있겠지만 인근 민간이 하는 어린이집이라든지 청내 매장에서 구매를 하는 안경, 서책, 식당까지도 소상공인에게는 죽고 사는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청 밖에서 이용 빈도를 높이고 미흡한 것이 있다면 인근 사업자의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지원하다면 중앙 부처로서 지역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이 청사를 설계 공모한 1991년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대덕구 상서, 평촌 지구로 내려왔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계족산을 배산으로 신탄진의 넓은 땅을 깔고 유성 도룡 쪽을 보며 앉았다면 인왕산을 등지고 광화문 세종로를 내려 보고 있는 청와대처럼 기세가 강해졌을 것이다. 
 
4.  둔산 타임월드는 타임 스퀘어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 도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백화점, 쇼핑몰 같은 상업 시설이다. 최근 둔산 타임월드 갤러리 앞에 변화가 생겼다. 서점 대교와 롯데 시네마가 들어왔고 패션 브랜드 H&M, 유니클로가 둥지를 틀었다. 이것을 보려고 주말이면 논산, 청양, 예산의 젊은이들이 둔산에 온다. 이들 브랜드들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총선에서도 하지 못하는 상시 집객을 한다. 사람을 모으게 하는 집객으로 식당, 주점, 숙박 등 골목 상권이 산다.

뉴욕의 타임 스퀘어는 도심에 있는 교차로 광장으로 가장 뉴욕다운 곳이다. 화려한 광고 전광판이 사방에 있고 집채보다 큰 전광판에서 폭죽을 터트리듯 한 이미지가 쏟아진다.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글로벌 기업들은 여기에 광고를 걸며 사람들은 몰리는 인파에 각성이 된다. 껴안은 연인들, 광장 계단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려고 몰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에너지를 받고 즐거워한다. 이 타임스퀘어가 브로드웨이에 이어져 문화산업이 탄생한다. 관객 없는 공연이 어디 있겠는가? 쇼핑 벨트와 문화 시장은  한 벨트이다. 뉴욕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 도시에 타임스퀘어가 있다.  홍콩에서도 타임스퀘어는 청춘 남녀의 약속 장소이며 쇼핑의 핫 플레이스이다.  그런데 둔산 타임월드 주변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타임 스퀘어를 만들 부지를 찾지 못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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