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노부모 간병, 고통을 받고 있는 자녀들
[어르신 고민 Q&A] 노부모 간병, 고통을 받고 있는 자녀들
  • 임춘식
  • 승인 2018.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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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노부모 간병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자녀들이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심지어 간병살인이 많다는 소식을 쉽게 접하게 됩니다. 나이가 드니 남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후가 무섭고 두렵습니다. 도움을 청합니다.(남, 78)

 

A.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비중 14.2% 이상)로 진입으로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살인과 자살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습니다. 특히 간병살인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간병인 3인 중 1인은 환자를 죽이고 싶은 분노가 생긴다고 할 정도로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2017년 기준 10년간 간병살인 사건이 173건 발생했으며 한 달로 따지면 1.4건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들어 자식이 치매에 걸린 부모를 폭행해 숨지게 만드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오랜 시간 간병을 해온 자식들의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치매 걸린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의 정신적 힐링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2016년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송 모(51)씨를 구속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송 씨는 어머니 우모(79) 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얼굴과 몸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습니다. 송 씨는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결국 존속상해치사혐의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또한 2017년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박 모(60)씨는 술에 취한 아버지를 돌로 때려 숨지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박 씨는 어머니 이 모 씨에게 가재도구 던지며 행패를 부리던 중 아버지 박 모 씨가 이를 나무라자 거실 화분에 있던 차돌로 내려쳐 살해한 혐의를 받아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박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박 씨가 반성을 하고 있고 치매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를 수년간 모시면서 가장 역할을 해오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대구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75)을 흉기로 찌른 이모(74) 씨는 간병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입니다. 남편은 2012년부터 치매를 앓아 이씨가 5년 넘게 돌봤습니다. 간병 고통이 가슴에 와 닿는 사연입니다.

“요양병원 갈라케도 안 간다 카제. 그래 정 가기 싫으믄 내가 델꼬 있자 했지. 거울에 자기 얼굴 비치면 ‘이 새끼’ 하며 주먹으로 깨버리는기라. 집에 있는 거울을 싹 다 치었제. 나한테 욕하고 때리고…. 원래는 안 그랬다. 색시처럼 얌전했는데…. 다른 할머니들이 남편 치매 걸렸다고 할 때는 그런갑다 지. 내가 안 겪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간병해보이 정말 환장하겠더라. 못난 꼴만 봐야 하고.”

남편은 아침만 되면 밖으로 나가자고 보챘습니다. 여행 갈 형편이 안 되는 이 씨가 할 수 있는 건 남편과 함께 지하철을 타는 것뿐이었습니다. 5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8시간 이상 지하철을 탔습니다. 당뇨병과 우울증, 불면증을 앓는 이 씨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대구에 지하철이 3호선까지 있는데, 안 가본 역이 없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남들 보기에는 ‘나이 들어서도 정이 좋다’고 생각했겠지….”

어느 날 수면제를 먹고 자는 남편을 찌르고서 자신의 배를 찔러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다행히 함께 사는 딸에게 발견돼 둘 다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시기마다 다르지만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사람의 3분의 2가 나중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탓에 결국 치매가 치매를 낳는 셈입니다. 자식 스스로 치매에 걸린 부모와 '심리적인 이별'도 필요합니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싶어도 일종의 분리불안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여 자신도 모르게 학대의 주범이 되기 전에 부모와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서울신문(2018) 자료는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 10명 중 6명은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10배 이상 높은 비율입니다. 특히 간병 기간이 5년을 넘거나, 월 소득이 300만 원 이하일 때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간병 기간이 5년을 넘으면 우울증 가능성이 크게 높았습니다.

특히 간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년 이하’(62.8%)가 높았습니다. 아직 간병에 익숙하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가족이 아프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족간병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극심한 피로를 일으키고,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끼쳐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등 전 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집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독박간병’인 경우 우울감은 한층 더 심해집니다.

어쨌든 생활고와 축적된 부양 부담으로 간병인이 요양노인과 함께 자살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기 간병 살인은 치매 부모를 모셔야 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자식의 스트레스가 누적돼 오다 한순간 폭발해 발생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간병하는 자식들의 스트레스를 틈틈이 해소해야 순간적인 분노도 살아 질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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