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던 최영미 시인은 2일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이 없는 나라, 성추행을 당하고도 고소 당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이날 SBS가 주최한 D포럼의 '용기를 낸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그는 “미투는 남성대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며 “이 사회는 미투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다.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특히 “문단의 미투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한국 문인들은, 편집위원이자 교수이자 평론가인 문학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부조리한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원로시인을 겨냥, “권력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으며 자신을 반성할 줄 모르는 게 권력의 유일한 약점”이라며 “왜 (미투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제가 수치심을 느껴야 하느냐. 제가 느꼈던 수치심을 그에게 돌려주고 싶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미투를 폭로했던 ‘괴물’이라는 시와 관련, “저는 겁이 많아 차선을 바꾸기가 무서워 운전도 못하는 사람인데, 글 쓸 때만은 이상하게 용감해진다”며 “원고마감 전날까지 En을 N으로 바꿔야 할지 겁이 나 지웠다 다시 쓰길 반복하다, 내 자신에 염증이 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En을 N으로 고치지 않은 게 제게는 가장 큰 용기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는 이날 에필로그에서,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서 성폭행 당했던 미국의 흑인여류시인 마야 앤젤루(1928~2014)의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Still I Rise)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하지만 동병상련의 감정이 이입된 탓인지, 울먹거림에 시 낭송을 수차례 멈칫거렸다.
“너의 그 심하게 비틀린 거짓말로 / 너는 나를 폄하해 역사에 기록하겠지 / 너는 나를 아주 더럽게 짓밟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먼지처럼, 나는 일어날 거야. (중략)
너는 너의 말들로 나를 쏠 수 있고, / 너의 눈빛으로 나를 조각낼 수도 있고, / 너의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겠지, / 하지만, 생명처럼, 나는 다시 일어날 거야. (중략)
부끄러운 역사의 오두막으로부터 / 나는 일어서리 / 고통의 뿌리인 과거로부터 / 나는 일어서리”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