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①] 천안 호두 사용 81곳 중 고작 3곳… 시배지 무색
[커버스토리 ①] 천안 호두 사용 81곳 중 고작 3곳… 시배지 무색
천안호두 명성 이제는 옛말? - 값 싼 수입산에 자리 내줘
  • 정종윤 기자
  • 승인 2018.11.08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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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는 우리나라 호두 시배지다.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9월에 통역 관리였던 유청신이 왕을 모시고 당나라를 갔다가 돌아오면서 박피 호두 종자와 묘목을 가져왔다.
씨앗은 유청신 자신이 살던 천안시 광덕면 매당리 집 앞에 심고 묘목은 지금의 광덕사 경내에 심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처음 호두가 전파됐다.
이 후 농민들은 정성스레 호두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천안시는 호두의 시배지이자 명산지가 됐다.
그러나 최근 천안 하면 호두는 옛말이 됐다.
천안에서 생산되는 호두의 총 생산량은 지난 해 기준 114톤으로 경북 김천 334톤, 충북 영동 229톤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지난 해 뿐만 아니다.
천안은 최근 5년 간 꾸준히 김천과 영동에 생산량이 크게 밀려 3,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천안호두 명성을 되찾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창수 호두생명산업연구소 소장은 “천안호두는 단순 먹거리가 아닌 생명산업 소재로서 잠재적 가능성이 무한한 우리고장 보물”이라며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천안호두는 2008년 산림청의 지리적 표시 등록 ‘임산물 18호’로 등록됐다.

뒤이어 2009년에는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돼 독자적 재산권으로 인정받았다.

그만큼 천안 하면 호두가 떠오를 정도로 명성은 자자했다.

지리적 표시제는 보성 녹차, 청양 구기자 등 특정지역의 우수 농산물·임산물, 그 가공품에 지역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천안호두는 지리적 표시 등록 공고가 이루어질 당시 연간 생산량 66톤으로 전국 호두 생산량 979톤의 6.7%를 차지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천안호두는 다른 지역의 호두보다 무기질, 유리아미노산, 단백질과 지방 같은 영양성분이 풍부해 맛이 고소한 품질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효능들이 입소문이 나기시작하면서 천안호두로 만든 호두과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여파는 천안시내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조·명품 등을 내세운 확인되지 않은 호두과자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2008년까지 10곳도 안되던 천안지역 내 호두과자점은 올해 기준 100여 곳에 달했다.

호두과자 가격 경쟁은 시작됐고 ‘엎친 데 덮친 격’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손실도 발생했다.

값싼 수입산 호두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천안호두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천안지역 대부분의 호두과자점이 수입산 호두로 제품을 만들었다.

수입산 호두과자는 기존 천안호두로 만든 제품보다 인기를 끌지 못했다.

생산량 ‘제자리걸음’, 원인은?
호두 생산에 종사하는 인력이 감소하면서 인건비는 증가했다.

천안호두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산량은 48톤가량 늘었다.

경쟁 지자체는 생산량이 100~200톤씩 늘며 생산 소득도 높아지고 있는 반면 천안은 멀어져 가는 타 지자체를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생산량이 늘지 않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꼽히는데 노령화 된 묘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령화 된 묘목은 제대로 된 과실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기후, 야생동물(청설모 등)에 의한 피해도 생산량 저하에 한몫 거들었다.

천안시의 연평균 기온과 평균 일교차는 각각 11.8℃, 11.8℃로 호두의 과실 성장기 및 성숙시기인 6~8월 기온이 타 지역에 비해 조금 높아 호두 과실이 성장하기에 적합했다.

과실 완숙기인 8~9월께 일교차가 타 지역에 비해 높아 호두를 재배하기에 알맞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일찍 찾아오는 폭염 같은 이상기후로 호두 과실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또한 청설모 같은 야생동물은 호두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SK임업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규모는 총 206억4000만 원으로 이 중 호두 피해액만 21억7000만 원(11%)에 달했다.

청설모에 의한 피해액은 24억8000만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12%를 차지했으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지역별 피해규모를 살펴보면 충남(천안)지역이 전체 피해액의 95%로 20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타 지역은 생산량 대폭 증가, 왜?
천안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호두 시배지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에 비해 호두 생산량이 뒤처졌다.

경쟁 지자체 보다 농업생산 비중이 낮아지면서 관심과 지원활동은 줄었다.

천안호두 농가 및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호두 묘목 심기도 더디 했다.

김천과 영동 같은 지자체는 보다 집중적으로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또한 삼도봉협의체(경북김천·충북영동·전북무주)를 구성하는 등 호두농가 자체적으로 호두 보급 확대를 추진했다.

호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유희석 SK임업 팀장은 “기존 호두농가들의 고령화와 영세한 자본력으로는 천안호두 명성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라며 “비료·장비 등의 일시적인 영농활동 지원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귀산촌 지원과 임업·농업분야의 기업 육성을 통해 젊고 역량 있는 인재와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상 기업 지원이나 참여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법인 외 일반 기업의 지원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자체에서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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