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의 도시마케팅] 평범한 밀도·낮은 높이, 상권 쇠퇴 우려
[강대훈의 도시마케팅] 평범한 밀도·낮은 높이, 상권 쇠퇴 우려
(32) 마천루 시대, 대전이 높아지고 있다
  • 강대훈
  • 승인 2018.1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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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충청 강대훈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대전세종시협공동회장]

대전 서구 둔산 진단 4

“대전은 충청, 중부권의  중핵도시가 되어야 한다. 서해안 시대 중국에서 들어오는 1억의 관광 수요를 예비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도시들과 경쟁해야 하며 홍콩의 센트럴, 싱가포르의 옥차드, 뉴욕의 맨해튼같이 대전의 대표 도심인 둔산이 강해져야 한다”

대전에 마천루 시대를 연 것은 2012년 풍림건설이 대덕구 석봉동에 준공한  50층 (높이 170m) 금강 엑슬루 타워이다. 이 글을 쓰는 현시점에서 대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최근에는 유성이 솟고 있다.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 과학 공원 지역에 있는 대전 스마트시티는 복층식 펜트하우스를 보유한 38층 주상 복합 아파트이다.  유성구 봉명동 온천 지구에는 40층 주상 복합 아파트 자이가 올라갔으며 같은 봉명동에 세워진 사이언스 타운은 35층 주상 복합건물이다. 엑스포 기념 구역에서 2021년 완공되는 대전 사이언스 콤플렉스도 43층(193m)으로 올라간다. 중구 서대전역세 구역에도 우방이 짓는 아이유쉘 스카이팰리스가 40층 주상 복합 아파트로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둔산 신도시는 93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개발되었다. 이 시기를 사이로 세워진 클로버, 향촌, 황실 타운 아파트의 평균 층수는 15층이었는데 20여 년 동안 대전의 아파트 높이는 20층 이상 상승한 것이다. 비교적 낮고 부드러운 스카이 라인을 지닌 지역에서 살아왔던 나는 이런 마천루 지역에 들어가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건물에 아찔해진다. 
 
 

대도시 고층화는 주변 지역의 고층화 유도
고층 건물을 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높은 용적률을 받아 놓으면 건설 비용은 체감되고 분양 이익은 증가하기 때문에 고층화의 집념을 포기하기 어렵다. 또한 100층 이상의 마천루를 올리는 것도 현대 공학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도시를 관리하는 시에서는 도시 개발의 철학과 도시가 담아야 하는 내용과 전략을 명확히 해 놓지 못하면 고층이 난립하여 도시를 어둡게 하는  저주가 될 수 있다.

속초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뒤 한해 1759만 관광객이 밀려들었다. 이 수요를 맞추어 작은 시골 도시에 이십층 삼십 층 고층 건물이 들어서 시내에서 더는 설악산을 볼 수 없다는 불만이 커졌다. 젠틀리피제이션 이상 경관을 잡아먹는 콘크리트 고층화가 도시를 쇠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속초가 당면한 문제는 대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고층 건물 최상층에 올라서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장쾌한 기분이 들지만 관광지라고 홍보하는 곳에서도 산자락은 보이지 않고 어떤 빌딩은 주민의 권리인 조망권과 조명권을 송두리째 잡아먹고 있다.

나는 조금 전에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 회사 근처 대흥동 성모 병원 뒤쪽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전통적인 주택지인 이곳에는 고작 299세대가 사는 주상복합에 30층을 허용해주어 고층 밖에 사는 주민들은 보문산을 볼 수 없고 이 지역의 한쪽은 건물 높이만큼 그늘이 지어 동네가 죽어 버렸다.

고층반대 : 제인 제이콥스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그래서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고층화와 자동차 도로 중심 도시 계획에 반대하고 행동했던 대표적인 도시 운동가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16년 ~ 2006년 )이다. 그녀는 대학을 다닌 적이 없어 딱히 무슨 전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교 졸업 이후 스크랜턴트리뷴 기자와 뉴욕 건축포럼의 부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도시 구조에 따른 사회 현상을 통찰했다.  그녀가 1961년에 발행한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으로 세상에 크게 알려졌는데 도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사상가로서 영향을 주고 있다. 제인 제이콥스는 고층 빌딩을 싫어했고 자동차의 도시 점거와 넓은 주행 도로가 마을 공동체를 분절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시의회를 점거하는 행동도 불사했다. 그녀가 주장하는 활기 있는 사람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잘 마련하고 일상 생활의 대부분을 걸어서 할 수 있는 범위로 좁혀져야 한다. 용도 혼합, 짧은 블록, 다양한 건물, 높은 밀도라는 도시 용어는 그녀가 사용한 개념들이다. 

고층찬성 :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제인 제이콥스와 지식을 얻는 경로, 삶의 철학과 생활 방식에 있어 맞은편에 있는 도시 학자는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 교수이다. 그는 고층화가 집적도가 높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1970년대 파산 위기에 빠졌던 뉴욕이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고층화로 인한 인구 집적의 효과라고 말한다. 고층화가 될수록 도시는 탄소를 적게 사용하고 시민 이동에 시간이 줄어들며 도시 관리 비용은 적게 든다.  비용 이상 중요한 것은 고층화로 인한 집적도가 사람과의 접촉을 늘려 문제 해결의 시간을 줄이고 창의적인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인용한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국가 내 도시인구 비중이 10% 증가하면 그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0% 향상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제인 제이콥스를 1960년대, 뉴욕의 그리니치를 중심으로 관찰하고 생각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한계를 지적하며 21세기 글로벌 도시들의 사례를 인용함으로써 도시 이론의 영향력이 큰 제이콥스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학을 대표하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견해가 대전시에서는 변증법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고층화, 둔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도시에서는 고층을 허용해야 할 지역과 고도를 제한해야 하는 지역이 있다.

대덕대로 노변에 있는 월평동 대전 무역회관은 지상 18층으로 건립이 되었다. 이 건물은 지난 평창 올림픽 조직 위원장으로 수고를 했던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있을 때 구상하고 추진한 것으로 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재미 대사가 무역협회 회장 재임 시기인  2012년에 준공한 것이다. 나는 이때 한국무역협회의 7만여 회사의 수출 마케팅을 지원하는 컨설턴트로 일할 때여서 그 추진 경과를 알고 있다. 이 회관의 원안은 21층 이상으로 올려 지역의 랜드 마크로 만들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사 유적지에 그늘이 지는 것을 우려한 대전시 문화제 위원회의 심의를 뚫지 못하고 그만 18층으로 앉아 평범한 건물이 되었다. 내 생각에는 그때 더 올렸어야 했다. 무역회관은 당시만 해도 서구에 세워진 멋진 건물이었지만 통계청이 들어온 이후 사람들 시계에서 가려졌다. 이것이 30층 이상으로 올라갔더라면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이끌면서 대전. 충청 지역의 무역 관련 기업과 금융 기업을 유치하는 통상 허브가 되었을 것이다. 층수를 제한하는 결정적인 법적 사항은 용적률 800%에 있었다. 그 사이에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는 123층으로 하늘을 뚫었으며 천안의 펜타포트 레지던스 타워는 66층으로 올라갔다.

강대훈해외한인경제인협동조합 이사장 /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 화동인터내셔널 대표이사  / 26년 동안 수출과 투자유치 활동 / 세계 100개 도시 전략 연구
강대훈 해외한인경제인협동조합 이사장 /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 화동인터내셔널 대표이사 / 26년 동안 수출과 투자유치 활동 / 세계 100개 도시 전략 연구

 

동구 대전역에 있는 코레일과 철도 시설공단 사옥은 28층 건물이며 대전 역세권 복합 시설 구상에는 80층 건물, 높이 300m 이상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여건이 되면 100층 이상으로 올리고 싶을 텐데 대전 역세권에 상징적인 마천루를 세우면 지역에 시세를 빨아들여 분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덕, 유성에서 시작된 고층화의 바람으로 대전의 지형은 높아지고 있다. 둔산은 그동안 도심으로서 행복한 즐거움을 누려왔지만  대전시가 광역시로 팽창되었고 시의 동, 북, 서쪽이 개발이 진행되는데 평범한 밀도와 낮은 높이의 둔산권은 후미진 상권이 될 수 있다. 시와 구청 역시 용적률 상향에 대한 압력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둔산은 고층화에 따른 새로운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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