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목동의 중심이 된 작은도서관 마미뜰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목동의 중심이 된 작은도서관 마미뜰
(89) 마미뜰을 함께 만들어가는 장혜영 씨의 이야기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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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기자] 요즘 새롭게 뜨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은 목동 주민자치센터 바로 위층, 마미뜰이다. 문을 열자 널찍한 공간은 밝고 깨끗하면서 또 부산하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엄마의 팔에 매달린 아이들이 눈에 띈다. 몇몇은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면서 문을 나서지만 몇몇 아이들은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재미있는 놀이터에서 끌려 나가기 싫어 버티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공간은 셋으로 나뉘어 있다. 큰 홀은 도서관 같기도 하고 아늑한 카페 같기도 하다. 둘로 나뉜 안쪽 공간 중 왼편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낮은 책상에서 책을 보다가 심심하면 방바닥을 뒹굴기도 하는 곳이고 오른편은 어른용 의자들이 가지런히 한쪽을 보고 있다. 각종 문화강좌를 진행하는 곳이다.
“마미뜰은 한마디로 아이들과 엄마들이 책도 보고 주민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노는 공간이에요. 유치부 놀이방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북카페에서는 엄마들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며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문화강좌방은 평생학습처럼 교육공간으로 프로그램도 진행해요. 보드게임도 하고, 캘리그라피도 배우고, 인문학 강좌도 듣고, 동아리활동도 하는 주민들의 힘으로 만든 만능 공간입니다.”

이 공간의 소개는 작은도서관 마미뜰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혜영 씨가 맡았다. 장혜영 씨는 목동에서 8년을 산 주민이자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이를 두고 있는 학부모이며 작게 개인 사업을 하는 워킹맘이다. 지금 청소년이 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가 끝나면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자유로우면서 교육적인 환경의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고 한다.

“여러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아쉬움을 안고 시간은 흘러 우리 아이들은 목동에서 중,고등학생이 되었지만 후배 엄마들도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이 안타까웠죠. 우리 동네의 특성이 있어요. 목동은 비교적 학군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젊은 세대의 엄마들이 많아요. 그에 반해 마을 안에서 쉴 수 있거나 소통의 공간이 적은 편이었죠. 아이들도 평생학습관이나 도서관에 가려면 문화동이나 중촌동까지 가야하는 상황이기에 목동 안에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여유 공간이 필요했어요.”

여기서 ‘양치는 목동’이라는 주민들의 모임이 등장한다. ‘양치는 목동’은 주민들의 손으로 더 살기 좋은 목동을 만들기 위해 2017년 만들어진 주민공동체 모임이다. 이렇게 모인 ‘목동(牧童)’들은 제일 먼저 서로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누자는 취지로 포트락 행사를 가진다. 각자가 자신의 빵을 들고 나와 서로 나누며 정을 나누는 자리인 빵 포트락은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이들은 목동에 절실하게 필요한 새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들의 시선은 목동주민자치센터3층에 있는 도서관에 꽂힌다. 이곳은 명칭은 도서관이지만 하루 이용 주민이 10명 이하인,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곳이었다. 이곳을 실용적이고 따듯한 곳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은 주민들은 목동주민자치센터와 긴밀히 협의한다. 목동이 가진 또 하나 소문난 장기는 주민과 행정이 아주 가까이 함께 하는 좋은 관계이다. 

‘양치는 목동’들은 도서관을 바꿔보자고 의견을 냈다. 그리고 함께 모여 계획을 세웠다. 2018년 3월에 계획하고 수립하고 4월에 지역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그리고 5월에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재개관하기 위한 정식 위원회가 꾸려졌다.

“작은도서관에 관한 조례가 있더라고요. 이전에 그 조례마저도 준수하지 못하는 실정이었죠. 그래서 조례에 맞춰서 시행해보자, 그렇게 활성화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5월에 구성된 위원회에서 계획을 세우고, 시설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4번 열었죠. 8월에 드디어 시설정비에 들어갔고 9월10일에 감동스러운 재개관식을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모은 뜻일지라도 일이란 것은 필시 수많은 변수를 만난다. 그러나 목동 주민들이 모여 시작한 이 작은도서관 만들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민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친밀감과 정서적 합의가 있었다. 여기에 행정과 함께 가는 원활한 소통이 날개가 되어준다.

거의 모든 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 문제이다. 목동의 ‘목동’들은 이 일도 슬기롭게 해결한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먼저 자원봉사자를 모아 구성했어요. 그리고 마음을 모아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후원을 구했지요.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취지를 알리고 직접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렇게 주민들로부터 받은 도움이 몇 천 원에부터 많게는 몇 천만 원까지 다양해요. 동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을에 투자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에요. 주민들의 쌈짓돈에서 시작해, 선병원은 저기 냉장고를 투자했고, 마을에 있는 건설회사는 적당한 수준의 시설공사를 해주는 방식이었어요. 전기밥솥이나 청소기 같은 비품도 전부 주민들이 들고 나온 것이에요.”

그렇게 모인 주민들의 마음은 4천여만 원에 이른다. 이런 자발적 활동과 주민들이 나눈 열정으로 목동 마미뜰 작은도서관은 9월 10일,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새 모습으로 문을 연다.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떤 형태로 활용하고 운영할 것인지 의견을 모았잖아요? 그런데 다시 이 공간이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공간으로 잘 활용하고 있어요. 이용자 수도 비교할 수 없이 늘었고 이곳을 찾는 연령대가 많이 바뀌었죠. 지금은 젊은 학부모가 모이고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청소년이 공부도 하고 쉬러 와요. 이런 프로그램. 저런 문화행사를 해보자고 의견을 내는 분들도 많고요. 얼마 전에는 우리들만의 할로윈 행사도 하고 때마다 가치 있는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 안에서는 마미뜰이지만 밖으로는 마을 소통의 중심이자 거점공간으로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을 들어야 한다. 올해 열린 17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올린 성과이다. 전국적으로 열리는 이 박람회의 주민조직분야에는 370개 우수사례가 올라왔고 이중 70개가 모여 본선을 열었는데, 여기서 2등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목동의 주민들이 보여준 자발적인 활동을 높이 산 것 같아요. 지금도 운영위원을 제외하고 25명이 2인 1조로 마미뜰과 목동을 위해 봉사하고 있어요. 물론 순수하게 자원봉사이지요. 앞으로는 제가 키우는 두 아이들이 여기에 오면서 집에 오는 것 같이 가볍게 찾았으면 해요. 그러면 모두가 즐겁게 이용하고 길게 이어지겠죠? 제 목표이기도 하고 마미뜰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장혜영 씨는 오래 이어지기 위해 아이들에게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답을 했다. 이제 첫발을 뗀 마미뜰로서는 큰 꿈을 꾸기 전에 오랜 시간 변치 않을 토대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과 관이 같이 시작한 일이기에, 행정 여건이 바뀌어도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요. 그래야 목동으로 끝나지 않고 어느 곳에서도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본 틀이 생기죠. 새로운 마을 사업도 이 기틀이 있어야 뻗어나가죠.”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일들이 다른 마을에도 일어날 수 있도록 한 목동의 훈수를 부탁했다.

“우리 동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해요. 내가 사는 지역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고 깊게 조사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리고 봉사의 마음이 우선되어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튼튼해지죠. 배려하는 마음이에요.”

이렇게 보통사람의 움직임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따듯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느끼며 짐을 챙기는데 종이 한 장이 눈에 띤다. 통학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새 버스노선을 만들자는 서명지였다. 가능성이 얼마냐 되냐고 묻는 물정 모르는 질문자를 부끄럽게 하는 답이 돌아온다.

“서로를 위한 좋은 일인데 계속 해야죠.”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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