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청] 요즈음 언론과 인터넷 주요 포털에서는 갑질 관련 보도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닌데도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은 직원을 수족처럼 다루다 못해 손찌검과 폭언을 일삼았고 살아 있는 닭을 칼로 치고 활로 쏘라는 엽기 행위를 하고 이를 직원에게 강제로 시켰다. 아내를 의심한 나머지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변호사를 고용해 법망을 피해나갔다. 게다가 아내에게도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엽기적인 행위는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까지 등장했다. 실로 어이없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대한항공 086편 회항사건으로 알려진 이륙 지연 사건으로 땅콩 리턴, 땅콩 유턴,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불린다. 2014년 12월 대한항공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객실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유턴 시킨 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하고, 기장이 이에 따름으로써 항공편이 46분이나 지연됐다. 이 사건은 다양한 해외 매체를 통해 보도됐으며, 한국의 갑질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조현아의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을 뿌린 이른바 '물컵 갑질' 의혹사건으로 '국제적인 이슈'로 확산되었다. 조 전무는 자신의 SNS에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보여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으나, 욕설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더 큰 문제가 되었다. 대한항공은 이 사건으로 조회장과 그의 부인의 밀수 등으로 회사의 압수수색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었으며 조씨 일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2015년 12월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은 개인 운전기사 B씨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 운전기사는 김회장은 기분이 나쁘거나 하면 거의 습관처럼 폭행과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몽고식품은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고, 김만식 명예회장과 김현승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당사자에게 사과했다.
이상은 기업의 대표자 혹은 경영진 일가의 인물들이 직원들을 마치 물건 다루듯 마구 대하거나 폭언, 폭행을 일삼는 오너형 갑질이다. 이는 구성원들 간의 상하 수직관계에 근거해 고용자가 피고용자를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심리에 기인한다. 이외에도 한화, 종근당, 대림, M&M, 남양유업 등이 오너형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상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영세 소규모 상인에게 하는 갑질로써 남양유업의 지역대리점 제품 강매 사건, 현대모비스가 지역대리점에게 일정량을 할당한 뒤 강제로 물품을 넘진 행위 등이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이런 불법행위로 2천억원의 피해를 입혔음에도 공정위로부터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쳐, 이 또한 논란이 되었고 남양유업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대리점 직원들은 본사가 제시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임의매출’ ‘협의매출’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필요 없는 자동차 부품까지 떠안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취업이 어려운 시대,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청년들의 입장을 악용해 기업들이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급여를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소위 열정페이형 갑질이 있다. 2015년 1월, 대한민국의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운영하는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야근수당을 포함해 견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직원 110만원의 급여를 제공하고, 패션쇼를 앞둔 성수기에는 토요일 출근에 밤 10시까지 의무 야근을 시키고 추가 수당을 주지 않은 사건이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측이 2012년부터 5년간, 새내기 간호사들에게 '수습교육 기간'임을 내세워 열정페이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식 발령을 내리기 전, 교육 기간(24일) 동안 간호사 1212명에게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수당(36만원)만을 지급한 사건이다.
갑질행위로 벌어진 사건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더 나아가 기업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기업의 피해는 물론 이를 이용한 국민들에게로 피해가 전가된다. 만연한 갑질 행위로 인한 피해구제는 대부분 사후적 처방에 그쳐 당사자에게는 그 상처로 인해 평생을 씻지 못할 굴욕, 정신적 트라우마에 갇혀 살아가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해 유통, 가맹, 하도급, 대리점 등 4대 분야 갑질 사례를 우선 개선하겠다는 의지 아래 모든 산업 본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하고 옴부즈만을 통해 불공정행위 상시 감시기구를 출범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05년부터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공부문의 갑질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갑질은 이슈화되고 그에 따른 후속보도와 처벌로 마무리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기업, 소규모 조직, 개인과 개인, 업주와 동아시아인 근로자들의 관계에서 여전히 난무하고 사건화되지 못한 채 만연되어 있다. 그들은 오늘도 갑질을 감수하고 생계 차원에서 악몽과 같은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갑질은 개개인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갑질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문화 정서적 경향이 갑질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 사회의 기저에 갑의 강압적인 역할과 을의 저자세가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문화를 답습하는 것이다. 갑질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사회적 지위나 직책 또한 다름의 일부이며, 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고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에서부터 이러한 인식을 키워나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또한 개개인 한 사람마다 소중한 인격체로써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적 관계로의 인식대전환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