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기자의 눈] 자원봉사를 평가도구화 하지마라
    [시민기자의 눈] 자원봉사를 평가도구화 하지마라
    • 손석현
    • 승인 2018.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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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현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행정지원팀장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행정지원팀장

    [굿모닝충청 손석현 기자] 자원봉사는 라틴어 ‘Voluntas(자유 의지)’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였으며, 한자로는 ‘자기 스스로[自] 원하여서[願] 받들고[奉] 섬긴다[仕]’는 뜻이다. 즉, 자원봉사 활동은 어려운 이웃을 단순히 ‘돕는 것’이 아니라 ‘받드는 것’으로서,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원봉사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주로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돕는 행위로 자원봉사를 이해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돌봄과 연대의 정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으로 이해한다. 이렇게 확대된 의미로는 자원봉사는 지역 사회 문제나 국가의 공익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공동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아를 실현할 수도 있다.

    앞선 두 단락은 고등교과서 사회책에서 발췌한 ‘자원봉사의 의미’의 한 부분이다. 위의 글에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는 아마 없을 듯하다. 이렇듯 우리사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자아의 실현을 위해 혹은 연대 의식과 돌봄 정신을 실천하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자발적으로 말이다. 여기까지는 참 교과서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원봉사 활동을 정부가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지역사회를 위해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펼쳐 온 주변의 많은 자원봉사자들 역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참 아이러니 하지만 사실이다.

    정부는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의거 ‘정부합동평가’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합동평가 평가지표에 자원봉사 활동률과 참여인원 증가율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원봉사 장려를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지 평가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들 중 그 해에 몇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을 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합동평가가 마치 자원봉사센터의 업무를 평가하는 셈이다. 자원봉사센터는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에서 100% 지원 받고 있으니 이렇게 좋은 ‘을(乙)’도 없다. 반대로 말하면 공무원이 ‘갑(甲)질하기 딱 좋은 구조다. 자원봉사 업무 담당 공무원은 잊을 만하면 자원봉사센터에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을 가한다. 지금처럼 연말이 다가오면 자원봉사센터들은 자원봉사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원봉사 허위실적(시간) 올리기로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자원봉사센터의 사업 운영 형태도 자연스럽게 자원봉사 실적 올리기에 용이한 단발성, 동원성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 일쑤다. 일례로 학기초가 되면 중, 고등학교 체육관에 몇 백명의 학생들 앉혀 놓고 자원봉사 기본 소양 교육을 진행하면 활동율, 참여율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한편, 그 해에 전국 규모나 국제 규모의 큰 대회를 치르고 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규모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인해 실적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태풍, 지진, 대형 화재 등 대규모 재난재해라도 발생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해의 자원봉사 실적은 당연히 올라간다. 그렇다고 우리지역에 재난재해가 일어나라고 기원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당연히 여기에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 기여도, 사회 영향력과 파급력, 자아실현 등의 정성 평가는 전혀 이루어질리 없다. 자원봉사활동기본법에는 자발성의 원칙, 자원봉사활동의 강요 금지 조항이 버젓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행정 편의식 양적 평가지표를 자원봉사 활동에 적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역의 독특성과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중앙집권적 평가제로로 특정 지역의 자원봉사 수준을 평가한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발전마저 저해하는 처사다.

    평가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세금이 들어가는 곳에 관리와 감독, 평가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다만, 정부합동평가의 취지답게 지자체의 업무를 제대로 평가하라는 것이다. 지자체의 자원봉사 장려 정책과 제도의 마련, 지원 인프라 구축, 민간 주도적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 민간의 협치 수준, 자원봉사 조직 관리와 서비스의 질 향상 등 다양한 자원봉사 평가 지표의 개발과 정교한 평가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자원봉사 활동율과 참여율을 따지기에 앞서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낸 긍정의 사례의 찾을 때이다.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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