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뉴욕 정문영 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이 선물한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로 청와대가 제주산 귤 200톤을 선물로 화답한 것을 두고,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비핵화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됨)’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거나, “총을 녹여 보습을 만드는 평화의 길”이라는 등 극과 극의 반응이 표출되는 분위기다.
먼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핵화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됨)’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통일부 차관과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이 직접 들고 간 만큼, 시기와 의미 모두 가볍지 않다”라고 삐딱한 시선을 드러냈다.
나 의원이 빗댄 ‘귤화위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화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춘추시대 초나라 왕은 사신으로 온 제나라의 재상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한다”고 초를 하자, 안영은 “회남의 귤이 회북에서 탱자가 되듯,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사람도 귤이 탱자가 되듯,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비유한 고사다.
그는 “남북교류에는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답례선물을 받는 북한의 태도는 기대와 다르다”고 꼬집었다. 마침 이날 북한이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한국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파국적 후과를 심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한 주장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그리고는 “오늘 보낸 귤은 어떤 탱자로 변할 것인가, 우려가 앞선다”라고, 예의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반면 소설가 공지영 작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방을 죽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수송기에 사람을 살리는 과일과 버섯이 실린다”며 “이게 바로 ‘총을 녹여 보습을 만드는’ 평화의 길”이라고 축하했다.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큰 대척점을 이뤘다.
‘보습’이란 쟁기나 가래 따위 농기구에 필요한 쇳조각으로, 성경속 이사야에 나오는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 하리라”라는 구절을 인용한 표현이다.
이와는 전혀 다르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지연으로 다소 교착돼 보이는 현실 속에서 동포애를 바탕으로 새로운 돌파구라도 모색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을 나 의원은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석고 순진한 처사’쯤으로 깎아 내리고 있는 듯싶다. 극우적 정치인으로 포지셔닝된 나 의원이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한계와, 플러스 휴머니티 실종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