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따름
[시민기자 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따름
  • 홍경석
  • 승인 2014.09.2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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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나는 쉰 살에 대학에 갔다. 내 나이 오십, 즉 지천명(知天命)에 대학을 간 것은 지천명의 의미처럼 거창하게 하늘의 뜻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그저 단순하게 아들과 딸, 그리고 후일 며느리와 사위라는 또 다른 딸과 아들을 얻을 것인데 그들에게도 시쳇말로 ‘쪽 팔리지 않기’ 위함에서였다. 즉 “우리 시아버지(장인)는 고작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 한 무지렁이야.”라는 비웃음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베이버부머 세대는 익히 경험하였겠지만 당시엔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웠다. 따라서 국민(초등)학교조차 겨우 마치고 상급학교인 중학교라곤 문턱조차도 밟아보지 못 한 아이들도 속출했다.

"동기생들중 가장 고령 그러나 기죽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질문했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 결과 3년 뒤에는…"

그중의 하나가 바로 나였다. 더욱이 나는 엄마조차 없는 ‘가련한 아이’에 속했다. 따라서 아무리 반에서 1~2등을 질주했던 우등생이었을망정 등록금조차 낼 수 없는 가난한 처지의 빈가(貧家), 그것도 알코올중독자인 홀아버지의 장남으로선 중학교 진학이 사치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설상가상 소년가장까지 된 나는 고향역 앞에서의 구두닦이를 시작으로 이 험한 세상과 만나야 했다. 그러다가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떼다 팔았고 나이가 더 들어선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으로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배움에 대한 갈증과 욕심은 버릴 수 없어서 항상 손에 책을 쥐었다. 그러한 빈도(頻度)에 더욱 부지런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 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다.

돈이 들어가는 학원 수강 등의 사교육 대신 주말과 휴일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면 공짜였다. 또한 일정기간 빌려주기까지 하여 정말이지 참으로 많은 책을 섭렵(涉獵)할 수 있었다.

그러한 덕분이었는지 아무튼 지역거점대학인 충남대에 들어간 아들에 이어 딸은 서울대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잘 나가는’ 아이들에 비해 여전히 나의 위상은 초라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 신입생 모집과정을 어떤 책의 말미에서 만나게 되었다. 등록금도 착했고 매월 2회 이상의 오프라인 수업도 있다는 점이 더욱 맘에 들었다.

입학자격은 수십 년 동안이나 축적한 방대한 독서와 치열한 독학이란 내공이 한몫 거들어서 문제가 없었다. 입학하고 처음으로 맞은 오프라인 수업. 동기생들 중 내가 가장 고령이었다.
그러나 기죽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질문했고 공부 역시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 결과 3년 뒤의 졸업식 때는 졸업장 외에도 별도의 학업우수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것을 나는 실증적으로 입증(立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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