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양승조 충남지사가 설 자리
[노트북을 열며] 양승조 충남지사가 설 자리
충남도의회 도정질문 통해 민선7기 허점 드러나…'프로참석러' 행보 더 이상 안 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8.11.25 17:5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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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지사는 당선 직후부터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외부 일정과 내부 일정을 합치면 많게는 하루 10여 건에 이른다. 특히 행사 참석이 많다보니 ‘프로참석러’라는 별명도 생겼다. (자료사진)
양승조 지사는 당선 직후부터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외부 일정과 내부 일정을 합치면 많게는 하루 10여 건에 이른다. 특히 행사 참석이 많다보니 ‘프로참석러’라는 별명도 생겼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집행부가 바쁘긴 한 것 같은데 실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산하기관장도 취임하면 업무파악이 먼저지, 대외적인 활동이 우선은 아니지 않나?”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충남도의회(의장 유병국) 도정질문 과정에서 나온 이공휘 의원(민주, 천안4)의 발언이다.

지난 1일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열린 환황해포럼에서 있었던 주한 일본 대사의 엄포 성 발언에서부터 충남연구원과 출범 예정인 복지재단 간의 업무 조정 문제까지 도정을 꼼꼼히 짚은 이 의원은 남궁영 행정부지사를 발언대로 불러 이같이 말했다.

현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이자 10대 의회에서는 도 공무원노조로부터 ‘베스트 도의원’으로 선정됐을 만큼 실력 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이 의원의 쓴 소리에 대해 도 집행부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모르긴 해도 역대급 도정질문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당혹스러운 장면은 또 하나 있었다. 전익현 의원(민주, 서천1)은 도정질문에서 지난 9월 10일 서천 마량리 앞바다에서 발생한 예인선(170톤) 좌초 및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도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전 의원은 특히 사고 당일 오후 5시 경 서천군이 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음에도, 양 지사에 대한 보고는 다음 날인 11일 오전 10시~11시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고 발생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24시간 가까이 양 지사는 이 같은 전혀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다.

예인선 좌초 사고가 발생했던 9월 10일 일정만 봐도 보고, 티타임, 실국원장 회의, 접견, 예산정책협의회, 외투기업 CEO 초청 간담회 등 무려 8건으로 확인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예인선 좌초 사고가 발생했던 9월 10일 일정만 봐도 보고, 티타임, 실국원장 회의, 접견, 예산정책협의회, 외투기업 CEO 초청 간담회 등 무려 8건으로 확인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게다가 해당 국장은 양금봉 의원(민주, 서천2)이 16일 보낸 사진(문자)을 보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나소열 문화체육부지사가 현장을 방문한 것은 사고 발생 9일차인 18일이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물론 기름 유출(산폐수 포함 총 20.2톤) 양에 따라 방재 책임의 주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도의 이번 대응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11일 오후 서천군에서 ‘도민과의 대화’를 가진 양 지사가 사고 현장을 찾지 않은 것도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해당 예인선은 사고 발생 11일 만인 21일에서야 인양됐다. 인양 작업이 한 번 실패해 크레인을 교체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배안에 있던 기름은 계속 바다로 흘러들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자는 양 지사의 너무 많은 일정(행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양 지사는 당선 직후부터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외부 일정과 내부 일정을 합치면 많게는 하루 10여 건에 이른다. 특히 행사 참석이 많다보니 ‘프로참석러’라는 별명도 생겼다.

심지어는 관련 업무 주무관도 안 가는 행사를 양 지사는 참석하고 있으며, 일정이 지연돼 공식(또는 비공식) 행사에 1시간 이상 늦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인선 좌초 사고가 발생했던 9월 10일 일정만 봐도 보고, 티타임, 실국원장 회의, 접견, 예산정책협의회, 외투기업 CEO 초청 간담회 등 무려 8건으로 확인되고 있다.

양 지사는 현장 행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자리에서도 “국회의원으로 활동 할 때보다 스케줄이 훨씬 적다. 어쨌든 현장을 가봐야 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쁘긴 한 것 같은데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벌써 도정을 전부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바쁘긴 한 것 같은데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벌써 도정을 전부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그러나 도지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현장에 가는 것은 매우 전략적이고 타이밍도 맞아야 한다. 도지사의 현장 방문은 때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를 선택해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 오히려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양 지사의 모습은 마치 사단장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소총을 들고 사병들보다 먼저 적진을 향해 뛰어들고 있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용장(勇將)일 순 있겠지만 지장(智將)은 분명 아니다.

사단장은 자신의 명령이 연대장→대대장→중대장→소대장→분대장으로 전달돼 가장 효과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바쁘긴 한 것 같은데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벌써 도정을 전부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느덧 민선7기 출범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도정의 방향이 옳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 쯤 챙길 때도 됐다. 지금까지의 현장 행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5개월이면 이제 국회의원의 틀을 벗을 때도 됐다. 더 이상 ‘프로참석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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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2018-11-28 08:26:39
양승조 다음 설자리는 낙선이다
상가집국회의원이라는 비아냥이 이제는 행사용도지사로 바뀌엇을 뿐 도대체 왜 지사를 하는지
아묻드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한 지사?
주변에 온통 전라도 사람을 임명하고 왜 충청남도 지사를 하는지
그럴거면 차라리 목포에가서 시의원이나 하지

시민 2018-11-27 18:27:04
격하게 공감합니다.

ㅋㅋㅋㅋ 2018-11-26 08:38:59
아래 닷글 양지사 똘마니가 달은듯
아무튼 전라도 공화국 전라도 식민지국 도지사 만세다

. 2018-11-25 18:51:53
도청에 없을 때는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을리 없을텐데, 이유를 “기자는” 행사참석으로 보고있다?
보고할 생각인 실무진들은 도지사가 어디있든 보고하고, 보고 안할 생각인 실무진들은 도지사가 집무실에 있어도 안하겠지.

도지사가 집무실에 있으면 도민들이 아무때나 찾아가도 만나주냐?
도지사 많이 만나니까 싫냐고 도민들한테 물어봤냐?
도민들 행사에 와서 내얘기 다이렉트로 들어줘서 좋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걸 “프로참석러”라고 비꼬네.
실무진 보내서 한다리 건너 도지사한테 들어가는거랑 도지사가 바로 현장에서 듣는거랑은 천지차이다.
기자가 발로 뛰면 “현장에는 답이 있다”
도지사가 발로 뛰면 “프로참석러”?
내로남불아닌가?
고칠건 고쳐야하지만 이상하게 몰고가지 마라
입버릇처럼 도민을 섬겨라 말하는데, 도민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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