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성폭행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 김세원
  • 승인 2012.09.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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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원 <혜천대 사회복지과 교수>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해서야!”, “빠삐용처럼 우리사회에서 격리시켜야 됩니다”, “그런 놈은 사형을 시켜야 해요. 교도소 밥이 아깝죠”, “ 피해자의 인권보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나주어린이 성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패닉상태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잠깐만 시야에서 벗어나면 ‘혹시’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일쑤다. 물론 집이라고 해도 안전한 것은 아니기에 당혹감과 두려움은 증폭된다.

전남 나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범인은 집안에 들어와 잠자는 여아를 납치했다. 그리고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수사기관에 잡힌 범인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평소 피해자의 어머니와도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고 한다.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의 대다수가 평소 가깝게 지내거나 잘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PC방-아이의 집-다리 밑으로 이어지는 2킬로미터 남짓한 범행 동선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 포함돼 있었다. 약자 보호를 위해 우리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제들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어린아이 뿐 아니다. 성인 여성들에게도 성폭행은 늘 두려운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밤늦도록 여성이 혼자 다녀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치안 안전국'으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최근 강력 사건들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치안이 무너졌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여성들의 상당수가 "밤에 퇴근해 집에 가는 길이 무섭다"고 했다. 취약지구에 설치하는 CCTV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설치된 것도 움직임이 보여 손쉽게 피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엽기적 범죄가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해결책이 거론되고 있다. 강경한 법적 대응의 정점에는 사형이 존재한다. 미성년자를 성폭행 한 자에 대해서는 필연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12월 30일, 김영상대통령이 사회기강을 확립한다며 23명을 처형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국제기구는 우리나라가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형집행이 없어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영이 사건이후 어린이 성폭행범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양형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압력을 가한다. 또한 합의여부와 관계없이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전자발찌의 착용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자의 범행자들의 주 활동무대가 된 PC방에 대해서도 그 어떤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문제는 주장의 대부분이 처벌과 격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 억지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범행을 저지르기 어렵고, 숨어 다니기 어려운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범죄 못지않게 예방과 가해자 및 피해자의 치료, 그리고 그들의 온전한 사회복귀를 위한 방안과 제도 등이 제대로 거론 되지 않고 있는 점은 유감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전 국민이 끓어올랐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반복하다보니 근원적이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다. 강력하고 예외 없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범죄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들을 하나하나 약화시키고 없애는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는 물론 가정에까지 퍼져있는 폭력, 공중파에서도 섹시함을 부추기고 있는 극단의 선정성,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일반화된 배금주의, 나와 내 가족‧내 회사만 무사하면 그만이라는 극도의 이기주의, 학벌주의, 지역주의 등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은 너무나 큰 ‘거악(巨惡)’들이다. 이런 악들과 싸워 승리하지 못하면 우리는 더 많은 나영이 사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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