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영화같은 흥미진진함… 인간의 참모습 비쳐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영화같은 흥미진진함… 인간의 참모습 비쳐
(32) 호메로스 ‘일리아스(IIias)’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12.0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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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유럽을 알려거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Iias)’부터 읽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트로이 전쟁으로 더 잘 알려져있습니다. 기원전 9세기경 소아시아 이오니아 출신 작가 호메로스(Homeros, BC 9C~BC 8C)는 터키 서쪽에 있는 고대도시 트로이(Troy) 전쟁에 관한 구전 내용을 총 24권의 대서사시(大敍事詩) ‘일리아스’로 탄생시킵니다. ‘일리아스’는 지금부터 2800년 전 유럽 최고(最古)의 서사시입니다. ‘일리아스’는 영화처럼 실감 나는 흥미진진한 한편의 문학작품입니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여자를 두고 일어났습니다. 아킬레우스의 부모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모든 신들이 초청되었습니다. 그런데 불화의 여신만 제외되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결혼식을 방해하려고 축하연 자리에 사과를 던졌습니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심술은 분열을 노렸습니다. 세 여신이 대들었습니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인간의 운명에 떨어지는 행복과 불행을 공평하게 할당하는 제우스가 심판자가 되었습니다. 제우스는 이런 역할이 인심 잃기 십상이다는 생각에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에게 그 역할을 대신 맡겼습니다. 혈기왕성한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게 해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합니다. 이래서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되었고, 파리스는 세상에서 최고 미녀인 헬레나를 손에 넣게 됩니다. 육체의 욕망은 어리석음과 함께 다닙니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 헬레나는 수많은 사람의 청혼을 받지만 스파르타의 왕이자, 희랍 강국 미케네 왕인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와 결혼합니다.

어느 날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아프로디테 여신과 함께 스파르타 왕궁을 방문하고 헬레나는 파리스의 유혹에 끌려 트로이로 야반도주합니다. 사소한 분노가 인간 세상을 지옥으로 만듭니다. 메넬라오스는 성난 분노에 휩싸이고 헬레나도 찾고 트로이도 정복할 결심을 합니다. 그는 형 아가멤논에게 정복전쟁 지원을 요청하고, 이에 희랍의 대부분 국가도 참여합니다. 아가멤논은 만장일치로 원정군의 총사령관이 됩니다. 영리하고 교활한 오디세우스는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며 참전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킬레우스도 같은 입장입니다. 펠레우스와 테티스 여신과의 사이에 난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참여하면 죽는다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테티스는 여장(女裝)을 시켜서 그를 숨겼습니다. 희랍 군은 아킬레우스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가 없으면 트로이를 정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를 출전시키기 위하여 오디세우스를 특사로 파견시켰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눈치 빠른 오디세우스를 속이지 못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가 숨어 들어간 리코메데스 왕의 딸들과 함께 있는 왕궁으로 찾아가서 딸들 앞에 선물이라며 여성용 장식구와 함께 무기를 내어놓았습니다. 그중 단 한 사람만이 무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남장한 아킬레우스를 알아채고 출정하자고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아킬레우스도 평온한 인생보다 영웅으로 남기를 원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오디세우스의 권유에 응했습니다.

10만 명의 병사들이 트로이로 떠났습니다. 예언자의 말대로 10년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인간들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올림포스의 신들도 두 편으로 갈라서 싸웁니다. 헤라와 아테나는 희랍 편으로 여기에 포세이돈과 헤파이도스가 가세합니다. 아프로디테는 애인 아레스와 함께 트로이 편으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여기에 가세합니다. 제우스는 중립이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전쟁을 길게 끌려고 했습니다. 너무나 많이 늘어난 인간의 수를 전쟁을 통하여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군의 세력은 팽팽했습니다. 일진일퇴였습니다. 문제는 천하의 용장 아킬레우스입니다.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사이에 틀러진 관계로 아킬레우스의 전투 참여 불가 선언입니다. 트로이 주변 연합국가 들을 공격하여 포로로 잡혀온 여성을 둘러싸고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자기가 차지한 ‘브리세이스’라는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여인을 아가멤논에게 빼앗긴 나머지 화가 잔뜩 나서 전투에서 몸을 빼고 말았습니다. ‘일리아스’ 중 첫 1권은 여기부터 시작됩니다. 아킬레우스 어머니 테티스는 제우스에게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에게 한 짓을 뉘우치도록 트로이군을 우세하게 만들어 아킬레우스의 힘이 절실하도록 느끼도록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실제로 아킬레우스가 빠진 빈자리는 컸습니다. 희랍 군은 연전연패 하였습니다.

아킬레우스가 전선에서 이탈한 것을 안 프리아모스의 장남 헥토르는 이전보다 더 격렬하게 공격을 해오고 희랍 군은 아킬레우스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아가멤논은 즉시 오디세우스를 사자로 보내 전장에서 함께 싸우자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아킬레우스는 변하지 않았으며 희랍 군은 어려움에 빠지고,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하여 싸울 것을 결심합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투구를 쓰고 나가면 적들은 자신을 아킬레우스라 생각하여 두려움에 떨 것이고, 그렇게 되면 희랍 군은 우위에 설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예상대로 트로이군은 아킬레우스의 복장을 한 파트로클로스를 보자마자 겁을 먹고 도망쳤습니다. 트로이 성까지 진격하자 트로이 총사령관 헥토르는 파트로클로스를 향해 공격하고. 그의 아랫배를 찔러 숨통을 끊어 놓습니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알게 된 아킬레우스는 매우 슬퍼하고 분개하였습니다. 그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출전을 결심합니다.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을 염려하여 말렸지만 그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에게 특별히 주문한 갑옷과 투구를 쓰고 곧바로 전쟁터로 나갔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신들조차 걱정할 정도로 살기가 등등하며 오직 헥토르만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의 맹렬한 기세에 트로이군은 성문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고 헥토르만은 도망치지 않고 성 밖에서 당당히 맞서 자존심을 지킵니다. 그는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아킬레우스에게는 역부족이었고 마침내 그의 창은 목을 관통하여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헥토르를 가죽끈으로 묶어 트로이 성 주위를 돌았습니다. 헥토르의 노부모는 머리를 쥐고 가슴을 치며 한탄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희랍 군 진영으로 돌아와 친구의 무덤으로 가서 친구의 혼을 달랬습니다. 이후 동맹군인 여전사  군단과 에티오피아 군이 희랍 군을 공격하였으나 아킬레우스의 눈부신 활약으로 그때마다 무참히 패했습니다. 신들은 살아생전 자기들에게 잘했던 헥토르를 가엾게 여겨 그의 시신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일리아스’의 마지막인 24권의 내용입니다. 프리아모스 왕은 수레 몰이와 전령 하나만을 데리고 몸값을 싣고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찾아갔습니다. 영웅은 큰 죄와 큰 덕을 겸해서 지니고 있습니다. 풍채 좋은 노왕  프리아모스가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로 애원하자 그제 서야 아킬레우스도 마음을 풀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보냈고  장례식을 위해 11일 동안 휴전을 약속했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분노를 이겨내고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며 친절히 대하는 것입니다.

이제 희랍 군은 분명히 전쟁터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가까이에 왔습니다. 아폴론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파리스에게 트로이 성문까지 다가온 아킬레우스에게 화살을 쏘도록 명했습니다. 파리스는 튀어난 무장은 아니었으나 공교롭게도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인 뒤발꿈치에 명중했습니다. 예전에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려고 스틱스 강물에 담갔으나 발뒤꿈치만은 꼭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물에 닿지 않아 유일한 약점으로 남았습니다. 아킬레스건(腱)은 여기서 따온 것입니다. 강한자의 유일한 약점이란 의미입니다. 희랍 군은 아킬레우스를 기리기 위해 17일간이나 장사를 지냈습니다. 파리스는 피로 얼룩진 아킬레우스의 삶에 평화를 주었습니다.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한마디로 ‘일리아스’는 2800년 전의 이야기로 경이로운  ’사건‘입니다. 동양보다 서양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강한 전통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영화로 보면 장대한 스펙타클(spectacle)입니다. 책을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름 모를 수많은 신들이 다양하게 싸움에 참여합니다. 황금사과 이야기, 아킬레우스의 죽음, 트로이 목마 등 희랍 신 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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