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의 도시마케팅] 대전 은행동에 세계 최고의 도서관 만들자
[강대훈의 도시마케팅] 대전 은행동에 세계 최고의 도서관 만들자
(34) 도시의 개념 설계-랜드마크
  • 강대훈
  • 승인 2018.12.02 11: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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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충청 강대훈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대전세종시협공동회장]

29년 전, 니시니포리 도서관

1989년 겨울 휴일 오전, 때로는 오후, 도쿄 아라카와구 니시니포리의 조용한 마을 도서관에 있었다. 골목길 햇볕이 창 유리를 통해 서가 안쪽까지 들어왔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러 가는 저녁 시간까지는 한나절이 남았고 가난한 외국인 청년은 딱히 갈 곳이 없어 학교 교실 두 칸 정도의 작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지하 도서실에는 그림책과 완구가 있었고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종기 종기 앉아서 독서 지도를 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 층 홀에서는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으며 새벽 인력 시장에 팔려 가지 못했던 중년의 실업자들이 그 도서관에 와서 경마 신문을 읽거나 졸았다. 나는 휴일이면 종종 이 도서관을 찾았다. 편한 의자와 책상이 응접실처럼  놓여진 열람실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았고 오에겐지부로의 소설을 뽑아 보다가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에 걸려 몇 장 읽지 못하고 덥었다. 즐겨본 것은 '주간신조'나 '주간문춘'이라는 주간지였다. 여배우와 정치인 스캔들이 끼어 있고  정세 분석이 들어있어 시간을 죽이려는 나에게  '딱' 맞는 읽을거리였다. 열람실 서가에는  사회당에서 출간한 책들과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같은 적색 출판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닌 80년 대에는 소련이나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 북한의 로동신문 같은 것을 소지만 해도 처벌을 받을 때여서 떨리는 마음으로 열람에 방해를 받지 않고 실컷 읽었다. 그렇다고 조선로동당에 입당을 할 것도 만경봉 호를 타고 밀북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엉터리없는 금기를 제3의 지역에서 지적으로 즐겼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빌려주는 헤드셑을 끼고  골을 흔드는 파워 메탈을 듣다가 바흐의 느린 곡으로 청취를 바꾸었다. 

도쿄의 한적한 동네 도서관은 이렇게 이방인에게 휴식을 주고 추억을 남겼다. 공공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이며 노인과 실업자,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위한 공간이었다. 외국인 등록증을 보여 주면 독서 카드를 만들어 주었고 졸다 낮잠을 자고 음악을 들으며 개인이 구매하기 책을 빌리고 평소 접하지 못한 잡지를 읽게 해 주었던 쉼터였다.

쇼핑몰은 아니다. 복합 문화 체험공간과 은행 1구역 재개발에 지구

93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도심이 둔산으로 옮겨가지 전에는 은행동 으능정이 맞은편 대우당 약국 자리가  대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슬럼화되어 있다. 이 지역 은행 1구역 568 명은 조합을 결성하고 58층 주상복합 조감도를 걸고 45층 아파트 몇 개 동과  백화점, 상가의 인허가를 받아냈지만 더 이상 추진은 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에 대형 쇼핑몰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완공을 앞두고 있고 용산동 현대 아웃렛과 구암역 뒤 자리 복합 터미널이 착공을 시작한다. 대전역세권도 초고층 상업 시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보다 규모가 작고 비슷한 상업 시설로는 장사가 될 리 없다. 

대전 원도심의 자존심이었던 이 지역에 어떤 아이템을 넣어야 명품 지구가 탄생되는가?

도시 재생에 있어 유의할 점은  길을 내고 집을 고치고 골목에 그림을 그려 놓으며 환경을 개선하는 지역과 재창조 수준으로 근본적이 개념 설계가 필요한 지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늘 세금을 넣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만 못 보던 카페가 생기고 외지인이 몇 사람 들어와 장사를 하는 것 이외에는 핵심 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재건축에 오히려 주민 부담이 늘어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과거 대전 경제 일번지 은행동 재개발 1 구역은 '뉴욕 공공 도서관 '같은 규모의 시민 도서관이 들어올 자리이다. 한밭 도서관 좌석 수 2,867의 다섯 배쯤 되는 1만 5천 석 짜리 도서관을 짓는다면 구도심은 혁신적으로 바뀔 것이다. 세상에 비슷비슷한 백화점, 할인매장, 아웃렛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독창적인 도서관을 시민이 갖게 하는 것이다. 도시 마케팅에 있어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같이 세계인의 주목을 끌 수 있는 한방이 필요한데 도서관은 문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쇼핑 일번지가 문화 일번지가 되다.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2017년, 서울 코엑스몰 한가운데 개방형 대형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2800㎡ 공간, 13m 높이의 대형 서가가 있고 5만여 장서가 노출되어 있다. 강남 상업 지구 1 번지인 코엑스몰과 연결된 통로 1층은 한국에서도 가장 비싼 곳이지만 신세계는 센 투자를 했다. 시민 누구에게도 무료 개방되는 '별마당 도서관(STARFIELD LIBRARY)'이다.  2층은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책과 사람을 내려다보며 쉬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나는 코엑스 근처에서 약속이 잡히면 이 별마당도서관에서 보자고 한다.  이 공유형 도서관은 유통기업 신세계가 내놓은 '신의 한수'였다.  유동 인구의 기록을 경신하는 곳에서 이 한방으로 옷과 식품을 팔던 기업이 문화 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꾸었다. 그 변신이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다.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으로 지쳐가는 사람들이 별마당에서는 쉬고 읽고 책을 찾는다.   

영화 뉴욕 라이브러이에서, 123년의 역사, 92개 분점, 12주간의 기록

뉴욕의 도심 Fifth Avenue & 42nd Street에 아름답고 거대한 건물이 있다.  맨해튼을 걷다가 이 건물이 차마 도서관이라도 상상을 못했다. 한밭 도서관처럼 산에 있거나 공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흰색대리석 열주의 신전은 대법원 청사라도 되는 것 같았다. 123년의 역사에 3,150명의 직원, 92개의 분점을 가진 ‘뉴욕 공립 도서관 New York Public Library’이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는 이 도서관 설립에 520만 달러를 기부했다. 100년 전이니까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1조 8억 원이 넘는다.  철강왕은 정규 교육은 4년이 넘지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독학으로 지식을 얻었다.  왕? 은 어려운 시절 입은 사회적 은혜를 자신의 방식으로 갚으려 했다. 12개의 종합대학을 세웠다. 카네기홀을 건립했다. 무료 도서관 건립을 위한 카네기 협회를 만들고 2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렇게 미국 전역에는 2509개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100년 전 미국에 질 수 없었던 소련도 모스크바 도심에 멋진 도서관을 지었다. 유럽의 도서관도 품위 있고 아름답다. 그것이 도시의 품위와 국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욕 공립 도서관 New York Public Library’을 12주간 카메라로 기록한 3시간 26분짜리 다큐멘터리이다. 그만큼 뉴욕 공립 도서관의 가치와 활동이 방대하다. “도서관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총기와 마약으로 물들어 내일 망할 것 같은 미국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도서관은 책 방도 입시를 위한 공간도 아니다.  문화와 교육, 사회적 소통을 위한 공동체의 지식 허브이다. 도서관에는 명사 강연, 공연, 전시회부터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과 지원, 쟁점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토론과 고정 관념을 깨는 혁신이 가득하다. 뉴욕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무료 영어 프로그램에 등록을 하면 된다.

도서관, 대전의 랜드마크는 문화 공공 시설이 되어야 한다

“높은 탑을 세우자” “초고층을 올리자”

대전에 랜드마크 논의가 있다. 랜드마크는 그 시대, 그 도시의  역량을 총결집하여 만드는 기념물이다. 우리 스스로가 메디치가 되어 고민도, 작품성도, 규모도, 최선이어야 한다. 은행동 재개발 지구에 디자인도, 구조도, 창의성이 넘치는 기념비적인 도서관을 만들자. 과학 문화 도시 대전시의 랜드마크로로 세계 수준의 도서관을 만들면 원 도심에는 홍대, 대학로 같은 문화 공간이 생겨나 피렌체 같은 문화를 설계할 수 있다. 교보나 영풍 문고 같은 대형서점, 알라딘 중고책 프랜차이즈, 취양 설계 공간으로 유명한 츠타야 서점들이 들어오고 창업 공간이 틈새를 메운다. 문화 생태계가 꾸려지면 구글 캠퍼스 같은 오픈형 대학을 유치한다. 이 자체가 경제가 되고 관광 산업이 된다. 대전에는 하나만이라도 세계적인 공공 문화 시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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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lee 2018-12-06 13:17:24
대기업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볼만한 사업입니다. 참고로 대흥동의 10년 넘은 흉물인 메인스트리트도 대기업이 참여해서 별마당도서관과 같은 핵심 문화시설로 부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심재생은 문화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서선자 2018-12-04 20:28:08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에 수익성을 무시한 논리네요 조합원들이 감당하려면 부자이고 자선사업가여야 겠네요

왕자님 2018-12-04 12:29:3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전 은행동 청소년 거리에 걸맞는 참신한 아이디어네요 적극 지지합니다

오박사 2018-12-04 07:58:17
와 생각지도못했는데 감명받고갑니다!
더이상 쇼핑몰은 매리트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문화시설이 정답이네요 특히 도서관,미술관 등의 복합문화시설이 생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