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권정생의 청빈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권정생의 청빈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8.1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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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에서 독자가 가장 많은 동화 작가를 들라면 고 권정생 선생이 타의 추종을 불허 할 것이다.

작가가 쓴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는 하찮은 똥 덩어리가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고 하는 귀한 가르침을 주고있다.

권정생은 젊어서부터 천형처럼 허약했고 결핵에 시달리는 등 병을 평생토록 고통스럽게 껴안고 살았다.

19세 되던해 폐병에 걸려 항생제를 보급받기 위해 읍내 보건소를 찾아갔으나 공급이 제대로 되질 않아 허탕치는 날이 많았으며, 같이 폐병을 앓던 고향친구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으며 그의 병세는 점점 심해져서 폐결핵과 늑막염을 거쳐 신장결핵과 방광결핵으로 인하여 온 몸이 망가져버려서 사람 구실도 못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평생 오줌통을 몸에 차고 살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 부모님마저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집도 없고 기댈 곳도 없어진 그는 1967년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일직교회 부속의 토담집에서 기거하며 종지기를 하게 되었다.

생활은 여전히 조악해서, 여름이면 소나기에 뚫린 창호지 문 구멍 사이로 개구리가 들어와 울고 겨울이면 생쥐들이 들어와 발가락을 깨물거나 옷속을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들 정도였다고 한다.

처음엔 깜짝 놀라고 귀찮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고 나중에는 아랫목에 먹을 것을 두고 생쥐들을 기다릴만큼 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30세 무렵에 [강아지똥]을 써 동화 작가가 되어 명성을 얻어서도 시골 교회의 종지기로 일했다.

책은 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책이 잘 팔려 먹고살 만해졌지만,권정생은 좋은 집을 욕심내지 않았다.

큰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하는 것도 내켜 하지 않았다.

권정생은 그렇게 안동 시골의 5평짜리 좁고 작은 집에서 여생을 보냈다.

마을과 떨어져 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풀이 무성해서 도깨비 집 같았다.

동네 사람들이 놀려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짓이야." 이렇게 말하며 평생을 검소하고 청빈하게 살았던 권정생 작가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통장에는 수억 원의 큰돈이 남아 있었다.

권정생은 그 돈을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영면에들었다.

어린이 덕분에 번 돈이니 어린이에게 쓰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남에게 인정받는 삶 대신 스스로 만족하며 검소하게 살았던 권정생은 성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탄탄(呑呑) 스님 용인대 객원 교수
탄탄(呑呑) 스님 용인대 객원 교수

큰돈을 갖고 보란듯이 살 수 있었지만 권정생은 그렇게 하지않았다. 초라한 집에 살면서도 부족함이 없었고 그렇게 사는 것에 만족하였다.

우리는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나

남의 눈인가,나의 만족인가

넘치고 창궐하다 못해 말기적 징후의 물신주의 사회에서 동화작가 권정생의 청빈하고 고귀한 인간애적 사랑은 오늘의 세태에 매우 시사하는바가 크다 하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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