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이야기] 싸워야만 없어지는 차별
[복지이야기] 싸워야만 없어지는 차별
  • 김세원
  • 승인 2018.1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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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17.298초.

지난 9월 베를린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의 레이스를 1 백 미터 평균속도로 나눈 값이다. 42.195㎞를 2시간1분39초에 주파한 그의 속도를 ㎞ 단위로 보면 평균 2분52.982초다. 대학입시를 위한 체력장에서 1 ㎞를 3분30초에 뛰면 만점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정말 빠른 속도다. 킵초게는 인간의 한계로 알려진 마라톤  2분벽을 깨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여성 마라토너의 기록에도 눈길이 가는데, 영국의 폴라 레드클리프는 2시간15분25초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못할 스포츠는 없다’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이지만, 불과 50년 전만해도 여성들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여성이 뜀박질을 하면 자궁이 떨어지고, 가슴에 털이 난다”는 말들이 진실처럼 유포되었다.

여성들의 육상대회 참여는 금기사항이었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 벽에 도전했다. 시큐러스 대학에 다니던 여학생 스위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는 1967년 여성의 참여를 금지했던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키로 마음먹는다. 고심 끝에 “K.V Switzer’라는 중성적인 이름으로 참가신청을 한 후 261번을 달고 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성임을 발견한 대회 조직위원장은 ”레이스를 멈추고 번호표를 반납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급기야 코치와 남자친구가 경기진행요원들을 제지해 스위처는 마라톤 풀코스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당시 기록은 4시간20분 이었다.

경기 후 ‘남성들이 온 힘을 다해 여성의 마라톤을 방해하는 장면’을 보게 된 전 세계인들은  불편함과 분노를 표시했다. 이를 계기로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촉구하는 운동이 본격화되었고 1972년 보스톤 마라톤대회는 여성들의 참여를 허용하게 된다. 보스톤 마라톤 조직위는 뒤 늦게 스위치의 번호 ‘26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해 그녀의 도전정신을 기리고 있다.

사실 편견과 차별의 벽은 스스로 깨진 적이 드물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활동이 바로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이끌던 서프러제트(Suffragette)다. 당시 영국의 정치권은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안건이 의회에 상정되면 매번 부결시켰다.

팽크허스트는 “우리들 여성 참정권운동가들은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임무일 것이다. 그 임무란, 바로 인류의 절반을 해방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방을 통해서 인류의 나머지 절반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서프러제트 운동을 정의했다.

팽크허스트는 “차별받는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권력자의 호의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직접 싸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천했다. 서프레제트는 가두시위는 물론이고, 런던 중심가의 건물 유리창에 돌을 던졌으며, 방화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구타를 당했고, 체포·구금되었으며,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마침내 이들의 운동이 결실을 맺어 1918년 30세 이상의 기혼여성과 재산을 갖고 있는 영국여성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928년에는 21세 이상 영국의 모든 여성들이 남성과 동일한 투표권을 갖게 됐다.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지구상의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것은 아니었다.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상당수 국가들의 지배적인 흐름이었다. 결국 여성차별 철페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1967년  UN은 총회를 열어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선언을 채택하였다. 차제에 강제력을 포함하는 조약을 만들자는 안도 상정되었다. 1979년 여성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조약은 찬성 130개국, 반대 0, 기권 11개국이라는 압도적인 수 로 통과되었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차별을 금하는 내용과 의무이행을 담고 있는 이 조약의 주요내용은 12가지로 모아진다. 곧 남녀평등과 여성의 발전을 확보할 국내입법의 의무화,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 인신매매 ·매음의 금지, 투표권 ·공무담임권의 평등, 국적취득권의 동등과 처의 국적독립권, 교육과 노동의 기회, 임금 등의 평등, 결혼 또는 해산에 따른 차별해고 방지, 사회 ·경제권의 평등, 농촌여성의 개발이익 향유보장과 평등 확보, 재산관리 및 사법 절차에서의 남녀평등, 여성의 법적 능력을 제한하는 계약 ·문서의 무효, 가사 책임에 관한 남녀 분담 등이다.

우리나라는 1983년 89번째로 이 조약에 서명하였다. 조약에 따라 만들어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CEDAW)는 조약가입국들의 이행보고서를 심의해 보고하고 있다. CEDAW는 올해 우리정부에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히 성별영향평가분석 평가 제도를 강화하고 적절한 인적·재정적·기술적 자원을 배치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성인지 예·결산 상설협의체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남자가 약자 됐다!’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성의 완전한 평등’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누군가는 평등을 위해 적극 나서겠지만, 어떤 이는 경계 혹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누군가 우리의 행동을 따라하는 사회적 동조현상을 고려한다면, ‘차별’을 없애겠다는 적극적인 생각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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