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해방과 대전문학의 풍경
[시사프리즘] 해방과 대전문학의 풍경
  • 김현정
  • 승인 2018.12.10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굿모닝충청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지난 11월 16일, 대전문학관에서 해방기 대전문학을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1945년부터 1950년에 이르는 ‘해방기’ 대전문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해방기 대전문학 소개전 - 서로 다른 희망이 공존하는 시대’뿐만 아니라 당시 대전문학의 희귀 자료들을 연구하여 묶은 ‘해방기 대전문학’ 집필진 10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도 마련되었다.

이는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대전을 중심으로 펼쳐진 문학적 흐름을 살펴보고, 그 문학의 구체적인 의미와 가치를 대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한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행사의 단초는 올해부터 진행된 대전문학관의 신규사업인 ‘대전 문학·작가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지역문학 전문가 10명이 해방기 대전문학의 귀한 자료를 발굴, 소개, 연구를 통해 ‘해방기 대전문학’을 펴낸 것이다.

그동안 연구자들의 개별적인 평문, 논문으로 발표되거나 책의 일부로 소개된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해방기’로 한정하여 대전문학의 위상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책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실증적인 방법과 체계적인 문학사 기술 방식을 통해 쓰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지역문학사 기술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방기 대전문학 소개전 - 서로 다른 희망이 공존하는 시대’에 마련된 전시실에 들어가면, 해방기 대전에서 발간된 주요 잡지들을 만날 수 있다.

해방 후 발행된 첫 잡지인 ‘향토’(1945)(안타깝게도 현재 이 잡지는 남아 있지 않다)의 표지를 시작으로 진보 성향의 문화지 ‘현대’와 ‘신성’(1946-8), 그리고 첫 순수시지인 ‘동백’(1946-7)과 당시 대전 유일의 성인대학인 호서민중대학 창립 1주년 기념 교지인 ‘호서학보’(1949)를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대전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시집인 한덕희의 ‘북소리’(1947)와 정훈의 첫 시집 ‘머들령’(1949),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에 대한 해석을 담은 지헌영의 ‘향가여요신석’(1947) 등까지 두루 접할 수 있다.

해방기 대전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는 ‘미군포고문’(1945), ‘8·15광복 1주년 기념 대전역광장 군중대회’(1946), ‘동백’을 발행한 ‘광조사 전경’, ‘동백’을 창간하고 계룡의숙에 모인 문인들의 사진도 보인다. 이처럼 대전문학관 전시실에는 지금까지 발굴된 해방기 대전문학 관련 자료가 총망라 되어 있다.

전시된 내용 중 ‘그날의 기록/2’에 해방을 맞이한 대전 시민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틀 후(해방되어 서울에 간지-필자) 현씨가 서울에서 내려오더니 일본은 확실히 망했다. 마음 놓고 가슴 후련히 만세나 부르자고 하여 직원들을 도청 앞에 집결시켰습니다. 그래서 해방 된지 이틀 만에 충남도청의 한국인들은 비로소 가슴을 터놓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었어도 대전중학교에 일본군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어 해방의 실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당시 충남도 광업부장인 현석호 씨가 서울에 다녀온 후, 해방된 지 이틀 만에 만세를 불렀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대덕군수를 지낸 최광택의 기억 내용이라고 나와 있다. 해방된 지 이틀 후에야 만세를 부를 수 있었던 당시 대전 시민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동백’에 실린 박용래의 시 「새벽」과 박희선의 시 「백기(白旗)」, 해방기 ‘현대’에 발표된 염인수 작가의 단편소설 「시험」도 만날 수 있다. 당시 대전중학교 교사였던 민병성의 시조 「사어수조(私語數鳥)」와 정훈 시인의 시 「슬픈 풍경」도 보인다.

이 외에 전시실 한켠에 대전에서 발간된 것이 아니지만 해방기에 발간된 귀한 도서가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 도서는 중앙문화협회에서 펴낸 ‘해방기념시집’(1946)을 비롯하여 조선어학회의 ‘조선어 표준말 모음’(1945), 오장환 시인이 번역한 ‘에세-닌 시집’(1946), 김광균의 ‘와사등’(1946),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1946), 이육사의 ‘육사시집’(1946), 박세영의 ‘산제비’(1946),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1946), 이기영의 ‘인간수업’(1946) 등이다.

내년 2월 28일까지 전시되는 ‘해방기 대전문학 소개전 - 서로 다른 희망이 공존하는 시대’를 통해 당시 발간된 귀한 자료도 보고, ‘해방기 대전문학’을 주도한 당시 문인들의 열정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