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문화와 예술로 가득 찬 창고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문화와 예술로 가득 찬 창고
(91) 석교동에 새로 자리 잡은 대전프랑스문화원 전창곤 원장을 만나다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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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기자] 토요일 오후, 2016년 대흥동 시대를 마감하고 새 둥지를 찾아 2년 만에 문을 연 대전프랑스문화원을 찾았다. 석교동 천석교의 대전천변에 위치한 문화원은 동네에서 흔히 보는 작은 공장이나 창고의 외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예쁘게 포장해놓은 공장이라고 할까? 긴 시간을 끌어안은 주택들과 작은 공장들이 옹기종기 모인 오래된 동네는 너무 익숙한 도시의 외곽이다. 오래된 편견은 프랑스문화원이라는 어감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동네라고 수군거린다.

깨끗하지만 약간 어색한 외관과 다르게 실내에서 처음 느끼는 분위기는 넓지만 아늑한 카페의 향취가 물씬 난다. 곳곳에는 전시장에 볼 수 있는 미술품과 오래된 사물들이 자신만의 분위기를 보태고 있다. 높은 천정의 공장구조를 그대로 열어놓으면서 벽면을 따라 2층 계단을 만들고 서가를 배치해 아늑한 도서관의 분위기도 가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구석에 의자를 놓고 올라가 뭔가를 열심히 고치고 있는 전창곤 원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든 일을 직접 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튀어나왔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합니다.”
왜 석교동이었는지를 먼저 물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새롭게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찾아옵니다.”
점심시간이 채 끝나는 지 않은 1시 무렵인데 몇 분 사이에 서너 테이블이 차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 석교동이 다른 지역보다 덜 발전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 같은 문화기관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중심지에 자리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문화원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새 자리를 찾았어요. 중심지에 있는 기관은 그곳에서 할 일이 있을 테고 우리 문화원은 대흥동에서 했던 일을 이어가면서 깊이를 더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문화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용감하게 물었다. 원래 프랑스문화원의 임무는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우리나라 안에서 알리는 일이라는 사실 정도는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대전프랑스문화원은 오랫동안 원도심에서 프랑스 문화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 문화원은 우리가 사는 지역으로의 원도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활성화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는 일에 아낌이 없었습니다. 그런 역할은 이곳 석교동으로 이어서 시민들과의 가교역할을 기꺼이 하고자 합니다.”

이제 왜 석교동이 답인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위치가 안정감을 줍니다. 원도심 중에도 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일 거예요. 바로 옆에 대전천이 흐르고 천석교가 있는 여기까지가 중구이고 건너가 동구예요. 원도심 중에 중구와 동구의 경계에 있으면서 다 아우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대전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원도심 중에도 문화적인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구와 동구 쪽을 안고 가는 것이지요.”

프랑스문화원이 지역의 현안과 지역이라는 공동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 놀랍기도 하지만 바로 지역에 관심이 없는 단체나 기관이 더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같이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원이 처음 대흥동에 들어갈 때만해도 그 앞길이 아주 깜깜한 거리였어요. 우리가 들어가면서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고 불 켜진 동네가 되었죠. 이런 일은 계속 이어져야합니다. 우리가 할 일을 하면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고무적인 일은 석교동이 마을 커뮤니티가 굉장히 잘 되어있는 동네라는 사실입니다. 마을 협동조합, 마을 신문이 있고 마을 화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로 문 열고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역주민들과 같이 많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지역 사람들에게 놀 수 있는 터전으로 내놓은 셈이지요. 아주 긍정적입니다. 가족단위로도 많이 오고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대전프랑스문화원이 석교동에 정식으로 문을 연 때는 11월 말로 채 2주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두 달 전부터 오픈 전 운영을 해왔다. 문화원에서 주최한 여러 문화행사가 있었지만 지역민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행사를 연 경우가 많았다.

“사회단체뿐 아니라 젊은이 단체들이 찾아와서 대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주역민들과 같이 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하는 거죠. 서로 다른 문화가 서로의 문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알아가는 겁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우리 문화원에서는 쉽게 얻는 정보가 아니라 깊이 있는 체온으로의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일도 아주 중요합니다.”

문화원은 앞으로도 많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이 바탕이지만 결국은 주민친화형, 시민친화형 사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기획을 수용하고 그들의 마당이 되는 일도 가장 중요한 계획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이런 일은 보람이 크고 주민들도 고마워합니다. 이런 일 외에도 주민들이 갈 곳이 되는 거죠. 자식들과 차도 마시고 생일파티도 하면서 문화적인 느낌을 받는 문화적인 공간이 생긴 겁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떠나온 대흥동의 변화에 대한 곳으로 이어졌다. 많은 문화적 명소들이 원룸 건축에 밀려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곳이 그런 형태의 주거시설이 필요한 거리인지 돌아봐야합니다. 근대도시를 내세우는 대전에 대흥동이나 선화동에서 근대의 모습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잖아요. 도시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지역은 보존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프랑스문화원의 건물 모양은 일종의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형을 유지하면서 문화로 안을 채우고 변화하는 것이죠. 우리가 새로운 개발의 방식에 작은 단초라도 제공했으면 합니다.”

지금 프랑스문화원 건물은 오랫동안 갖가지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그러나 이제 두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 공장이자 지역의 공동체를 살리는데 일조하는 공동체 정신의 공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창곤 원장은 프랑스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예술 전반, 특히 오랜 시간 미술 쪽의 활동을 하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그래서 개인적인 할 일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돌아온 답은 프랑스문화원과 자신은 일심동체라는 것이었다. 문화원 활성화가 큰일이면서 동시에 개인생활과도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속에서 정착하고 그렇게 은퇴하는 일도 좋다고 봐요. 문화원을 활성화하면서 다양한 사람 만나고 그런 일이 기쁨입니다. 무한책임인 만큼 무한한 즐거움도 찾을 수 있어요.”

문화원을 찾는 주민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 같은 문화 매개자에게는 시민의 참여가 제일 중요합니다. 작은 행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제일 힘이 되죠. 그러면 더 좋은 프로그램을 이끌어 올 수 있죠. 거창하지 않아요. 석교동에 문화 예술이 뿌리 내리고 젊은이들이 조그마한 가게를 차리고 서로 따듯한 풍경이 되면서 이 길이 걷고 싶은 거리가 되면 좋겠어요.”

석교동에 대전프랑스문화원이 문을 열면서 용문동에 있는 본원은 프랑스어를 전파하는 어학당으로의 기능만 남았고,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기능은 전부 이곳으로 이관되었다. 이와 동시에 서울 프랑스대사관에 있던 도서관도 이곳으로 옮겨와 도서관의 기능도 함께 한다. 서로의 체온이 그리운 계절,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두 나라의 문화 공장으로 나들이 가는 날을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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