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제도 운영상 단점 인식해야 시행착오 줄일 수 있다
[오피니언] 제도 운영상 단점 인식해야 시행착오 줄일 수 있다
2018 선거제도 개혁이 실질적 민주화 이루려면....1987년 한계 뛰어넘어야 
  • 굿모닝충청
  • 승인 2018.12.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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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 대로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불꽃집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시민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 대로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불꽃집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시민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시민기자] 2018년 세밑 정치권의 화두는 '선거제도 개혁', 그 중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란일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열흘간 단식 농성을 벌였으니, 그 무게감은 가벼이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했다. 특히 5당 원내대표들은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야 5당 합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⓵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⓶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⓷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⓸ 선거제도 개혁 관련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
⓹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⓺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

이번 합의는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아닌, 군소정당 대표들이 단식까지 불사하며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줄곧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해 왔기에, 정의당으로선 의미 있는 정치적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제도 개혁은 가시밭길이다. 일단 ⓵항에서 여야 5당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방점을 찍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토'에 무게중심을 둔다. 즉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검토라는 입장인데 반해, 한국당은 문자 그대로 '검토'만 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 전날 "검토에 대한 합의에 불과하다. 의원정수 확대에도 동의한 적이 없고,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것에 불과했다"고 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은 한국당의 입장을 잘 드러낸다. 

분명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더 정확히 드러내줄 제도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에게 이 제도의 도입은 원내 입지를 굳힐 최적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과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일궈낼 수 있을까? 

제도적 민주화가 실질적 민주화로 직결되지 않아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 대로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의도 불꽃 집회'에서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시민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 대로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의도 불꽃 집회'에서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시민기자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대통령 직선제였다. 대통령 직선제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다는 점에서 지난 권위주의 시절 체육관 선거보다 진일보한 제도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의 도입이 직접적인 민주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 도입한 제도의 첫 수혜자는 민주화 진영이 그토록 증오했던 신군부의 2인자 노태우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선거 판세는 민의 보다는 선거공학에 따라 요동칠 때가 더 많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른바 'DJP연합'으로 승부수를 띠웠다. 이런 이유로 여야를 막론하고 '단일화'라는 그럴 듯한 낱말로 포장된 기계적 세 결집이 횡행한 게 직선제의 역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이런 부작용이 없을까?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도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상투적인 훈수를 두려는 게 아니다. 어떤 제도든 부작용이 없지 않다.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자는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당제 보다는 다당제에 친화적인 제도다. 최창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11월 28일 열린 정개특위 자문위원 회의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비례대표제는 사회의 균열과 갈등, 그리고 사회의 다원적 이익과 의사를 대표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구현하는 데 분명히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당연히 다당제를 창출한다. (중략)

한국의 양당체제는 그 자체가 사회적 다원성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기득이익화한 결과 사회의 저변으로부터 제기되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 나아가 그동안 보수-진보, 좌-우의 균열을 대표해온 양당체제의 조건들, 특히 탈냉전이라는 환경 변화는 양당제를 떠받쳐온 기반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또 성장, 분배, 노동과 고용 문제를 둘러싼 영역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조건에서 탈양극화를 반영하는 정당체제를 필요로 한다. 즉 다당제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최 교수의 지적대로 기존 양당 체제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당제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당제는 운영에 따라서는 불안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대의' 보다는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자주 이합집산하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다당제는 국회라는 배를 아예 산으로 몰고 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적인 측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 민의대로 의석수 배분이 이뤄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도 문제는 없지 않다. 각 정당, 혹은 개별 의원들이 민의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정의당을 예로 들어보자. 새 제도 도입으로 세가 지금보다 커졌을 때 과연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당 지도부가 엄격히 통제해도, 각 지역의 기득권 세력과 야합하는 의원이 안 나온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정의당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권력은 크기가 커질수록 권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속성이 있어서다. 또 사실, 현대 다원주의 민주주의가 국민의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선거 이후 정당이나 의원들이 민심을 저버리는 행태에 제동을 걸 마땅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이 같은 제도적 약점을 안고 있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다시 밝혀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단점이 있으니 도입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 제도의 약점을 인식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새로운 제도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의원정수 확대나 석패율제 도입 등 '디테일'에서 판이 깨질 위험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럼에도 선거제도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국민적 관심도 높은 만큼 국민의 뜻이 제대로 의석수로 나타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 주기 바란다. 

동시에 선거 '이후' 정당이나 의원들이 선거민심을 저버렸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 역시 함께 고민해 반영해 주기 바란다. 아마 현 시점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 '국민소환제'일 것이다. 

1987년의 민주화는 제도적 민주화의 차원에 그쳤다. 2018년 세밑 정치권에서 이뤄진 선거제도 개혁 합의는 1987년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첫 걸음으로 역사가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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