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숨] 우리가 망각하는 한 참사는 계속된다
[세상의 숨] 우리가 망각하는 한 참사는 계속된다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12.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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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기자] 

2014년과 2018년.
일상에 크게 별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불안한 기분이 든다. 연일 터지는 사고 뉴스와 무관할까? 지난 12월 초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열 송수관 파열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강릉선 KTX가 탈선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쉽게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기에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올해는 그게 끝인 줄 알았다, 이미 세월호에 단련된 슬픔은 ‘그나마도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해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라는 손 피켓을 사진, 사진 속 청년의 눈을 응시하기 전까진 그랬다. 태안 석탄화력에서 일했던 故 김용균 씨. 그의 죽음은 우리는 또 하나의 슬픔 속으로 던져놓았다. 

잘 알려졌다시피, 故 김용균 씨는 스물넷 청년. 태안화력의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그는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검은 분진으로 1m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작업장, 위험천만한 컨베이어 벨트 옆을 걷거나 기며 낙탄을 구분하고 청소했다. 청년은 자신의 죽음은 알지 못했지만, 이 일이 ‘죽음’의 작업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故김용균씨는 옹골지고 당당한 눈빛으로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는 손 피켓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도 그 것 때문 아니었을까.  

어떤 기시감.  
2014년 4월 15일, 450여 명이 넘는 승객이 인천 앞바다에서 제주에 가기 위해 배에 몸을 실었다. 사회적 참사의 대명사가 된 이름 세월호다. 당일 깊은 안개로 출항을 하지 못한다고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배는 출발했다. 비정상적인 증축, 무리한 화물 적재와 부실한 고박이 일상적이었던 세월호는 국내 도입 이후 여러 차례의 안전점검과 정밀검사를 통과했다.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당시 작동하지 않은 구명뗏목 40여 개가 있었다. 선원과 승객에 대한 안전교육 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월호는 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2018년 10월 11일부터 이틀간 태안화력에 안전검사가 실시됐다. 작업장 내 모든 설비의 안전성을 검사했는데, 사고가 난 컨베이어의 안전장치 등 모든 항목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태안화력은 중대 안전사고가 여러 번 일어났지만 정부의 '무재해 사업장' 인증을 받았고, 한국서부발전도 정부의 혜택을 입었다. 발전소 내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는 은폐되었다. 같은 작업공간이지만 하청업체의 책임이라는 이유로, 사고를 공식 보고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태안화력에서 이미 1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어두컴컴한 작업장의 시설 개선 마련을 비정규노동자들이 스무 번도 넘게 요구했지만, 원청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책임을 외면했고 하청은 돈이 없다며 묵살했다. 하물며 안전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을리 없었다. 하청업체의 직원들은 안전교육은 물론 안전물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사고 후 수습 과정도, 기시감이라는 표현이 맞았다. 세월호 사고 보고 시점은 최초 기울어진 시간과 매우 달랐다. 해경 123정은 학생들을 구하지 못해 우왕좌왕 했다, 일찍이 구조된 선원들은 스스로만 살아남으려 했다. 태안화력의 본사인 서부발전은 故 김용균씨의 사고 시간을 조작해 보고했다. 故 김용균 씨의 사고 수습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기계를 돌릴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누가 짚어 주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이 같은 상황을 떠올렸다. 안전에 문제가 있었지만, 안전검사는 통과됐고. 정규업체의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하는 직원들은 비정규직에 놓여있었다. 안전교육은 그야말로 유명무실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비용>에 선한 목숨은 언제든 희생 당할 수 있었다.  

예고된 참사, 반복된 사고 
4년 전, 우리는 304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점점 가라앉는 것을 보고 만 있어야 했다. 시퍼렇게 바다 위로 드러난 선수마저 넘어가는 순간, 비극적 고통은 많은 사람의 가슴에서 미안함과 고통으로 오래 남았다. 그리고 2년 전,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비극의 시발점이 된 정부의 탄핵을 요구했다. 비극에서 저항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진정한 촛불정신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도처에 세월호가 남아있다는 것이. 또 다시 한 청춘이 죽음의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몸이 두 동강 나고도, 울어줄 시간도 없이 기계를 재가동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여전히 미개한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참사는 예고되어 있고, 사고는 반복되었다. 지난 10월 13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 등이 내린 ‘과적·조타이상·복원력 불량’에 의한 ‘단순 해양 사고’라는 엉터리 결론으로 세월호참사에 연루된 기관과 책임자들은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안전불감증과 참사에 대한 사고 원인 규명, 구조 실패의 재수사를 촉구하던 날은 태안화력 서부발전의 안전검사가 모두 ‘양호’하다는 점검이 이뤄진 다음날이었다. 

이제는 ‘세월호’ 얘기를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있다. 충분히 울었고, 충분히 슬퍼했다고. 다 해결된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밝혀지지 않아, 제대로 ‘처벌’ 받지 않은 사람과 혐의들이 더 많이 있다. 참사 당시 해경의 부실 대응에 대해서도, 해경 123정 정장만 처벌을 받았다. 실제 지휘선 상에 있던 간부들은 자체 징계를 받거나 외려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균님 - 출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김용균님 - 출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주머니에 휴대폰과 엄마가 여행 전에 쥐어준 용돈 몇 만원, 자신을 알리기 위해 꼭 붙잡은 학생증. 세월호 사고 당시 단원고 학생들의 유품이 너무도 소박해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故 김용균씨의 유품이 다시 한 번 참아 있던 눈물을 터트리게 한다. 컵라면, 샤워도구, 분진 묻은 수첩 속 메모들. 그저 착하게, 열심히, 살던 청춘들에게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지 그저 미안하고 미안하다. 

서부발전은 뒤늦게서야 ‘환골탈태’라는 단어를 써가며 사고 5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를 했다’기 보다, 기자들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사과에는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근본적 문제 해결의 강력한 대책이 중요하다. 

유경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故김용균님 조문 다녀와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세월호 부모님들이 와주셔서 힘이 돼요. 감사해요. 이런 인사를 더 이상 들을 일 없는 세상 이기만을 바랐다. 그저 내 새끼가 건강하게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세상이기만을 바랐다. 오늘 또 자식을 빼앗긴 부모가 피눈물을 흘린다.” (이하 후략)

세월호 사고 이후 지난 정부는 여러 번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상조사와 수사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직권조사 개시됐다. 사고 4년 만의 일이다. 또 하나의 청춘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나서야, 다시 한 번 안전사고 이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처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묘한 기시감, 그 악몽을 언제쯤 꾸지 않을 수 있을까. 

2019년에도 외침은 계속되어야 한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은 세월호가 남긴 고통과 세상의 상처에 대해 매달 한 차례씩 이 지면을 통해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여름부터 시작한 이어온 글에 언제쯤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우리 자신도 의문이다. 이제 며칠 후면 제야의 종을 들으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많은 이들이 새해의 희망을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이가 얼마나 될까. 2019년에도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잿빛 꿈을 보듬으며 쓰러져 가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결핍의 가난이 사회적 박탈로 이어져 긴 한숨을 내쉬는 가족들이 있을지 모른다. 어이없는 안전사고로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기억하고 돌아보면서 현재진행형의 아픔을 말하려고 한다. 함께 하고 있어 위안이 되고 사회적 각성이 된다면, 잊지 말아야 한다. 2019년에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김용균 씨의 죽음을 잊지 말고 외쳐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위험에 내몰리지 않은 안전한 삶을 위해서라도. 기억하며 말하고, 때로는 거리에 나서 목소리 높여 함성을 질러야 할 것이다. 나의 삶과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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