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섭의 그림읽기] 딸에 대한 사랑·가족의 소중함 그려내
[변상섭의 그림읽기] 딸에 대한 사랑·가족의 소중함 그려내
장욱진 作 ‘엄마와 아이’
  •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 승인 2018.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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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다. 어린이가 그린 동화처럼 관심의 대상만 간단 명료하게 표현했다. 군더더기가 낄 여지를 아예 없앴다. 단순 미학의 극치다.

장욱진(1917-1990)의 작품세계는 단순함이 시작이자 끝이다. 평소 ‘심플’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니 그럴 법도하다. 해와 달, 나무, 아이와 까치가 단골 메뉴다. '엄마와 아이(1980)'도 그렇다. 작가가 출가한 딸의 득남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딸에 대한 사랑, 가족의 소중함과 애틋함이 담뿍 담긴 작품이다. 작품에 감상자 자신을 대입하면 우리 모두의 얘기가 된다.

그림 속 해와 달, 나무, 산은 우리가 늘 접하는 생활 속 공간을 의미한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은 '성모자상' 또는 근대기 화가 채용신의 '운낭자상'이 연상된다.

사각의 캔버스에 둥근 원을 그리고 원 안에 엄마와 아이를 중심으로 해와 달, 두 그루의 나무를 배치했다. 안정적이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구도다. 보름달 같은 둥근 얼굴에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입술은 붉다. 표정이 없는 얼굴이지만 볼과 입술이 붉어 건강미가 느껴진다.

따스한 계열의 물감을 엷게 칠해 천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눈맛을 살렸다. 아동화처럼 단순하다. 어른 애 할 것 없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고, 불변의 블루칩 작가로 유명세를 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파에 찌든 사람도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불현듯 순진무구로의 회귀를 재촉받는 듯하다. 알몸의 아이가 남성 심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은 남아선호 사상의 영향 탓일 것이다. 대를 이을 아들 또는 손자를 출산했다는 무언의 과시이기도 하다. 1960-70년대까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장욱진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술을 즐겼다. 술을 마실 때가 유일한 휴식이라며 한번 시작된 술자리는 일주일씩 계속됐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에 몰두하면 몇날 며칠 먹고 자는 것도 잊은 채 그림 그리기에 몰입했다고 한다. 반면 붓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물을 얻겠다는 강한 집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충남 연기(현 세종시) 출신으로 남들이 다 소망하는 대학교수도 마다하고 자연을 벗삼아 평생 동화처럼 ‘작고 예쁜’ 그림만 그렸다. 생전에 그는 제자들에게 “큰 그림은 심심해서 못 그리겠다”며 작은 그림만 고집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종시에서 작가의 선양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장욱진 예술의 진수가 우리 곁으로 살갑게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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