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달라진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달라진다
온양한올고 디베이트 수업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8.12.2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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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학교는 오로지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이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학교와 교사, 학생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학교가, 교사가, 학생이 달라져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 되어야 하고, 교사는 ‘배움을 이끄는 촉매’가, 학생은 ‘배움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수업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디베이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디베이트’는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사전에 발언시간과 순서를 정해 토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형식이 있는 토론’이다.

단편적 지식보다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이기에 디베이트는 학생들을 사고를 성장시키는 좋은 수업방법으로 손꼽힌다.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휘 능력과 비판적 읽기 능력이,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말하기와 듣기 능력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수업화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온양한올고는 2010년부터 디베이트를 방과후 수업으로 진행해 왔으며 2014년 정규수업에 디베이트를 접목시켰다. 2015년부터는 교사가 직접 나서 디베이트 교재를 만들고 보다 체계적인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디베이트 수업을 이끌어온 김시형 교사는 “디베이트를 통해 아이들의 사고가 성장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교사로서 디베이트 수업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모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디베이트 수업을 하면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요. 수업 과정이지만 어쨌든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설명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디베이트는 충분히 의미 있다 생각합니다.” 김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가 수업의 주체가 되어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학생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온양한올고의 디베이트 수업은 여느 학교와는 다르다.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있지만 이를 정규수업에 접목시키고, 교사가 나서 직접 교재를 만드는 건 전국 최초다. 2016년부터는 1학년 사회교과에서 평가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한꺼번에 이뤄진 건 아니다.

“방과후 수업으로 디베이트를 시작할 때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 정규수업이 되면서 부터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사회 이슈를 모은 책을 만든 것 또한 자료수집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김시형 지도교사
김시형 지도교사

김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의 이면에는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한 반을 3그룹으로 나눠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해요. 디베이트를 위한 교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토론 과정은 캠코터로 촬영되죠. 처음엔 교사가 개입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들 스스로 룰을 조정하면서 토론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간혹 논점을 벗어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교사는 토론과정에서는 끼어들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가 그 상황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러는 사이 성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
최근 한올고는 토론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화재 환수 디베이트 대회’에서는 고등부 1등, ‘국회의장배 고교 서바이벌 토론왕’에 출전해서는 국회사무총장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박준규 교사는 “매주 학교에서 디베이트를 해왔기 때문에 형식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며 “수업을 통해 익힌 협력과 상호작용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그러나 수상보다 더 큰 획득은 학생들의 변화다.

‘국회의장배 고교 서바이벌 토론왕’에 출전해 국회사무총장상을 수상한 2학년 이민경 학생은 “디베이트를 통해 시선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1학년 양혜원 학생 또한 “자료를 찾고 토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수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요.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여당이 뭔지, 야당이 뭔지도 몰랐는데 그 때에 비하면 정말 시야가 많이 넓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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