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귀한 노력이다
[오피니언] 정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귀한 노력이다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상처 입은 어미의 마음 모욕 말라
  • 지유석 시민기자
  • 승인 2018.12.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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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국회의원
이장우 국회의원

[굿모닝충청 지유석 시민기자] "이러다 나라 망하게 생겼다."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소위 회의 중 한 말이다.

이 의원의 발언이 나온 맥락은 이렇다. 지난 11일 오전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협착되는 사고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자 당장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국회 환노위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아래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현행법에선 보호대상이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 종사자를 포함하는 한편,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진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노동계를 위시한 시민사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제도적으로 막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관심은 자연스럽게 입법기관인 국회로 쏠렸다.

그러나 국회는 여론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장우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너무 엉터리'라고 깎아 내렸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의 범주가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어 '너무 광범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발언 수위는 국가 경쟁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정점에 올랐다.

"책임 원칙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게 훼손하고 있고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도 안 이뤄졌고 법령을 준수할 수 있는지도 검토가 안 됐다. 이러다 나라 망하게 생겼다."

이 같은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이 의원은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신념이 굳건해 보인다. 그래서 기업활동에 그 어떤 제약도 가할 입법조치에 대해선 굉장히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의 신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 19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회의에서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이날 고용노동소위에서는 개정안이 재차 심의안건으로 올라왔는데, 이 의원은 개정안 가운데 근로자가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사업주에게 법률상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두고 같은 당 임이자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임 의원은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 의원의 말이다.

"사업장에서 휴게실이 필요하지만 예를 들어 경영자 입장에서 지금 기업이 거의 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정치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정치하면 얼른 쟁점현안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간 말다툼, 혹은 각 정당 내에서 이는 계파 갈등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물론 현실정치는 여야간 이해관계와 막전막후에서 이뤄지는, 가끔은 졸렬한 타협으로 굴러간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현실정치의 작동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정치는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을 초월하는, 인간의 마음을 보듬는 궁극의 활동이다. 미국의 교육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는 자신의 책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정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마음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면 우리는 그것을 전진하고 대항하는 체스 게임, 권력을 잡기 위한 야바위 노름, 서로 비난만 해대는 두더지 잡기 게임으로 보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한다면 정치는 절대로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오래되고 고귀한 인간적인 노력이다. 거기에서는 강자만이 아니라 약자도 번영할 수 있고, 사랑과 권력이 협력할 수 있으며, 정의와 너그러움이 함께 실현될 수 있다."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오래되고 고귀한 인간적 노력'이라는 대목에 주목하자. 고 김용균씨 부모인 김해기씨와 김미숙씨는 아들의 죽음으로 마음을 다쳤다. 특히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일하는 작업장을 보고 경악해 했다. 그래서 또 다른 젊은이들이 자신의 아들처럼 죽음 당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달라고 백방으로 호소하고 있다.

정치는 다른 게 아니다. 이렇게 아들 잃고 다친 어머니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게 정치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쉽지 않다. 비용 문제부터 녹록치 않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대로 하청-재하청의 연결고리를 끊으면 자연스럽게 원청 업체의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기업 입장에서 갑작스런 비용부담을 감당하려 할까?

문제는 정치인으로서 가져야할 태도다. 아들 잃은 엄마가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며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엄마의 아픔은 아랑곳 하지 않고 기업 입장만 대변한다는 건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도리에 맞지 않아 보인다. 도대체 이 의원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 의원은 2016년 대전참여자치연대가 주는 '올해 최악의 정치인상'을 받은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대전시민의 민심을 왜곡하는 지속적인 막말과 독설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시민을 화나게 했다"는 게 이유였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나왔지만,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 특히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국민을, 특히 자식 잃은 어미의 마음을 모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의원은 올해 다시 한 번 최악의 정치인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하다.

이 의원에게 바란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곱씹어 보라. 그리고 기억하라. 정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행동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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