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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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현주소만 드러낸 31일 국회 운영위
  • 지유석
  • 승인 2019.01.01 11: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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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2018년 마지막 날, 세간의 관심은 온통 국회로 쏠렸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청와대발 비위가 흘러나올 때 마다 조 수석을 겨냥해 자주 날을 세웠다. 이번에 조 수석이 국회에 나온 이유도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논란이 일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출석을 요구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이번 국회 운영위를 조 수석에 대한 청문회로 만들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의도와 달리 조 수석은 침착하고 냉정했다. 간결하고 단호한 어조로 한국당의 질의를 맞받아쳤다. 특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의 기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청와대와 한국당이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거침 없이 날을 세웠다. Ⓒ JTBC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청와대와 한국당이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거침 없이 날을 세웠다. Ⓒ JTBC

나경원 원내대표 :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웠는데 그런 위선, 일탈에 대해서 '양두구육'의 정권이다, 이렇게밖에 규정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조국 민정수석 :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말해서 '삼인성호'입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 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청와대와 한국당이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한국당의 공세에 맞섰다. Ⓒ JTBC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청와대와 한국당이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한국당의 공세에 맞섰다. Ⓒ JTBC

나경원 원내대표 : 이 정부는 무차별하게 사찰했습니다.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무원 핸드폰을 압수해갔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1인의 일탈로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정부의 위선이 드러나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 : 이번 사태의 핵심은 자신의 비리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정말 제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양측의 입장을 간략히 요약해보자. 한국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사찰했고, 이는 중대 행위라는 입장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렸다. 나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논란의 진원지였던 김태우 수사관을 공익제보자라고 치켜세우는 한편 현 정부를 향해선 '양두구육'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공격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은 단호했다. 조 수석은 이번 사태를 이렇게 요약했다. 

"사태의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는 데 있습니다."

한국당과 청와대,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사실에 부합할까? 환경부 블랙리스트 공방이 그 답을 주리라고 본다.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환경부가 작성한 동향 문건에 대해 한국당은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김정주 환경산업기술원 전 본부장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김 전 본부장은 "도저히 사퇴하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괴롭혔고 지금도 그때의 충격으로 약을 먹지 않고는 잠에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종석 비서실장은 "김정주라는 분은 확인해보니 3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분으로, 퇴임하신 분"이라고 답했다. 

공방이 오가자 곧장 팩트체크가 이뤄졌다. JTBC·<오마이뉴스> 등 복수의 언론이 확인한 바 임 비서실장의 답변이 사실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김 전 본부장이 지난 20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 후보자였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공허한 의혹제기 남발하는 한국당

국회 운영위는 12월 31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해를 넘긴 1일 0시 46분에야 끝났다. 14시간 46분간 이어진 기나긴 회의였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당은 그간 주장해 왔던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한 방'을 날리는 데 실패했다. 더구나 김정주 전 본부장의 이력이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실소마저 자아내게 한다. 요약하면, 한국당은 그토록 공세를 퍼부었던 조국 민정수석을 앞에 두고 헛발질만 한 셈이다. 

사실 한국당의 헛발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9월 심재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현 정부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당시 한국당은 심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며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그러나 정부는 심 의원의 의혹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심 의원은 추가 폭로를 이어나갔지만, 그때도 역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이번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청와대 특감반 논란 역시 한국당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양상이다. 

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할까? 보수 정권 시절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사법농단·문체부 블랙리스트 등 비리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제 야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은 지금 청와대라고 다르지 않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 건 아닐까? 

야당의 존재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다. 그러나 한국당이 이제껏 보인 행태는 견제라기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가까웠다. 한국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근거가 약한 의혹을 들고나와 정쟁거리로 삼았다. 앞서든 심재철 의원과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가 대표적이다. 

아무리 현 정부가 곱지 않아도 협력할 지점이 있으면 협력해야 한다. 특히 마음 상한 국민이 있다면 그 마음을 보듬어야 하는 게 정치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단언컨데, 이건 정치가 아니다. 

부디 새해엔 흠집내기는 멈추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이제 의원 임기도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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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05 17:39:45
사설임을 감안해도 너무 논조가 친여, 친정부적인데요...
연말연초의 사실상 청문회였던 저 운영위 격돌이,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열어놓고서(여당인 민주당이야 청와대 소관상임위인 운영위의 특성상 수비수 입장이고 열기 싫은 게 당연한데 산안법 개정(김용균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 거니까)본전도 못 찾은 게 맞긴 하지만요...

한심한 2019-01-01 13:11:59
대변지 같구먼~~
아주 그 길로 나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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