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2005년부터 작년까지 아동 청소년 성범죄로 처벌을 받은 목사를 조사해봤더니 모두 79명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가운데 21명은 여전히 '성직자'를 자임하면서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 보도 내용 중 일부다. 이날 뉴스룸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이 실형을 받고도 교단 복귀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실태를 꼬집었다.
뉴스룸 취재진이 확인한 사례는 실로 충격적이다. 2013년 1월 아동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받은 임모씨는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에서 교육목사로 활동 중이다. 2012년 교회 체육대회를 준비하던 13살 여중생 신도 2명을 추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 형을 받은 경기도 안산의 또 다른 목사 역시 버젓이 담임목사다. 부모를 잃은 아이를 추행한 목사도 있었다. 이 목사도 역시 목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치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05년부터 2018년 사이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는 79명이었다. 그리고 실형 선고를 받고 지금도 복역 중인 목사들이 25명,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목사들이 23명, 집행유예 28명, 벌금형이 3명이다. 그런데 교단으로부터 목사직 박탈에 해당하는 면직 조치를 받은 목사는 5명에 그쳤다. 결국 출소한 목사들 대부분이 여전히 목사라는 말이다. 실제 JTBC 뉴스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 79명 가운데 21명이 여전히 ‘성직자’를 자임하고 있다.
교단 직무유기 와중에 피해자만 교회 떠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뉴스룸 취재진은 이렇게 지적한다.
"성추행 사건 이후 바뀐 것은 피해자들이 교회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교단도 사실상 묵인한 셈입니다."
기자는 이미 여신도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노아무개 목사 사건을 다루면서 노회가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이 버젓이 목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도 각 교단의 공조직이 범행을 저지른 목사에 대해 아무런 징계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사회법정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목사에 대해 교단이 또 한 번 징계조치를 내리는 일이 가중처벌로 보일 수도 있다. 또 실형을 산 뒤 반드시 재범을 저지른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광주광역시 모 교회 목사도 뉴스룸 취재진에게 "범죄를 아마 한 번 했다고 해서 계속해서 저지른다는 데이터가 있나"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나 목사 개인의 회심과 교단 공조직의 징계 조치는 별개의 문제다. 목회자의 아동 성범죄는 사회법은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심각한 행위다. 그렇기에 교단은 범죄 목사의 죄상을 세상에 알리고, 목사가 적절한 기간 동안 회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각 교단마다 헌법 및 사법기구가 존재한다. 교회가 정한 법과 절차에 따라 범죄 목사를 징계해야 혹시 있을지 모를 재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고자 모인 이들을 향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당부했다. 이 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시대흐름을 선도하고 사회의 모범이 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 보다 앞서 나가기는커녕, 세상의 상식보다 못한 행태를 보여 왔다. 목회자들이 아동 성범죄를 비롯해 살인 등 사회법에서도 엄중히 여기는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교회·교단이 이를 묵인하는 게 대표적이다.
JTBC 뉴스룸은 8일 오후 목회자들의 아동 성범죄 실태 보도를 이어나가겠다고 예고했다. 뉴스룸의 이번 보도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를 추적한 <보스턴 글로브>지 '스포트라이트' 취재팀의 성과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뉴스룸 보도가 죄의식을 잃어버린 목사는 물론, 교회·교단의 직무유기에도 경종을 울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