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방문의 해 확대가 꼼수로 보이는 이유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방문의 해 확대가 꼼수로 보이는 이유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1.09 13: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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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초대한 손님은 굶기고, 진수성찬 차려 다음 손님 맞겠다는 대전시

지난 연말, 기차를 타고 순천국가정원에 다녀왔다. 한겨울에 수목원이라니 눈도 꽃도 푸르름도 없는 조금은 황량하고 메마른 풍경이었지만 정원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패키지여행이 그렇듯 빠듯한 시간에 쫓겨 정원을 돌아보는 관람차를 타지 못한 것은 섭섭했지만 달리는 ‘삼각 김밥’이라는 애칭의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만 습지 입구까지 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동행한 지인과 푸른 잎들이 생기를 머금는 봄날, 꼭 다시 와 하루 종일 느린 걸음으로 정원과 습지를 구석구석 둘러보자고 약속했다. 손가락 걸어 맹세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랬다. “주변의 더 많은 지인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대전처럼 2019년은 ‘순천 방문의 해’다.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생태도시 구축이라는 뚜렷한 주제와 도시 브랜드를 갖고 있다. 2013년 순천세계정원박람회를 치렀다.

대전 방문의 해 이미 막 올랐는데 이제와 궤도 수정이라니

‘대전 방문의 해 3년 확대 추진’. 순간 눈을 의심했다. 오보이거나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 제시가 부풀려진 줄 알았다. 8일 대전시는 '2019 대전방문의 해' 추진기간을 3년 확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2019 대전방문의 해’는 실질적으로 1월1일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느닷없이 새로운 범시민추진위 출범식과 비전 선포식이라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새해 벽두, 덕담을 하고 싶었다. 덕담을 하는 대신 납득하기 어려운 대전시 행정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정말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추진했던 행사가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정해진 행사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열화와 같은 성화에 힘입어 기간을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것이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예견된 부실, 준비 소홀해도 너무 소홀해 우려가 현실로

대전시는 1년 전에 이미 올해를 대전시 출범 70년, 광역시 승격 30년을 기념한 ‘대전의 방문의 해’로 정하고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야심차게 ‘2019 대전 방문의 해’ 선포식을 가진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뿐만 아니다. 3년 확대라는 궤도수정 직전까지 허태정 시장까지 나서서 차질 없는 추진과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동안 ‘2019 대전 방문의 해’ 추진에 대해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대전방문의해 관련한 예산만 86억 원에 달하는데 준비가 소홀해도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콘트롤 타워도 없었고 무엇보다 빈약한 콘텐츠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대표 콘텐츠로 대전역 야시장, 아이돌 잔치인 K―POP 뮤직페스티벌 정도가 고작이었다. 대전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담은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도 못 그린 것이다.

90억짜리 사업이 고작 대전역 야시장, K―POP이 대표주자

전임 시장이 임기 중 낙마하는 바람에 행정 공백이 이어진데다 중간에 지방선거가 있어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애초 방문의 해 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지는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기본 계획단계에서는 7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던 관광객 유치수가 도중에 슬그머니 500만 명으로 수정된 것이다. 방문의 해 사업 막이 올랐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진 공식 슬로건도 없다. 관련 부서는 ‘대전이 좋다–소소한 체험부터 특별한 여행까지-’라고 밝히고 있으나 로고와 달리 이 슬로건이 대외적으로 사용된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2019년 한 해, 일회성 이벤트로는 대전여행의 획기적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대전 방문의 해를 운영하겠다” 대전시가 밝힌 대전 방문의 해 기간 연장의 이유다.

지역방문의 해, 어차피 일회성의 관광객 유치 집중 이벤트

하지만 이 대목에서 대전시가 뭔가 놓치고 있거나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역 방문의해라는 것은 어느 특정한 해를 정해 온 도시의 역량을 결집해 집중적으로 나라와 도시의 홍보와 선전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어차피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지역방문의 해 개최를 통해 지역의 관광 인프라를 정비하고, 관광산업을 한 단계 도약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현재가 미흡하니 기존의 계획을 수정 보완해 3년 후 10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식사 준비도 없이 손님부터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대한 손님은 쫄쫄 굶긴 후 그때부터 장보고 요리해 다음 손님을 맞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배곯은 손님들이 이번에는 진수성찬을 차렸으니 다시 오라고 하면 다시 오고 싶어 할까?

준비 안 됐으면 접었어야 민선7기 출범 6개월도 허송세월

방문의 해 3년 확대는 대전 방문의 해 사업 내용이 워낙 빈약해 사후 평가에서 비난과 질책이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해지자 내놓은 궁여지책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민선7기 출범 이후 6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충분한 시간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는 있는 기간이다.

최소한 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검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은 된다. 준비가 안 됐으면 체면을 구기더라도 사업을 접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짜리 일회성 이벤트여서 3년으로 확대한다’는 그럴듯한 포장을 씌워 강행하는 것은 6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냈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문의 해 사업 기간 연장이 예산 낭비에다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 읽히는 이유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이러한 정책 결정이 민선7기가 내세우는 도덕적이고 정직한 행정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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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9-01-09 14:59:55
할 일도 없고~ 심심한거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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