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서울대 입학을 앞둔 스무 살 김승진을 만나다.
‘흔들리며 피는 꽃’, 서울대 입학을 앞둔 스무 살 김승진을 만나다.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9.01.16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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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대학입시 결과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대학이 전부는 아니지만 삶의 궤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무 살, 승진이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축구선수를 꿈꿨던 승진이는 대학 진학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그려갈 예정이다.

축구선수를 꿈꾸던 아이, 김승진

천안 중앙고에 재학 중인 승진이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승진이는 형, 누나와 함께 어머니와 살게 됐다.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의 아이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빈자리는 승진이를 허기지게 만들지 못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꽉 채운 가족들이 있어서였다.

특별히 힘들거나 어렵다고 느낀 건 없었어요.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늘 마음 써주셨고, 형이랑 누나도 함께 있었으니까요.”

승진이를 버티게 한 또 한 가지는 축구선수라는 꿈이었다.

방과 후 축구교실을 통해 축구를 시작한 승진이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승진이의 꿈은 오로지 하나 축구선수였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재능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었고, 그 꿈이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 준 것이다.

축구선수가 되는 게 유일한 꿈이었어요. 열심히 하면 될 거라 생각했고 정말 열심히 했죠.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나는 좋은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골키퍼는 체격조건이 중요한데 전 골키퍼를 하기엔 키가 작았거든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신체적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축구를 관두기로 결심했다.

승진이에게는 정말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축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후 승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 말고는 딱히 해본 게 없었기에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공부도 마찬가지였고요. 운동만 했으니 공부를 잘했을 리가 없죠.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승진이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늦었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는 시간에 저는 운동만 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정말 급해졌어요.”

승진이는 운동에 매진하던 근성을 공부에 쏟았다.

친구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낼 때도 승진이는 혼자 공부를 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학원과 과외는 생각지도 못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문제집을 사는 것도 고민해야 했어요. 사고 싶은 문제집을 모두 살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2011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에서 매달 학비 지원을 해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매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지원되는 10만 원으로 승진이는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았고 승진이의 성적 또한 날로 향상되어 갔다.

운동을 하며 다져진 인내심은 학습에서 백분 발휘됐다.

승진이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급 임원으로, 전교 학생회장으로 활동할 만큼의 리더십을 가졌고 인기도 많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온 것이다.

 

승진이를 버티게 한 생각, ‘나만 잘하면 된다

인터뷰 내내 승진의 표정은 밝았다.

소리 내어 웃지는 않았지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었다.

그런데 문득, 이렇듯 밝은 모습의 승진이에게도 힘들고 고단한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집안이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 문제집을 사거나 할 때 좀 다양하게 사고 싶은데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까...... 그래도 그런 것들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냥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잠깐의 슬럼프가 찾아왔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으려 애썼고 그 결과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합격이라는 결과도 얻을 수 있었다.

받을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눌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대학 입학을 앞둔 승진이에게 대학에 가서 뭘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긋지긋하게 공부를 하고서는 또 영어공부가 하고 싶단다.

다른 친구들은 해외 나가고 싶다고 하고, 놀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입시 준비 때문에 영어 문제만 풀 줄 알지 회화는 자신 없거든요. 그래서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는 게 첫 번째 계획이에요.”

승진이의 대답에 더 큰 계획은 없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승진이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저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기 때문에 나중에 저와 같은 상황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받았으니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돌려주고 싶어요.”

승진이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환경 때문에 흔들리는 아이들이 있다면 모든 건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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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2019-11-29 08:47:48
승진이 중학교때 뛰어다니면서 공부잘하는애들한테 궁금한거 물어보고 늦께까지 선생님들 찾아다니면서 공부한 학생입니다 친구로써 넘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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