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알고도 꿈쩍 않는 군 수뇌부, 결국 현역 군인이 폭로했다 
결함 알고도 꿈쩍 않는 군 수뇌부, 결국 현역 군인이 폭로했다 
리뷰] 야간투시경 결함 통해 방산비리 의혹 제기한 MBC ‘PD수첩’
  • 지유석
  • 승인 2019.01.1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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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은 야간투시경 결함 통해 업체와 군 당국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 PD수첩
MBC ‘PD수첩’은 야간투시경 결함 통해 업체와 군 당국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 PD수첩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어둠 속에서 상대를 식별해주는 야간투시경은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장비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산이 많은 지역에서 야간투시경의 필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결함투성이의 투시경이 군에 납품됐다는 정황이 불거졌다.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15일 '눈먼 군대, 15년의 비리'편을 통해 우리 군이 사용하는 야간 투시경 장비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제품은 이오시스템이 개발한 PVS-04K 모델이다. 개발사인 이오시스템은 이 제품을 2006년부터 군에 납품해 오고 있다. 업체 측은 개발 당시 야간투시경의 3세대 영상증폭관을 적용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야간투시경의 결함을 제보한 제보자의 말은 다르다. 

이 제보자는 놀랍게도 대테러임무를 수행한 바 있는 현역 군인 최병윤 씨(가명)다. 최 씨의 말을 들어보자.

"교범 상에는 몇 백m 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잘 안 보이니까 실제로 위에서는 ‘야, 이게 어디까지 보이는 건데 왜 못 보냐?’ 다그치고 저희는 진짜 보고 있는데 안 보이니까... 사람인지 동물인지 짐승인지."

제작진은 최 씨의 제보를 검증하고자 다른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과 접촉했다. 이들의 말도 최 씨와 거의 일치했다. 예비역 장병들의 말은 실소마저 자아내게 한다.

“저는 GP에서 근무 했는데 이렇게 전방에 있으면 한 10m? 가시거리 거의 10m 정도, 진짜 앞에만 보이고 철책 앞에 왔다갔다 하는 고라니 정도 보일 정도로. 그 이후에는 안 보여요. 차라리 육안이 나을 정도로.” - 예비역 김재훈 씨(가명)

"제가 봤을 때는 이건 그냥 세상을 초록색으로 만들어주는 기능 정도였던 것 같고 이걸로 ‘뭔가를 식별해서 본다’ 이런 느낌보다는 그냥 ‘군대니까 들고 있다’이런 느낌." - 예비역 고세건 씨(가명)

전문가들 역시 야간투시경 성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언급했듯, 야간투시경은 현대전에서 필수불가결한 장비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병사들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토록 중요한 장비가 고작 '세상을 초록색으로 만들어주는' 기능만 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상부는 야간투시경의 결함을 모르는 걸까? 제보자 최병윤 씨는 상부 역시 결함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역 병사들도 같은 증언을 했다. 그럼 왜 바뀌지 않을까? 아래 인용할 제작진과 최 씨의 일문일답에 답이 숨어 있다.

제작진 : 화가 정말 많이 나계신 것 같아요.

최병윤 씨(가명) : 예, 처음에 군 생활을 모를 때는 경험이 없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이게 바뀌어야 하는데 왜 안 바뀌지, 왜 위에서 조용히 있지, 정말 문제가 없는 건가. 

제작진 : 전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최병윤 씨(가명) : 예.

방산비리는 곧 ‘매국행위’

MBC ‘PD수첩’은 야간투시경 결함 통해 업체와 군 당국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 PD수첩
MBC ‘PD수첩’은 야간투시경 결함 통해 업체와 군 당국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 PD수첩

상부가 장비 결함을 알고도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혹시라도 군 당국이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PD수첩> 제작진은 국방부가 야간투시경 개발업체로 이오시스템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을 포착했다. 방위사업청이나 국방기술품질원 등 관리 감독 기관 역시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기는 마찬가지임이 <PD수첩> 취재로 드러났다. 

이 지점에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비단 결함투성이 장비가 야간투시경 하나뿐일까 하는 의문 말이다. 

우리 군이 방위산업 비리로 곤욕을 치른 적은 한 두 번이 아니다. 2014년 해군이 구조장비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실전 배치를 강행한 통영함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병사들에게 가야할 국고금과 군수물자를 장교들이 착복해 12만 명의 훈련병들이 동사하거나 아사한 국민방위군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전쟁에서 첨단 장비의 개발·운용 능력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미국 등 군사 강국들은 첨단 군사 장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 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 군도 개인 장비를 개선해 전투력과 생존력을 극대화 하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 결함투성이의 장비가 납품되고, 그 배후에 업체와 군 당국 사이에 유착한 정황이 불거졌다면 실로 심각하다.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위를 위협하는 동시에 군의 전반적인 전투력 마저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야간 투시경 결함을 제보한 현역군인은 장비 결함을 알고도 개선하지 않는 상부를 향해 “솔직히 매국노나 다름없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현역군인 신분이고, 따라서 불이익이 따를 것이 확실함에도 장비 결함을 언론에 제보한 건 꿈쩍도 않는 상부에 대한 실망감일 것이다. 

이 같은 심각성에도 불구, 방위사업청은 오히려 장비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PD수첩> 제작진의 촬영요청은 거부했다. 한편 이오시스템은 방송 하루 직전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까지 했다. 과연 이들이 병사들의 안위에 관심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또 이들에게 계속 국가의 방위를 맡겨야 하는지 역시 의문이다.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보수 야당에게 당부하고 싶다. <PD수첩> 취재로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주는 비리의 일단이 드러난 만큼, 이 참에 보수 야당의 존재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산비리 척결을 위한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요구하고 나서야 보수 야당으로서 면이 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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