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A/S] 알츠하이머와 골프, 기묘한 조합 
[뉴스 A/S] 알츠하이머와 골프, 기묘한 조합 
연이어 불거지는 증언....전두환 씨, 진실 말할 때 
  • 지유석
  • 승인 2019.01.18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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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에도 골프를 즐겼다는 증언이 한겨레, JTBC 등을 통해 계속 불거지고 있다. Ⓒ JTBC
전두환 씨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에도 골프를 즐겼다는 증언이 한겨레, JTBC 등을 통해 계속 불거지고 있다. Ⓒ JT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지난 2005년 MBC는 전두환 씨를 다룬 드라마 <제5공화국>을 제작·방송했다. 이 드라마는 한 번은 전 씨가 12.12직후 주한 미8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존 위컴 당시 사령관에게 질책 당하는 장면을 그린 적이 있었다. 

드라마가 묘사했을 정도니 전 씨는 골프에 꽤 탐닉한 듯하다. 더구나 알츠하이머도 전 씨의 골프 사랑을 꺾지 못하나 보다. 

<한겨레>는 17일 골프장 직원들의 증언에 근거, 지난 해 8월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첫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 강원도 ㄱ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골프장에서 근무했다는 캐디는 “전두환을 직접 수행한 캐디로부터 ‘스코어를 틀릴 뻔했는데, 전두환이 직접 세서 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전 씨의 골프 라운딩이 예기치않게 첫 형사재판 때와 겹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JTBC '뉴스룸'은 18일 "최근 1년 동안 두 달에 한번 꼴로 골프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 와병 중에도 골프 라운딩은 거르지 않은 셈이다. 

전 씨 측은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운동과 법정 증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 씨 측이 적극 해명을 내놓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는 17일 '앵커브리핑' 코너에서 골프란 운동의 속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골프란 "20%의 근육과 80% 두뇌 싸움이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확률과 가능성의 게임이더군요.

지형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심리까지 읽어내야 하기에 알면 알수록 더욱 오묘하게 빠져드는 스포츠라고 합니다."

역사가 주는 마지막 기회 

알츠하이머는 인지능력을 손상시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전 씨가 '오묘하게 빠져드는' 골프를 즐겼다는 복수의 증언은 듣는 이에게 괴리감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 전 씨가 출석해야 하는 재판은 광주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진실의 한 자락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재판이다. 이번 재판은 전 씨가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데서 불거졌다. 

고 조 신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광주에서 신군부가 저지른 일들은 일반적인 소요 진압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셈이다. 5.18 당시 전 씨는 보안사령관이었지만, 12.12를 통해 군권을 장악한 상태였다. 따라서 헬기 사격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지금 전 씨의 나이는 88세(1931년생)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질병이 찾아오고 알츠하이머와 투병할 수도 있다. 그러나 5.18이 한국 현대사에서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감안한다면, 또 당시 전 씨가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골프 논란은 볼썽 사납기 그지없다. 

전 씨의 부인 이순자 씨는 올해 1일 극우성향의 매채 <뉴스타운>과 인터뷰에서 전 씨가 퇴임 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한탄하듯 말했다. 퇴임한 지 30년 넘게 시달리는 그가 한편으로는 안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전 씨가 이토록 불안 가운데 생을 보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스스로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를 핑계 대는 지금의 모습 역시 책임 회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역사는 참으로 집요하다. 30년 넘게 전 씨에게 진실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전 씨는 역사의 집요한 요구에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3월 11일로 예정된 재판은 어쩌면 역사가 전 씨 생전에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전 씨가 이번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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