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을 열며] 침묵하는 시민단체, 피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노트북을 열며] 침묵하는 시민단체, 피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9.01.20 21:2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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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동 총괄팀장
    황해동 총괄팀장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때 아닌’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는 것인지, 아예 처음부터 말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작정하고 입을 다물기로 한 것 같은 분위기다.

    대전 정치권에서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지방선거 ‘불법 선거자금’ 사태와 ‘불공정 경선 논란’에 대해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말 그대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보다는 사회 전체와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지방, 중앙정부의)정책은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주변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 지원도 해준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역할이 다르지 않다. 대전시 행정과 정치권 등에 때론 신랄한 비판을, 때론 애정 어린 조언을, 때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시민들의 행복과 대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특히 지난해 9월 초선인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폭로한 6·13 지방선거 불법 선거자금 사태와 불공정 경선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여느 때 같아서는 사달이 났어도 벌써 났을 텐데 말이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하라”라는 성명을, 다음 달 역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박범계 국회의원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진상을 밝히라”라는 원론적인 성명을 냈을 뿐이다.

    “상대가 민주당이어서인지, 집권 여당의 실세이어서 그런지… 눈치보는 것 아냐?”, “상대가 누구든, 눈치를 보아 온 시민단체가 아니었는데…” 이런 말들이 실망스러운 토로와 함께 나돌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다.

    김 시의원이 폭로한 불법 정치자금 사태와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완전히 부정하고 외면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안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이 없었던 점이 뭇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낸 것이다.

    김 시의원의 폭로는 현재 대전시장 후보 경선이 불법 유출된 권리당원 명부로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의혹 제기로까지 치달아 있다.

    그런데도 시민사회단체들의 침묵은 여전하다.

    김 시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민들을 우롱하고 업신여긴 죗값을 받아야 할 것이다. 법의 잣대로 잘잘못을 가려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여론과 시민사회가 나서 지적하고 이끌어내야 할 부분이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주역으로 활동해 온 관계자가 당시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선거캠프에 몸담고 있었으며, 현재 대전시 3급 정무직에 ‘책봉’됐다는 점을 연계시키면 너무 공교로워질 것 같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명부가 유출된 증거를 공개하고, 시장 경선에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소연 대전시의원.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명부가 유출된 증거를 공개하고, 시장 경선에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소연 대전시의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직접 선수를 날렸다.

    김 시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날 조승래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이라고 치부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또 “대전지역의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 불법·부정 경선에 대해 이슈화하고 사법당국에 고발을 하고도 남을 텐데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범계 의원이 당 대표에 도전하면서 박 비서관을 통해 전국 대의원 명단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장수찬 교수에게 전달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침묵을 하는 것인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김 시의원의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인 17일 낸 성명을 통해 “박범계 의원 비서가 장수찬 대표에게 민주당 당 대표 예비경선인단 명부를 전달했고,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는 김 시의원의 주장은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라며 당 대표 경선 개입설을 부인하면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 훼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다른 때와 달리 재빠른 반응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를 향한 시선이 이미 비뚤어진 탓일까, 성명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20일 성명을 통해 “시민단체는 공익을 실현하고 사회적 부조리를 시정해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단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고 지방정부를 민주당이 석권한 이후 일부 친정부 시민단체의 권력 바라기와 정치적 편향성은 노골화 되고 있어, 시민단체로서의 생명력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정 정파의 이익만을 대변하면서 권력에 곁불을 쬐려는 시민단체여, 사회정의를 바라는 시민의 품으로 어서 돌아오라”라고 호소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해 11월 19일 배포한 성명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불법 금품선거 폭로와 공방, 책임자들의 침묵 속에서 시민들은 피로할 수밖에 없다. 폭로와 침묵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날카롭던 비판의 칼날이 무뎌진 시민단체에 시민들이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 혹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피하거나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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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fvk 2019-01-23 12:58:22
    참된 기사 감사합니다!

    시민 2019-01-21 16:39:39
    요즌 대전에 있는 시민단체들은 정치권이나 시청의 눈치를 보는 어용단체로 전락한것 같습니다.
    시민단체는 보조금을 받지말고 자생적으로 활동을 해야하는데 권력과 갑을관계에 있으니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겁니다. 시민단체장들은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면서 낙하산 한지리 얻어 먹을 궁리만하고 있으니 시민단체가 아니고 시산하단체인거죠. 진정한 시민단체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정의 2019-01-21 09:33:13
    정론집필 기사 잘 보았습니다.
    무릇 시민사회단체는 편향성 없는 중용의 덕으로 시민의 편에 있어야하며
    일부 특정인사의 친정유착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강불식 2019-01-20 23:27:54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를 접합니다.
    정의로운 시민단체로 거듭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