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1조 2500억 원, 그게 ‘다’입니까?
[김선미의 세상읽기] 1조 2500억 원, 그게 ‘다’입니까?
충청권 4개 광역단체 ‘2030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계산법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2.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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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10년 후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아시안 게임 축구경기를 볼 수 있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시안게임을 우리 지역에서 직접 관람하는 대가는 1년에 300억 원, 10년 동안이라 해도 3000억 원이다. 그 정도쯤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

전체 비용을 제시하지 않아, 1조2500억 원은 경기장 신축 비용일 뿐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가 7일 ‘2030 하계 아시안게임’ 유치에 함께하기로 했다. 충청권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의 첫 공식화이다.
 
아시안게임 대전 유치, 2년 만에 부활이다. 물론 이번에는 대전시 홀로가 아닌 이웃 도시들과 함께이다. 대전시는 민선6기 말인 2017년 3월, ‘2030 아시안게임’ 유치 추진하려다 지역사회의 격렬한 반대와 비난에 부딪혀 추진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됐던 전력이 있다. ‘혈세 먹는 하마’라는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에 따른 심각한 재정부담이 반대 이유였다.

‘2014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1조 원이 넘는 지방채 발행 등 어마어마한 빚더미에 올랐던 인천시 사례는 대전시의 반면교사가 됐다. 인천시는 지금까지도 대회 후 경기장 관리에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쏟아 부으며 재정을 옥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의 부담이다.

‘혈세 먹는 하마 비판’, 대전시 2년 전 아시안게임 유치 추진 실패

‘저비용 고효율’. 4개 충청권광역단체들이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선언하며 내세운 전략이다. 사실 국가나 지자체가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며 내세우고 있는 국위선양, 도시브랜드 가치 창출, 생산유발 효과, 고용유발 효과, 고용창출 등등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과 동떨어진 허상이라는 것을 시민들도 이제는 알 만큼 알고 있다.

물론 대형 국제 행사에서 경제적 효과만을 따져 성공 여부를 따질 수는 없다. 비경제적인 무형의 효과가 수치로 계산되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적자’로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 유치는 2년 전, 대전시가 단독으로 유치하려던 것과는 상황과 여건이 달라진 점이 분명 있다. 우선 충청권 공조를 내세우며 4개 광역단체가 함께 나서서 공동 유치와 위험 요소가 큰 비용 분담을 공식화 했다는 점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가 7일 2030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업무협약식이 열린 대전시청 대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형 국제행사 비경제적 무형의 효과 무시 못 하지만 따질 건 따져야

여기에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인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큰 의미도 더해졌다. 4개 광역단체는 2030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 남북 공동 입장,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의 사전 대회 성격을 띠어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형 국제스포츠 대회 유치 후 빚더미에 올라선 적자 사례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우선 충청권 광역단체들은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한 전체 비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대전 충남 충북의 경우 한 해 예산 규모가 6조~7조원에 이르고 있어 1년에 300억 원은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명분 좋아도 행정이 부정확한 정보로 시민들 당의정에 취하게 해서는 곤란 

하지만 공동 유치 선언에서 밝힌 1조2500억 원은 아시안게임 유치 비용의 전부가 아니다. 17개 신축 경기장 건설 비용일 뿐이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서는 경기장 신설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부대시설 등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현재 시점에서 거의 20년 전인 2002 부산아시안게임은 3조2400억 원, 5년 전 인천은 2조 500억 원이 각각 투입됐다. 더구나 한 도시가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함으로써 부대비용이 경기장 건설 비용보다 더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부분을 제외한 채 1년에 300억 원 운운하며 별 게 아니라는 듯 한 부정확한 설명은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태도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시민들을 기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10년 동안의 물가 상승분까지 감안한 비용 산출이 제시되어야 한다.

서남부스포츠타운 일부 조감도.사진=본사DB

경기장 사후활용, 4개 시·도 역할 분담 분명히 해 시민 동의 구해야

2주 남짓 사용한 후 남게 될 경기장의 사후활용과 관리에 대한 고민은 유치 성공보다 더 중요하다. “신축 경기장 사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포츠마케팅 전략을 잘 마련하겠다. 1년 내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는 답변 정도로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개 광역단체의 역할 분담도 관건이다. 자칫 무늬만 4개 광역단체 공동주최가 안 되려면 사전에 분명한 역할 분담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확히 4분의1은 아니어도 어느 한 도시가 홀로 총대를 메는 상황을 만드는 일은 곤란하다. 그게 대전시가 되지 않나 우려가 나오는 것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이와 맞물려 또 하나 경계할 일은 아시안 게임을 빙자한 개발사업의 가속화다.

대형 국제 행사 유치가 반드시 경제적 효과만을 계산해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를 결정하기까지는 시민을 현혹케 하는 당의정이 아닌 도덕적이고 정직한 행정이 필요하다. 비용, 사후관리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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