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칼럼》 카페와 스타벅스(Le Café et Starbucks)
《파리팡세 칼럼》 카페와 스타벅스(Le Café et Starbucks)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9.02.21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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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스타벅스(Le Café et Starbucks)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한 양상이지만 특히 ‘카페문화'는 프랑스인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카페는 단순히 마시는 공간이 아닌 대화를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예술 사조와 철학, 사상이 태어났으니 말이다. 카페 레 두 마고(Les deux maggots) 앞에 세워져 있는 ‘문화재 지정’ 금속 안내판을 보면, 가히 프랑스에서의 카페문화가 어떠한지를 실감케 한다.

프랑스에는 볼테르와 몰리에르, 발자크, 루소, 빅토르 휴고, 나폴레옹이 단골이었다는 최초의 카페 중 하나인 르 프호코프(Le Procope), 실존주의 철학자인 샤르트르와 보봐르가 단골이었다는 카페 드 플로흐(Le Café de Flore), 그리고 피카소, 에티트 피아프,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레 두 마고(Les Deux Magots) 등 많은 카페들이 있다. 지성의 장이라 불리는 소르본 대학을 바탕으로, 라땡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지식인들이 모이기 시작해 카페가 생겨나고, 토론을 바탕으로 한 카페문화가 발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프랑스를 발전시킨 철학과 예술, 지식들은 토론에서 시작되었다 볼 수 있는데, 지성의 전당인 학교가 아닌 '카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철학, 예술은 아카데미식 토론이 아닌 일상적인 토론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작은 원형 테이블이 있고 에스프레소가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살 집을 고를 때, 주변에 카페가 많은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지가 중요한 선택 사항이라고 하니 카페의 존재감이 어떤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적인 카페들이 즐비한 파리 시내에 스타벅스가 파고들기 시작했다. 오페라 가르니에 파리 스타벅스 1호점을 필두로, 여기저기 테이크 아웃 커피집들이 생겨 관광. 여행객들과 젊은이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만남의 장소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추세에서도 프랑스인에게는 유행처럼 번진 테이크 아웃 커피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들에겐 단지 커피를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장소를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녹색 원형 로고 속에 곱슬머리를 한 여인의 로고는, 멀리서 봐도 스타벅스로 금방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브랜드이다.

한국의 경우, 인구 1인당 스타벅스 매장 수가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 즐비하게 문을 열고 있다. 알다시피, ‘스타벅스(Starbucks)’라는 이름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돛대의 밧줄을 맡은 일등 항해사’의 이름 스타벅에 's'를 붙인 것이고, 그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어의 모습을 한 바다요정 사이렌(Siren)'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다. 신화에서 ‘사이렌’은 노래를 아름답게 불렀는데, 선원들이 그 노래를 듣다가 갑판에서 뛰어내려 빠져 죽었다고 전해진다.

근래,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은 캘리포니아 소재 독성물질 교육조사위원회(CERT)가 90개 커피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커피회사들에 “암 경고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판결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유명 커피회사들이 발암물질 함유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경고문 부착을 외면했다고 지적해왔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이다.

스타벅스가 로고 속에 사이렌 신을 넣은 것은, 사이렌의 노래가 아름다워 많은 고객들을 매료시킨다는 의미로 그와 같이 디자인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세이렌(Seirên), 라틴어로 시렌(Siren)은, ‘휘감는 자, 옴싹달싹 못하게 얽어매는 자, 묶는 자’라는 뜻으로 옛날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오늘날 ‘위험을 경고하는 소리나 신호’의 의미로 쓰이는 사이렌(Siren)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으며, 따라서 사이렌 신은 ‘경고의 신’이기도 하다.

커피는 현대인들에게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음료가 되었다. 스타벅스의 로고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것이니, 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여전히 신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사이렌이 ‘매력’있는 노래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것이라는 발상에서 그치지 않고, ‘경고’의 소리까지 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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