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허태정 시장은 와인 애호가(?)
    [김선미의 세상읽기] 허태정 시장은 와인 애호가(?)
    '천만 여행 시대' 개막, 대전방문의 해 관통하는 정체성을 묻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2.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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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초록이 물오르고 꽃 피는 4월이 오면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는 지붕이 열리는 유명 클럽처럼 ‘EDM 페스티벌’이 열리는 거대한 야외 클럽으로 변한다. 디제잉에 맞춰 온 몸을 불사르는 젊은이들의 몸짓과 함성이 밤하늘을 흔든다.

    한밭수목원에는 사자와 온갖 동물이 어슬렁거린다. 아프리카 정글에 온 것 같다.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디지털 정글’이다.

    ‘대청호 할로윈 마을’에는 얼굴에 피가 줄줄 흐르는 귀신이나 마녀 해골 좀비가 제 세상 만난 듯 출몰한다. 으스스 보름달 뜨는 날이면 더 좋다.

    세계적인 셀럽들이 디제잉하는 거품 파티처럼 전국을 들썩이게 하라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대전방문의 해’ 얘기다. ‘대전 방문의 해’를 선포한 지 1년이 넘도록 추진전략만 발표하고 있다. OO발대식, XX선포식, △△출범식만 요란하다. 당초 내세웠던 대전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는 ‘대전 방문의 해 7030’은 온데 간데 사라졌다.

    대전시는 19일 ‘대전 방문의 해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시키고 2021년 까지 3년 확대에 따른  비전과 주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EDM 페스티벌, K-POP 페스티벌과 와인페스티벌을 비롯해 이응노 예술도시 프로젝트, 대덕특구 스마트 과학여행 등 10개 여행 콘텐츠를 선보였다.

    신규 사업으로는 체류형 여행객 유치를 위해 보문산 일원에 랜드마크 타워, 워터파크 및 유스호스텔, 스카이 곤돌라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짚라인, 에코어드벤처, 루지 등 ‘EX(Extreme) 10’ ‘e-스포츠 경기장’ 및 ‘AR·VR체험센터’ 건립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젊은이들을 주 타깃 나쁘지 않아, 단 너저분한 2류로 만들지 마라

    여행 콘텐츠와 신규 사업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젊은 층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들이다. 젊은 층을 대전 방문의 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최근 국내 도시여행의 붐을 주도하는 층이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뜯어보면 도대체 대전방문의 해 3년 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대전만의 특성과 정체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대전 방문의 해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백화점식의 상품 나열만이 도드라질 뿐이다.

    ‘EDM 페스티벌’이든 ‘디지털 정글’ 이든 좋다. 단 실현을 하려거든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라. 스페인 이비자섬처럼 세계적인 셀럽들이 디제잉하는 거품 파티를 열어 전국의 젊은이들을 열광케 하든, 최첨단의 디지털 아트를 보여주든, 전국을 들썩이게 할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라. 가짓수만 많고 먹을 것 없는 밥상, 돈 쓰고 욕먹는 너저분한 2류는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국적불명의 하루짜리 할로윈 축제를 위해 대청호에 할로윈 마을 조성?

    국적 불명의 하루짜리 할로윈 축제를 위해 대청호반에 할로윈 마을을 조성하겠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1년 열두 달, 할로윈 축제 상설 마을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불가하다.

    와인페스티벌 부활 앞에서는 좀비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조차 하다. 민선5기 염홍철 전 시장 재임 시에 시작된 와인페스티벌은 혈세 낭비라는 뭇매를 맞으며 용도 폐기된 지 오래다.

    민선6기 들어 논란 끝에 마이스 산업 육성이라는 명목 아래 와인트로피와 와인페어로 축소됐다. 이 역시 대전시가 공공성과 공익성을 찾기 어려운 주류업자들의 상업적 행사에 해마다 10억 원 가까운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말이다.

    와인페어, 와인페스티벌에 유감이 있는 게 아니다. 핵심은 왜 대전시가 하필 ‘술’이라는 중독성 물질을 위해 그것도 사기업인 외국의 와인 마케팅 회사와 와인수입업체들의 잔치에 시민혈세를 쏟아 붓느냐 하는 점이다.

    공공성 공익성 없는 와인축제, 시민 혈세 대신 와인업자들이 하도록

    더구나 지자체는 시민 건강증진을 위해 음주, 흡연, 마약 관리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에 역행하는 것도 부족해 시민세금으로 술 소비를 권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고 바람직한 행정인지 묻는 것이다.

    중독 물질인 술을 권하는 것은 흡연을 장려하고 화끈한 EDM 페스티벌을 위해 지자체가 앞장서 세금으로 마약을 공급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부정적 여론으로 퇴출된 사업을 어떤 이유로 되살리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화제를 낳은 ‘스카이 캐슬’의 한 장면을 대전시에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서울 의대를 반드시 가야한다고 막무가내로 닦달하는 할머니에게 손녀딸이 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그러게. 그렇게 가고 싶으면 서울 의대 할머니가 가시지 그랬어요”

    폐기된 와인페스티벌 부활, 대전시 공무원들, 시민·시장 바보 만들어

    와인 축제, 하고 싶으면 주류 업자들로 하여금 자기 돈 내고 추진하도록 하라. 시민의 이름으로 퇴출된 혈세 낭비 사업을 다시 소생시키려하지 말기를 바란다. 오기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더 한심한 것은 대전시 공무원 조직이다. 대전 생산 명품 와인이라던 ‘채러티’의 민낯으로 대변되는 와인페스티벌의 실상을 그 누구보다 관련 공무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걸러내기는커녕 방문의 해 콘텐츠를 빌미로 재포장해 내놓은 것은 대전 시민과 현 시장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여겼거나 욕 먹이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아니면 허태정 시장 역시 와인 애호가여서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편 10여 년에 세워진, 신규사업을 빙자한 보문산 개발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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