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오늘 점심 뭐 먹지?"
겨울의 끝자락 2월. 날이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오전 업무를 마친 뒤 다가온 점심시간, 허기진 속과 지친 몸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몇 날 며칠을 방문했는지도 모를 백반집에서 오늘의 끼니를 때우고 싶진 않다. 또 회사 근처 중국집은 이미 질린 지 오래다. 뜨끈하면서도 깔끔하고 가벼운 국물이 생각나는 날. 지난 밤 회식으로 알딸딸한 속을 달래줄 음식.
“그래 오늘 점심 메뉴는 굴 순두부다!”
대전 서구 탄방동에서 1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방아실 순두부와 굴’은 손수 만든 웰빙두부로 유명하다.
특히 이 집의 일품요리는 ‘굴순두부’다. 얼큰한 국물과 함께 속을 달래주는 부드러운 두부야말로 이 집의 대표 메뉴로 손색이 없다.
이 식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순두부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콩은 100% 국산이다.
농부들이 땀 흘려 키운 콩을 충북 괴산에서 가져온다. 식당 한쪽에는 국산 콩이 자루에 담겨 높이 싸여있다. 이 집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주인 박근식, 배주현 부부는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아침 7시 괴산에서 공수한 국산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든다.
지난밤 불려 놓은 콩을 씻고 갈아 손두부와 모두부로 만드는 데에는 꼬박 3~4시간이 걸린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영양이 가득 담긴 순두부가 완성된다.
순두부와 함께 굴 순두부의 핵심재료인 굴은 매일 통영에서 20kg 정도가 직배송돼 온다. 산지의 싱싱함이 그대로 담긴 굴과 정성을 다해 만든 순두부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삼켜진다.
굴 순두부는 황태, 무 등으로 진한 육수를 낸 다음 청양고추 가루를 배합해 만든 양념장과 굴, 순두부, 팽이버섯을 넣어 만들어진다. 입맛에 따라 매운맛과 순한맛을 선택할 수 있다.
완성된 굴 순두부를 한 숟갈 크게 떠 입에 넣으면, 포실포실한 순두부의 담백함과 함께 굴 향기가 입안을 맴돈다. 지난밤부터 이어진 숙취가 절로 사라지는 맛이다.
이 집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제철마다 바뀌는 반찬이다.
정갈한 반찬이 굴 순두부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반찬의 재료는 방아실 텃밭에서 직접 재배된다. 특히 방아실에서 나고 자란 부추로 만든 부추무침은 굴 순두부와 단짝이다.
이 집의 일품요리는 단연코 굴순두부지만, 다른 음식도 빼어난 맛을 자랑한다.
특히 직접 전통방식으로 띄운 청국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호박, 팽이버섯과 함께 끓여 나온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입맛을 돋운다.
청국장과 함께 직접 만든 모두부도 명물로 통한다. 서리태 콩을 넣어 씹는 맛도 일품이다. 먹음직스러운 모두부에 간장만 살짝 찍어 먹으면 콩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그대로 느껴진다.
이날 점심에만 100명의 손님이 이 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식당을 온전히 채우던 손님이 떠난 자리를 보면 이 집의 '손맛'을 절로 실감케 했다.
주인 부부는 맛의 비결로 재료 본연의 맛을 꼽았다. 좋은 재료가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남편 박 씨는 "직접 공수하는 질 좋은 재료가 맛의 원천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며 "매일하는데, 힘들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항상 찾아주시는 단골들 덕분에 장사할 맛이 난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