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타는 건 마음만이 아니다?
계절 타는 건 마음만이 아니다?
톡톡건강
  • 최재호
  • 승인 2012.07.1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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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느 여가수의 노래처럼, 찬바람이 불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난 뒤의 외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같은, 그런 고독한 정서에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꼭 바바리코트에 낙엽을 밟으며 걷지 않아도 누구나 조금은 느끼기도 하는, 흔히 가을을 탄다고 하는 그것이다. 얼마 전의 무덥던 날씨는 어느새 쌀쌀해져 옷깃을 여미게 되고, 세상을 채울 듯 무성했던 자연 역시 낙엽이 떨어져 일면 쓸쓸하고 고즈넉한 모습이 된다.

가을의 낙엽이 지는 거리에 비치는 맑고 투명한 햇빛의 대비는 삶의 덧없음을 깨닫게 한다. 때로는 심한 공허감을 느끼기도 하고, 더러는 추운 난방비 걱정으로 근심이 쌓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을은 이처럼 쓸쓸하기만 하지는 않다. 농부들에게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며, 자연에게는 많은 열매를 맺는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동시에 자연의 왕성했던 활동이 고요히 침잠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이런 극적인 변화와 대비는 우리의 정서와 신체에도 영향을 준다. 가을과 같은 기운의 정서인 슬픔 쪽의 감정을 느끼기 쉽고 역시 같은 기운으로 통하는 폐와 기관지, 피부, ()의 변화가 나타나기 쉽다. 인간은 가을이 되면 예민한 감성과 증상을 자주 겪지만, 본래 가을의 속성은 예민할지언정 감성적이지는 않다. 여름의 활발했던 생명활동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는 과정은 감성적이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가을의 날씨가 뒤죽박죽이라면 열매를 잘 맺을 수 있겠는가. 가을 하늘이 자주 구름이 끼고 습하고 더웠다 추웠다가 반복한다면 열매가 어떨까. 가을은 맑고 청명하며’ ‘서늘한 듯 경쾌하고동시에 차분하게 안정되어 있다. 이렇기에 여름의 무성한 활동을 제대로 정리해서 꼭 필요한 열매를 맺는 것에 집중시키고 겨울로 들어갈 준비를 완벽히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을의 역할은 사회조직에도 있고 사람 몸에도 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계획을 세우고 일을 열심히 만들고 추진하다 어느 때가 되면 점차 군더더기들은 걷혀지고 일목요연해지며 뚜렷한 결과물로 점차 만들어진다. 이것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계절도 마찬가지다. 사람 몸의 기운 흐름과 구성도 이와 같다.

왕성한 활동력을 맑고 경쾌하면서도 안정되게 분배해서 온 몸에 퍼트리는 역할이 사람의 가을에 해당하는 기운이다. 일의 결과가 잘 안 나올 때 일의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다 점검해서 고쳐야 하듯이, 몸의 가을이 고장이 난 사람을 치료할 때 역시 전체를 보고 치료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가을 자체가 고장이 난 것인지, 아니면 봄과 여름의 역할을 하는 기운이 고장이 난 것인지 전체가 부조화스러운 것인지 등등을 파악해야 한다.

가을의 기운과 비슷한, 슬픔우울을 심하게 겪는 사람에게 때로는 따뜻하게 기운을 북돋아 주면서 맑게 안정시키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찌꺼기를 없애서 시원하고 또렷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야 하기도 하고 다양하다. 한의학적으로 상담을 하거나 침을 놓거나 약을 쓰거나 하는 과정도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겪는 알러지성 비염, 피부질환,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장()질환 등도 마찬가지다. 실제 치료의 구성과 과정은 섬세하고 조금은 복잡하게 진행되지만 결국 이런 큰 원칙들 안에서 이루어진다.

찬바람이 불 때는 차분하고 맑은 마음으로 지나온 1년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고요히 마음의 안정을 취해보는 것이 양생(養生)의 법이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마다 과도한 감정의 기복을 느낀다면, 가을의 분위기에 내 속마음이 취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낙엽이 지는 거리의 낙엽 위에는 그 낙엽을 비추는 온기를 품은 햇빛이 있다. 어느 때나 변함없이 우리의 세상과 생명을 비추고 있는 그 햇빛으로 낙엽도 생기며 나도 있다. 그리고 우리 속에는 누구나 태양과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 생명력으로 지금도 우리의 심장은 뛰고 있다. 잠시 내 마음에 낙엽이 진다고 슬퍼만 할 일이 아닌 것이다.

가을은 따뜻한 생명력 위에 투명하고 또렷하게 안정하는 것이 본 모습이다. 방황하고 고독해하는 것이 가을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가을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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