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학부모를 위한 23년차 교사의 조언, “걱정보다 격려를!”
예비 학부모를 위한 23년차 교사의 조언, “걱정보다 격려를!”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9.02.2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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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거기다 ‘초등 1학년 생활이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 전부를 좌우한다.’, ‘엄마의 인맥이 아이의 인맥이 된다.’와 같은 수많은 ‘설’은 엄마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만든다.

행여 엄마의 부족한 정보력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지장을 줄까 싶어서다.

그래서 23년 차 초등학교 교사에서 직접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1학년을 보낼 수 있을까요?”

다음은 아산모산초등학교 박미영 교사와의 일문일답

박미영 교사.

“예비 학부모들의 걱정은 참 다양하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이 ‘학업’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한글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에 국어, 수학 과외를 시키기도 한단다.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무한경쟁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을 참 많이 본다. 물론 학습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교과서를 읽을 수 있는 정도만 되면 국어는 무난하게 할 수 있고 수학 또한 숫자 1에서 50까지만 알아도 학교 수업을 따라 가는데 문제가 없다. 종종 학습적인 부분이 뒤처지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질까 고민하는 부모님이 있다. 그런데 그건 부모님의 걱정일 뿐이다. 눈치가 있고, 정상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 아이라면 학습적인 부분은 금방 따라온다. ‘자존감’ 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아이가 너무 많이 알고 학교에 가면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보통의 초등학교 1학년은 알면 더 재미있어하는 나이다. 교사가 질문을 했을 때 아이가 안다면 손을 들고 발표를 하려 애쓴다. 그게 일반적인 1학년 아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고학년의 경우 다 알면 수업에 흥미를 잃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 성향의 문제이지 나이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학기 초에 1:1 상담이 이뤄진다. 이때 아이의 단점을 절대 교사에게 알지 말아야 한다는 부모들이 있다. 교사가 아이에 대한 선입겹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라는데... 교사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그러나 부모님들 중 상당수가 나쁜 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걱정하는 부분이 어떤 건지는 안다. 그러나 교사가 아이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야 아이의 행동 교정이 가능해진다. 한 예로 초등입학 후에 ‘틱’을 앓는 아이가 있었다. ‘틱’의 경우 지나친 긴장감이 증세를 심화시킨다. 지적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을 고민했고,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노력해서 증세를 치료한 경우가 있다. 만약 교사가 아이의 ‘틱’ 증세를 몰랐다면 증세가 더 심해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에 교우문제가 빠질 수 없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듯한데 부모가 어디까지 어떻게 참견하는 게 맞나?”

-아이들끼리의 문제는 사실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 금방 다투고 금방 친해진다. 문제는 부모님이다. 아이들의 관계에 부모님이 개입해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래서 부모님께 당부드리고 싶다. 만약 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긴다면 일단 담임 선생님과 상의를 하시길 바란다. 물론 교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잣대로 잘잘못을 가려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객관성을 유지해 아이들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한다. 그게 일반적인 교사의 모습이다. 그러니 감정을 내세워 직접 상황을 처리하려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의 인맥이 아이의 인맥이라 믿는 부모님이 꽤 많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는 부모님들은 걱정이 더 큰데 실제 학교에서 보면 엄마의 인맥이 아이의 인맥이 되는 것 같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들끼리 친하다고 아이들이 친한 건 절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자신과 성향이 맞는 아이들에게 끌리고 그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아이를 위해서 다른 엄마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단.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미리, 자주 이야기 해주는 건 필요하다. 학교는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버릴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네가 하고 싶은대로 못할 수도 있고, 때때로 친구에게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끝으로 신입생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아이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걱정도 크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부모님이 걱정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잘 해낸다. 그러니 아이들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교사에 대한 믿음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교사에 대한 신뢰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교사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는다면 아이 또한 교사를 믿고 따르지 않게 된다. 교직에 오래 몸담고 있지만 어느 아이 더 예쁘고, 덜 예쁘고는 없다. 아이들은 다 예쁘다. 그러니 교사에게는 신뢰를, 아이들에게는 걱정이 아닌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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