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불화의 사과’ 덫에 걸린 대전야구장
    [김선미의 세상읽기] ‘불화의 사과’ 덫에 걸린 대전야구장
    평가에 불확실한 아시안게임까지 결부, 갖가지 억측 자아내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3.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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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아이아코스 왕의 아들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 연회가 한창 무르익은 잔칫상 위로 황금사과가 떨어졌다. 모든 신이 초대받았는데 유일하게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복수의 칼날을 던진 것이다.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불화의 여신이 던진 황금 사과의 저주

    제우스의 아내이자 최고의 여신인 헤라,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결론이 나지 않자 제우스는 잘 생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하도록 했다.

    세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거절하기 힘든 보상을 내세우며 파리스를 자극한다. 헤라는 세계를 지배하는 아시아의 통치권을, 아테나는 어떤 전쟁도 승리할 수 있는 힘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공약’ 했다. 젊은 파리스는 권력과 부 대신 ‘아름다운 여인’을 택했다.

    그런데 어쩌나!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는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였다. 파리스는 헬레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분기탱천한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 왕은 트로이에 선전포고를 한다.
     
    파리스가 택한 헬레네의 남편, 스파르타의 왕 트로이에 선전포고하다

    사과 한 알이 낳은 거대한 불화는 신들마저 갈라져 싸우게 하고 트로이를 멸망에 이르게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화의 (황금)사과’.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의 모티브가 되는 트로이 전쟁의 시작점이다.
     
    신축 대전야구장 부지 선정을 위한 시계바늘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3월 중에 결정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선거공약이었던 신축 대전 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 부지 선정을 앞두고 지자체 간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경쟁을 넘어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부 자치구는 야구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어 부지 선정 탈락 후 집단 반발이 예상되는 등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는 최근 신축 야구장의 후보지 선정을 위한 기준을 최종 확정했다.

    부지 선정 앞두고 지자체간 신경전 고조, 작은 빌미에도 후폭풍 우려

    하지만 ‘투명하고 객관적 평가, 전문성을 강화’해 확정했다는 평가 기준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입지 선정을 코앞에 두고 뒤늦게 평가 기준을 확정한 것도 시비를 삼자면 충분한 시빗거리다.

    여기에 더해 일부 불합리하고 부적절해 보이는 ‘부가 조건’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꾸만 불필요한 시빗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대전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평가기준을 발표하며 대전시는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유치를 선언한 2030하계아시안게임 유치결과에 따라 이를 야구장 기본설계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시안 게임에서 야구를 대전에서 치르게 된다면 야구장 신축비용 1360억 원의 30%인 390억 원 가량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시안 게임 운운 불신 자초, 사전에 특정 지역 염두에 둔 것 아닌지

    2030 아시안 게임의 국내 유치전은 연내에, 개최지는 2022년에 결정된다. 유치 여부는 고사하고 당연히 어느 종목을 어느 지역에서 치를 것인가 하는 세부계획은 4개 광역단체 간 결정된 바가 없다. 이처럼 대회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아시안 게임 유치를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앞서 나가도 너무 나갔다.

    야구장 신축 국비 지원 부분만 해도 그렇다. 아시안 게임과 상관없이 다른 시도의 예를 참고해 건설 비용에 이미 국비 300억 원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무슨 이유로 아시안 게임과 연계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이 같은 평가 기준이 발표되자 당장 용역 8개월 만에 모호한 평가한 기준을 발표하는 것도 모자라 하계 아시안게임과 연계에 대한 언급은 특정 지역 밀어주기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정성 시비로 지역 갈등 유발한다면 허 시장과 대전시 책임 져야

    허태정 시장은 야구장 신축 부지를 애초 중구 한밭종합운동장 자리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자면서 대전시 전체로 확대, 결과적으로 5개 구청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원도심 활성화’를 강조하는 한편 평가 기준에서는 대전시민, 한화 등 야구전문가 및 아구팬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여러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용역과 상관없이 이미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채 나머지는 들러리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시가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아시안 게임까지 연계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억측을 더하는 부적절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는 야구장 신축이 ‘선물’이 아니라 지역갈등을 극심하게 초래하는, 트로이를 멸망에 이르게 한 ‘불화의 사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불화의 사과’로 전락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야구장 신축을 놓고 오락가락하며 5개 구를 과열 경쟁으로 몰아넣은 허 시장과 대전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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