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칼럼》 이방인의 삶(The Life as a Stranger, La vie d'un étranger)
《파리팡세 칼럼》 이방인의 삶(The Life as a Stranger, La vie d'un étranger)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9.03.08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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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칼럼》 이방인의 삶(The Life as a Stranger, La vie d'un étranger)

파리의 중앙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 천정에는, 20세기에 가장 뛰어난 색채의 대가라 불리는 마크 샤갈(Marc Chagall)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꿈결 같은 환상의 세계와 몽환적 이미지들로 유명한 그는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이다.

파리 3구 중앙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The Musée Picasso is an art gallery located in the Hôtel Salé in rue de Thorigny, in the Marais district of Paris,). 피카소는 스페인 태생이다.

방사능 분야의 권위자이자, 여성 최초의 노벨상과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았던 마리 퀴리부인(Marie Skłodowska-Curie)은 폴랜드인이었다.

29세의 나이에 ‘이방인’이란 소설을 써 자신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알제리인이었다. 〈이방인〉의 주제는 ‘실존의 증명’이다.

이방인으로 태어나 이방인으로 살다 죽는 실존의 삶은 끊임없이 불합리와 부조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나라를 지배하는 두 정부가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과 갈리마르 출판사다.”

1911년에 창립돼 100년이 넘은 이 지성의 산실에서 나온 통계가 있다. 프랑스 최대의 베스트셀러 겸 스테디셀러를 집계해보니 2위가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베리(2600만부), 3위가 장 폴 사르트르(2100만부)였다. 1위는 바로 2900만부가 출간되었던 카뮈의 이방인이었다.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Meurso)란 이름이 태양(soleil)과 살인(meurtre)을 합성한 듯한 뉘앙스를 연상시키는 이름인 것처럼, 소설의 핵심도 삶의 부조리와 사회시스템의 불합리를 다루고 있다.

알다시피, 프랑스는 가히 치즈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종류가 많은 나라다. 노르망디를 방문한 나폴레옹을 위하여 그곳 부인들이 준비했다고 하는 카망베르를 비롯해 1,600가지가 넘는다고 하며, 그 맛도 아주 다양하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치즈를 먹는 국민들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켈트족의 한 분파이면서 골족(Gauls)이라고 불리는 갈리아(Gallia)인들이 기원전 10세기경부터 살았다.

기원전 1세기경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정복된 후에는 갈로로망 (Gallo-Romain)문화를 만들어냈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중국’이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가졌던 프랑스는, 20세기 들어 출생률의 감소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인력 손실로 말미암아 인구 증가가 정체되면서, 1930년에는 외국인 증가율이 미국을 앞지르는 주요 이민국-외국인 노동자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주요 생산시설 및 사회간접자본의 파괴는, 경제복구 과정에서 새로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했으며, 아프리카 식민지의 값싼 노동력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유입된 아프리카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1970년대 중반에 프랑스에서 “2대 중의 1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2채 중 1채의 아파트와 도로의 90퍼센트를 건설”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는 외국인에게도 집 보조금을 준다. 그러다 보니 요리 제빵 패션 뷰티 스쿨에 많은 외국인들이 몰린다. 학교를 가면, 교실에 10명 중 3명은 아랍계, 2명은 아프리카계, 2명은 아시아계, 3명은 프랑스인들인데, 그마저도 부모 중 한 명은 독일이나 스페인 혹은 이태리계의 프랑스 아이들이다.

프랑스는 오랜 이민의 역사가 있고, 본인들도 여러 나라의 피가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프랑스에 파리는 없다’라든가 ‘프랑스에는 프랑스인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세간에 회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난 해 파리와 그 외곽을 일컫는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에 관광객 수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미디어에 기록되었다. 노란 조끼들 시위에도 불구하고 파리와 교외 지역의 관광객이 3,5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호텔 숙박 기준) 관광객 수가 2017년에 비해 3.6% 증가한 3,500만 명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8.7%으로, 140만 명이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이태리인, 일본인, 스페인인 순으로 증가했으며, 전체적으로 볼 때 작년에 미국인 관광객이 28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영국인으로 206만 명, 독일인은 120만 명, 중국인은 120만 명 순이었다. 호텔 점유율은 3.3% 증가한 76.5%였다. 12월에만 노란 조끼 시위로 2.5% 감소했을 뿐이다. 2019년은 2018년에 비해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호텔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계속되는 노란 조끼들의 시위가 관광객들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 2~4월 항공편 예약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줄었다고 한다.

국제사회는 모두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세가 변해감을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똘레랑스’라는 관용의 나라에서 점점 삶이 팍팍해져가는 모습은 노란조끼들(Les gilets jaunes)의 시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래저래 이방인의 삶이란 점점 더 치열해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디에서 삶을 살아가든, 그곳의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므로 최선을 다해야만 하고, 그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것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정신적인 이방인들이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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