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이하 대전야구장)는 공모 사업이 아니다.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허태정 시장 의지에 따라 공모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을 뿐이다.
갈등잠재, 과열경쟁 등 폐단은 실제 공모사업만큼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구의원들은 “허 시장 공약대로 대전야구장이 중구에 있어야 한다”며 삭발식을 진행,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동구는 대전야구장 시민선호도 조사를 발표하는 등 여론몰이에 나섰으며 대덕구 정치권은 허 시장을 찾아가 관내 유치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달 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잡음이 예상된다. 유치에 실패한 자치구 입장에선 그동안 투입한 행정력과 정치력 등의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잠깐.
어떻게 해서 대전야구장이 갈등과 우려의 대상이 됐을까?
지난 해 5월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6‧13 지방선거가 한창이었던 지난 해 5월 17일. 그 이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신축야구장을 암시했던 박성효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40분께 보도자료로 새 야구장 건립을 약속했다. 단, 신축 부지는 못 박지 않았다. ‘NEW이글스파크 건립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같은 날 오후 4시. 둔산동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앞둔 당시 허태정 후보도 야구장 카드를 꺼내놓았다. 중구 재창조 차원에서 한밭종합운동장 내 추진을 힘주어 말했다.
약 1시간 차이로 두 후보가 똑같은 공약을 들고 나오자 취재진 사이에선 웅성거림이 끊이질 않았다는 후문이다.
내용의 차이었을까? 시간의 차이었을까?
그 후문의 상당수는 “허 후보가 박 후보를 따라하는 게 아니냐”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선대위 출범식에서 갑작스러운 공약 발표가 뜬금없다”는 평가도 이에 힘을 실어줬다는 전언이다.
이후 시청에 입성한 허 시장은 민선 7기 첫 기자회견에서 한밭종합운동장 철거에 따른 새 야구장 건립을 약속했다. 심지어 한화이글스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점검까지 나섰다.
이런 모습이 무색하게 지금은 사실상 공모 형태로 궤도가 수정됐다.
공약 사업은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대전야구장은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대전시민뿐만 아니라 충남 공주, 충북 청주 등 충청도민들과 전국에 있는 모든 한화이글스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허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더 깊은 고민을 통해 새 야구장 계획을 내놓았어야 했다. 갈팡질팡하는 대전야구장이 급조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대전시는 야구장 후폭풍을 대비해야한다.
“입지 선정이 공정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각 자치구가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는 대전시 자세도 안일하다. 각 자치구에서 “평가항목에 경제 유발효과가 배제돼 있다”며 이미 반발하고 있는 마당에 대전시 입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는가.
과열경쟁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허 시장과 대전시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시작부터 뒷말이 무성했던 대전야구장, 매듭만큼은 완벽히 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