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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하다’고 하기엔 아쉬운 페미니즘 슈퍼히어로
    [리뷰] 여성 영웅 내세운 마블 스튜디오 신작 '캡틴 마블'
    • 지유석
    • 승인 2019.03.10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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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블 스튜디오 신작 '캡틴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여성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블 스튜디오 신작 '캡틴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캡틴 마블>에서 타이틀 롤 '캡틴 마블'을 연기한 브리 라슨이 개봉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라슨의 말처럼, <캡틴 마블>에선 젊은 여성의 심장을 뛰게 할 장면들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영화는 미 공군 조종사 캐럴 댄버스가 뛰어난 능력을 가진 크리족 여전사 비어스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비어스는 자신이 원래 캐럴이었던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비어스가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한다. 

    브리 라슨의 액션연기는 실로 놀랍다. 라슨은 세계 여성의 인권을 다루는 매체인 <위민 인 더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육체적인 힘은 ‘캡틴 마블’ 캐릭터가 가진 주된 구성요소"라면서 액션연기를 위해 9개월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했다고 털어 놓았다. 

    비어스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배우 새뮤얼 L. 잭슨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다. 새뮤얼 L. 잭슨은 지난 2008년 <아이언 맨> 시리즈를 시작으로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등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 시리즈에서 정보기관 쉴드의 닉 퓨리 국장을 연기했다.  

    '캡틴 마블'에서 새뮤얼 L. 잭슨은 20년 전 현장요원이던 닉 퓨리를 연기하는데, 2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마블'에서 새뮤얼 L. 잭슨은 20년 전 현장요원이던 닉 퓨리를 연기하는데, 2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잭슨이 <캡틴 마블>에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는 현장 요원으로 활약하던 1995년의 닉 퓨리다. 잭슨은 마블 시리즈는 물론 <장고, 분노의 추적자>,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글래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때마다 다른 캐릭터를 선보여 왔다. 잭슨의 연기변신은 그래서 늘 신선했다. 

    그런데 <캡틴 마블>의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다. 닉 퓨리가 현장요원으로 근무하던 1990년대와 지금과는 약 20여 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20년 전의 자신을 연기하는 잭슨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새삼 잭슨의 연기력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또 퓨리의 직속 부하 콜슨 요원(클락 그레그)이 신참이던 시절과 대배우 아네트 베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리천장’ 깬 이야기, 왜 겉핥기로 지나쳤을까?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먼저 액션과 비주얼은 훌륭했지만, 드라마는 빈약했다. 비어스가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많이 생략됐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 대목에서는 마블의 또 다른 슈퍼 히어로 시리즈인 <캡틴 아메리카>가 훌륭한 참고 사례일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슈퍼 히어로가 되기 전앤 뉴욕 브루클린 뒷골목에서 건달에게 얻어터지던 약골이었다. 병약한 그의 곁을 지켜준 이는 동네 친구 버키 반스(세바스찬 스탠)이었다. 

    그러나 유대인 과학자 아브라함 에스카인 박사는 스티브를 눈여겨 보고, '슈퍼 솔져 프로젝트' 최종 후보자로 그를 낙점한다. 이후 스티브는 버키와 한 팀을 이뤄 혁혁한 공을 세운다. 

    둘은 40년 넘게 헤어졌다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편에서 재회하고, 이후 '어벤져스'로 다시 한 팀을 이룬다.  

    <캡틴 마블>의 경우 캐롤이 유리천장과 같았던 전투기 조종사에 도전하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또 동료이자 절친인 마리아 램보(라샤나 린치)와 협력해 악당 욘 로그(주드 로)와 맞선다. 

    그러나 캐롤이 유리천장을 깨는 과정이나 램보와의 '케미'는 겉핥기식으로 지나간다. 무엇보다 캐롤이 금기에 맞서 전투기 조종사로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그렸다면 더욱 진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또 하나, <캡틴 마블>은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 엔드 게임>에서 맹활약을 예고한다.(이는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쿠키 영상에서 살짝 드러난다) '캡틴 마블'이 지닌 능력은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 맨, 토르 등 기존 슈퍼 히어로 보다 월등해 보인다. 

    마블 스튜디오 산하 창작 개발부문 스티븐 웨커 부사장도 "캡틴 마블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영웅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여성 영웅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캡틴 마블' 캐롤 덴버스는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다. 캐롤이 조종사라는 건 무척 시사적이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마블' 캐롤 덴버스는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다. 캐롤이 조종사라는 건 무척 시사적이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런데 '어벤져스' 세계관의 기저엔 미국을 중심에 둔 힘의 논리가 강하게 흐른다. <캡틴 마블>이 여성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이 같은 세계관은 그대로다. 캐롤이 미 공군 조종사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미국은 전쟁을 벌일 때면 지상군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청난 공습을 퍼붓곤 한다. 작전 수행과정에서 해·공군 조종사의 활약은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말하자면 캐롤은 공군 조종사로서 미국의 전쟁 논리 최일선에 선 셈이다.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캡틴 마블>은 남성 우위의 지배논리를 거침없이 무너뜨리는, 훌륭한 페미니즘 영화임엔 틀림없다. 비록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의 말처럼 ‘위대하다’고 하기엔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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