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두고 노동계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노사정은 지난 달 19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동제도 개선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늘리는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본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6일 경사노위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이 본위원회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법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 18명으로 구성되는 본위원회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그런데 의결 시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각 2분의 1 이상 출석해야 한다는 추가 요건이 있다. 근로자위 4명 중 3인이 불참해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노동계는 경사노위 합의안이 나온 즉시 강력 반발해 왔다.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내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합의는 노동시간을 놓고 유연성은 대폭 늘렸고, 임금보전은 불분명하며, 주도권은 사용자에게 넘겨버린 명백한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문용민 본부장도 6일 천안에서 있었던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통해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임금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인데, 아무 결정권도 없는 경사노위가 합의해 버렸다"고 경사노위에 날을 세웠다.
이에 맞선 경사노위 입장도 강경해 보인다. 문성현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고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라면서 "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제, 일 더 하고 돈 덜 받는 악법”
이 지점에서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는 11일 <매일노동뉴스> 기고문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안의 내용상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노동자는 최대 6개월 연속으로 1주 64시간씩 노동할 수 있게 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동안 추가노동에 대해서는 현행 1.5배 가산임금도 받을 수 없다. 그야말로 일은 더 하고 돈은 덜 받는다. 경총과 전경련, 자유한국당이 반색하는 이유다.
주 64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9시에서 밤 10시30분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4시간 더 일해야 겨우 채워진다. 사람은 오래 일하면 실제로 죽는다. 노동부 고시에 의하면 12주 동안 1주 60시간 넘게 일하거나, 4주 동안 1주 64시간 넘게 일하다가 과로사하면 산업재해로 본다. 그런데 이제 24주 연속 1주 64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합법적 노동을 하는데 과로사할 수 있게 된다."
류 변호사는 이 같이 지적하면서 경사노위를 겨냥해 "노동계가 사상 최악의 노동인권 개악이라고 비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경사노위는 합의안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은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고 오늘 의결 예정이었던 안건은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의 발언은 또 다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아래 공동투쟁)은 11일 경사노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동행동은 문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거론하며 "이게 무슨 말인가? 자신들이 추천한 비정규·여성·청년대표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만든 법과 의결절차마저 지키지 않고, 공짜야근법을 국회로 보낸다니, 이게 무슨 양아치보다 못한 짓인가? 문재인 정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법과 절차도 무시하겠다는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공동투쟁은 그러면서 "공짜야근과 과로사를 합법화해주는 탄력근로제는 국회가 아니라 쓰레기통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