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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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씨 장례 이후 한 달, 진상규명은 시작도 못해
  • 지유석
  • 승인 2019.03.14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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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기자간담회에서 진상규명·정규직 전환 등의 약속 이행이 늦어지는 데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간담회에 앞서 시민대책위는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 지유석
지난 12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기자간담회에서 진상규명·정규직 전환 등의 약속 이행이 늦어지는 데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간담회에 앞서 시민대책위는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 지유석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어디선가 사건이 터지고 희생자가 나온다. 그러면 유가족은 오열하고, 언론사 카메라는 이 모습을 담는 데 열을 올린다. 이후 진상규명 목소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시민단체 등의 집회가 이어진다. 

이런 목소리가 커질 때면 어김없이 '경제'를 걱정하며 시위를 그만하라는 반대 목소리도 불거져 나온다. 이후 한참 동안 공방이 벌어지다 마침내 모종의 합의가 나온다. 언론은 또 다시 이를 대서특필한다. 모든 게 끝났다는 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때마다 반복되다시피 하는 흐름이다.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12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아래 시민대책위)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시민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고 김 씨의 장례를 치른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발전소 현장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진상규명은 시민대책위와 법제처 사이의 이견으로 인해 위원회가 꾸려지지 않고 있고, 정규직 전환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조금 우려스러운 지점은 시민대책위와 법제처 사이의 이견 때문에 진상규명위 발족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시민대책위가 진상규명위 간사로 추천한 권영국 변호사는 "논의가 지연되면 (진상규명위) 조사기간이 단축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법제처 입장을 들여다 보니, 진상규명 범위를 좁히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권 변호사는 진상규명위의 정책수립 범위에서 시민대책위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노동안전보건 정책 수립”을 제시한 데 비해 법제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 정책 수립”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립하는 쟁점은 '노동안전보건'과 '산업안전보건'이다. 얼핏 단순한 낱말 차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권 변호사는 둘의 차이를 이렇게 풀이했다. 

"노동안전이라 하면, 고용구조·노동 인권 등 노동관련 현안이 진상규명 범위에 들어온다. 그러나 법제처 안은 산업안전에만 한정 된다."

엄마는 묻는다, 왜 늦어지는지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는 비단 산업안전 뿐만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불러 일으켰다. 유가족이나 시민대책위가 장례까지 미룬 이유도 고용구조 왜곡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 김 씨 장례를 치른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절박함은 관료적 절차에 막혀 있다. 정규직 전환·긴급안전조치 등 다른 현안 이행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법제처는 진상규명 범위마저 한정하려 하는 모양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미국의 야구 전설 요기 베라의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간담회엔 고 김 씨 어머니 김미숙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여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아들 용균이가 떠난 지 세 달이 지났다. 이 세상에 내 아들이 없다는 현실은 여전히 너무나 끔찍하다. 살아서 숨 쉬는 것조차 미안하고 죄인이 된 기분이다. 

누워있으면 용균이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살이 찢기고 피가 나와 탄가루와 섞여 몸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 생각난다."

김 씨는 그러면서 "아들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할 정규직 전환·진상규명 등이 더뎌 답답하다"라면서 "왜 이렇게 늦어지는지 정부와 서부발전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제 서부발전과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차례다. 언론도 예외일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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