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의 봄, 쓰레기 악취가 꽃내음 대신하나?
2019년 대한민국의 봄, 쓰레기 악취가 꽃내음 대신하나?
[리뷰] 쓰레기 대란 경고한 MBC 'PD수첩', KBS '추적60분'
  • 지유석
  • 승인 2019.03.1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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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은 12일 '세부로 간 크리스티나'편을 통해 필리핀에 밀수출하다 현지 세관이 적발한 한국산 폐기물 유통경로를 추적했다. Ⓒ MBC
MBC 'PD수첩'은 12일 '세부로 간 크리스티나'편을 통해 필리핀에 밀수출하다 현지 세관이 적발한 한국산 폐기물 유통경로를 추적했다. Ⓒ M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MBC 간판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과 KBS2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60분>이 차례로 쓰레기 실태를 다뤘다. 

<PD수첩>은 12일 '세부로 간 크리스티나'편을 통해 필리핀에 밀수출하다 현지 세관이 적발한 한국산 폐기물 유통경로를 추적했다. <추적60분>은 15일 '쓰레기에 갇힌 한반도' 편에서 청주 A 쓰레기 소각업체와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 내용 모두 경악스럽다. 먼저 한국이 필리핀에 밀수출한 한국산 폐기물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위장한 생활 쓰레기였다. 수출업체는 이걸 재활용 폐합성수지,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으로 신고했다. 

필리핀 환경부는 화물상태가 고르지 않고 혼합된 상태이며 수입금지 화물까지 들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뿐만 아니다. 세부는 휴양지로 이름난 곳이다. 

그런데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동네인 만다웨시 마을 공터에 쓰레기를 쌓아두기까지 했다. 마을 주민은 쓰레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 중 한 마을 주민은 아래와 같이 증언했는데,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국은 깨끗한 나라잖아요. 필리핀은 한국에서 보기엔 그냥 제3세계 나라라서 이렇게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쓰레기 본고장(?)인 한국의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는 지난 10년 간 60여 명의 주민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추적60분> 제작진은 이 지역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청원구 전체 재가 암 환자 중 북이면 지역의 암 환자수가 21%를 차지할 정도로 암 발병 비율이 높았다. 이곳 주민은 그 원인으로 A 쓰레기 소각업체를 지목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연기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주민 측 주장이다. 이 소각업체는 2년 전, 환경부와 검찰의 합동 단속에서 다이옥신이 기준치보다 5.5배 초과 검출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었다. 

주민과 전직 업체 직원은 드러나지 않은 불법이 더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빨간불’ 들어온 쓰레기 처리 문제 

이 지점에서 쓰레기 처리를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갈등이 일고, 저 멀리 필리핀으로 밀수출하다 들키는 일이 벌어지는 근본원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필리핀까지 흘러들어간 쓰레기의 출처는 제주도였다. 제주도에서 하루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은 1,300여톤이라는 게 <PD수첩> 제작진의 설명이다. 

제주도 측은 생활폐기물을 고형연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혀왔다. 결국 이 같은 공언을 지킬 수 없어 쓰레기를 필리핀으로 밀수출한 셈이다.

이에 <PD수첩> 방송 직후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주도에 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최종 관리와 감독의 역할이 제주도에 있고 처리에 대한 허가를 행정이 내줬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 제주도 측에 도민, 국민, 필리핀 정부에 사과를 촉구했다. 

비단 제주도뿐만 아니다. 곳곳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지역주민의 건강이 위협 받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추적60분>이 다룬 청주시 A 쓰레기 소각장 운영업체와 청주시 북이면 지역 주민간 갈등은 새삼스럽지 않다. 공중파 방송이 다루면 전문 연구진이 역학조사라도 나선다. 

A 쓰레기 소각장의 경우 <추적60분>이 충북지역 암센터에 의뢰해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중앙' 언론이 다루지 않은 곳은 관계당국에게 호소하기조차 쉽지 않다. 

천안시 목천읍 영흥산업개발 쓰레기 소각장 증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이 19일 오후 천안시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 지유석
천안시 목천읍 영흥산업개발 쓰레기 소각장 증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이 19일 오후 천안시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 지유석

충남 천안시 목천읍 영흥산업개발 쓰레기 소각장 증설을 둘러싸고 소각장 인근 도장리·소사리 주민은 연일 업체와 천안시를 상대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주민대책위는 지정 폐기물 처리업 허가권을 가진 지난 해 9월부터 수차례 금강유역환경청에 역학 조사를 실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은 공문을 통해 "환경성 질환 발생 또는 건강피해 우려(의심) 지역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기관은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지자체로 우리 청은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음"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관계당국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PD수첩>과 <추적60분>의 취재 내용에 따르면, 관계당국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주시청의 한 관계자가 <PD수첩> 제작진과 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제주시청 관계자 : 쓰레기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안 버리지도 못하고 우리는 그냥 (A업체를) 승인해주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을 하지 않고 그냥 승인해준 거죠. 끝난 걸로. 

제작진 : 관리감독이 소홀했다고 인정하시는 거네요? 
제주시청 관계자 : 네. 좀 살살 좀 부탁하겠습니다. 

그러나 관계당국만 탓할 수는 없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민 각자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플라스틱 소비량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미국 CNN은 3일 경북 의성군에 방치된 17만 톤 규모의 쓰레기 산을 집중 보도하면서 한국이 플라스틱 소비 1위라고 지적했다. Ⓒ CNN
미국 CNN은 3일 경북 의성군에 방치된 17만 톤 규모의 쓰레기 산을 집중 보도하면서 한국이 플라스틱 소비 1위라고 지적했다. Ⓒ CNN

이와 관련, 미국 CNN은 3일 경북 의성군에 방치된 17만 톤 규모의 쓰레기 산을 집중 보도했다. CNN은 그러면서 이렇게 전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나라다. 플라스틱 고무 기계 제조업체 연합인 유로맵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은 1인당 132kg의 플라스틱을 소비했다. 이는 미국 93kg, 중국의 58kg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금 쓰레기 문제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정부 당국과 소비자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2019년 대한민국의 봄은 꽃내음 대신 쓰레기가 내뿜는 악취가 진동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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