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국내 최대 교세를 가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교계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2017년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는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줬다. 예장통합 총회법에 따르면 교회 세습은 불법이다. 예장통합은 2013년 제98회 교단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명성교회는 2017년 10월 소속 노회인 동남노회에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을 제출했다. 당시 부노회장이던 김수원 목사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러자 명성교회 측은 김수원 부노회장의 노회장 승계를 막았다.
장로교단의 경우 노회는 회원 교회의 담임목사 임명·징계 등의 권한을 갖는 교단 산하 조직이다. 명성교회로선 세습에 반대하는 인사가 노회장에 오르는 걸 반드시 막아야 했던 셈이다.
사태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먼저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지난 해 3월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지난 해 10월 동남노회는 제75회 임시노회를 열어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선임했다. 노회장에 이어 새임원단도 꾸려졌다.
이에 맞서 명성교회 측 장로와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노회원들은 새임원단 출범을 막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명성교회 세습에 노골적으로 찬성해 온 남아무개 전 동남노회 재판국장이 '제75회 노회 임원선거 무효(당선) 소송'을 낸 것이다.
한편 최아무개 목사 등은 사회 법원에 ‘총회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차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 달 22일 역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회 법원마저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인정한 셈이다.
최근 사태는 더욱 극적이다. 남아무개 목사는 8일 자신이 낸 임원선거 무효 소송을 취하했다. 동남노회 새임원단은 11일 "총회재판국에 소 제기를 통해 신임원회의 법적 정당성에 대하여 다투던 자가 그 소를 취하했다는 건 더 이상 신임원회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다투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총회임원회는 12일 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했다. 예장통합 교단은 노회장과 부노회장 등 임원을 선출하지 못했을 때 총회가 해당 노회를 사고노회로 규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원회는 수습전권위를 파송한다.
따라서 이번 사고노회 지정은 예장통합 총회가 동남노회를 관리체제로 두면서 김수원 목사를 포함한 새임원단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 동남노회 새임원단은 18일 오전 예장통합 총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노회 철회를 촉구했다.
새임원단은 사고노회 지정을 "예장통합 총회 103년 역사상 초유의 일로서 노회 직권 침탈행위"이자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용인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노회장인 김수원 목사도 "총회임원회가 법과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임원회를 인정하고 원활한 운영을 도와야 함에도 오히려 짓밟았다"고 날을 세웠다.
명성교회·예장통합 총회,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
현재 예장통합 총회는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임명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예장통합 총회가 이 문제에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먼저 이 교단 총회재판국은 지난 해 8월 김하나 목사 세습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10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서 적법 판단을 뒤집고 재심을 결의했다.
그러나 총회 결의 이후 총회재판국은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동남노회 새임원단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심 판결을 신속히 진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총회임원회가 사고노회를 철회하고, 총회재판국의 재심 판결이 내려질 때 까지 어떤 일에도 협력하거나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명성교회는 등록교인수만 10만여 명으로 장로교단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지닌 교회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 취재에 따르면 800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과 1600억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부자교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예장통합 교단은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보수 장로교단이다. 명성교회와 예장통합 교단의 일거수일투족이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에까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책임의식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러나 명성교회와 예장통합 교단은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명성교회는 세습에 반대하는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불편하게 여겨 노회전체를 흔드는 모양새다.
예장통합 교단이라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동남노회 새임원단에 속한 A 목사는 “교단 임원회가 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하고 수습전권위를 꾸려 새임원단에게 화해·조정을 요구하는 모양새인데, 세습 철회가 없다면 이 같은 요구는 불법에 동참하라는 말”이라면서 “총회가 법의 테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새임원단의 노력을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동남노회 새임원단은 오는 20일 오전까지 백주년기념관에서 단식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단, 법적 대응 등 향후 행동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