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통령 말 한 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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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시에 ‘강제 수사권’ 빼든 법무부, 지금이 권위주의 시대인가?
  • 지유석
  • 승인 2019.03.20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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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게이트·고 장자연 리스트·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등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버닝썬 게이트·고 장자연 리스트·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등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은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청와대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온 나라가 버닝썬 게이트·고 장자연 리스트·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18일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부처 장관인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은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러자 정부는 '강제 수사권'이란 칼을 빼들었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19일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담화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부실 수사를 하거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드러나는 범죄 사실에 대하여는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할 계획입니다."

버닝썬 게이트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어서 일단 논외로 하자. 김학의 별장 성접대·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경우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 활동 시간이 2개월 더 늘어났다. 검찰은 과거사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고 장자연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마다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 중이긴 하지만 강제 수사권이 없는 한계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별장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학의 전 법무차관은 진상조사단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부한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촛불 정부 맞나? 

먼저 문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공통적인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 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김학의·고 장자연 사건은 사회 특권층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고 수사기관인 검경이 고의로 부실수사 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는다. 

특권층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경의 엄정 수사와 처벌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김학의·고 장자연 사건에서는 검경이 유력 인사가 개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무마했다는 정황과 관련자 진술,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관련부처인 법무부가 강제 수사권 발동을 언급한 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진즉에 속도를 냈어야 할 사건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검경이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최고 권력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혹은 조직 윗선이 다칠 까봐 '뭉갠' 적은 이전에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김학의·고 장자연 사건처럼 대통령이 철저수사를 지시하지 않는다면, 해당 사건은 검찰 서고 안에서 잠들 수밖엔 없다. 

요약하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국가기관이 기다렸다는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물론 초대형 스캔들이 불거질 때 마다 겉으로는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면서 권력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검경에게 원천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국가정책이 뒤바뀌곤 했다. 현 정부 이전 보수 정부도 이 같은 행태를 답습하다시피 했다. 검경이 김학의·고 장자연 사건을 무마한 결정적 이유가 정부 입김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부하고 있지 않은가? 검경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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